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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믿음의 야구. 가을야구에서는 답이 아니다.
시즌을 3위로 마친 SSG는 NC 다이노스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힘겹게 통과한 4위 삼성 라이온즈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1승3패로 가을야구를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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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첫 가을야구를 치른 SSG 이숭용 감독도 타선의 집단 슬럼프를 패인으로 꼽았다.
시리즈를 마친 뒤 "안됐던 부분은 타격이다. 8월 중순부터 9월까지 좋은 상태가 이어졌는데, 사이클이 떨어지는 타이밍에 딱 걸렸다. 타격코치와 준비를 잘했는데도 결과가 나오지 않은 부분이 아쉽다"고 했다.
이렇게 중심타자가 한꺼번에 죄다 못치면 사실 사령탑으로선 딱히 방법이 없다.
하지만 일부 핵심 타자 한두명의 사이클이 안 좋다면 과감하고 신속한 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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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전 슬럼프는 대부분 시리즈 끝까지 회복불가다. 선수도 안다. 중심타선 배치를 원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선수 사기를 떨어뜨리는 조치도 아니다. 오히려 도움이 된다. 현재 타격감은 선수가 잘 안다. 가을야구에서 한번 꼬인 선수는 타석에 서는 게 부담스럽다. 자신감도 없다. 언론의 지적, 팬들의 비난이 겹쳐 정신적 부담이 눈덩이 처럼 부푼다. 이럴 때는 차라리 하위타선에 배치해 부담을 덜어주는 편이 선수를 위해서나, 팀을 위해서나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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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값 관계 없이 현재 컨디션이 좋은 선수를 전진배치 하는 게 최우선. 상대 투수와의 타이밍이 가장 좋을 법한 선수가 그 다음 중용 대상자다.
정규시즌 성적은 잊어야 한다. '결국 해줄 선수가 해줄 것'이라 믿다가 가을이 멈출 수 있다.
가을야구는 페넌트레이스와는 전혀 다른 무대다. 준플레이오프 랜더스에서는 리그 최고의 홈런왕 최정보다 3경기 연속 홈런 고명준이 훨씬 더 무서운 타자였다.
투수도 마찬가지. 정규시즌에 아무리 잘 던지던 특급투수라도 가을야구에서 힘을 못쓰는 투수가 수두룩하다. 프로야구 출범 원년부터 있었다. 담력이 약한 투수가 분명히 있다.
투수 역시 현재 컨디션이 가장 중요하다. 바로 직전 경기를 잘 던졌더라도 100% 믿으면 안된다. 연투능력, 피로도 등을 세심히 살펴서 결정적 순간, 중용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앤더슨 화이트 이로운 등 올시즌 내내 어마어마한 활약을 펼치던 투수들이 가을야구에서 줄줄이 무너진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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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처럼 고정된 역할보다 상황에 따라 때론 길게, 때론 짧게, 강약조절과 결단을 내려야 한다.
기계적인 이닝교대 후 교체도 단기전에는 답이 아니다. 올려서 안 좋으면 즉시 교체, 올려서 기세가 좋으면 안 좋은 조짐이 보일 때까지 끌고 가는 것도 변칙이지만 유용한 전략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건 이길 수 있는 상황이 오면 뭐든 쏟아부어야 한다.
정규시즌이 긴 호흡의 훈련이라면, 단기전은 어떤 상황이 벌어질 지 모르는 실전이다.
전쟁 상황이란 미리 훈련하고 대비한 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 순간순간 사령관의 판단과 결단이 중요한 이유다.
이기는 팀 가을에 무명의 '미친 선수'가 하나 꼭 튀어 나오듯 단기전의 이름값은 제로베이스에서 출발해야 한다.
'믿음의 야구'는 잠시 접어둬야 한다. 그래야 팀도, 선수도, 팬들도 최선을 다한 가을의 한판 승부에 후회를 남기지 않을 수 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