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징조는 있었다' 김서현 향한 감독의 뚝심, 대표팀 시선은 다르다

기사입력 2025-10-23 09:59


'이미 징조는 있었다' 김서현 향한 감독의 뚝심, 대표팀 시선은 다르다
22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한화와 삼성의 플레이오프 4차전, 6회말 동점을 허용한 김서현이 강판되며 아쉬워하고 있다. 대구=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10.22/

[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이러면 안되는데….'

한화 이글스 김서현이 계속 흔들리고 있다. 최고 160km에 달하는 강속구를 가진 철벽 마무리 투수. 그를 향한 대표팀의 시선에도 우려가 있다.

김서현은 22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삼성 김영웅에게 결정적 동점 스리런을 허용했다.

경기 중반까지도 완전한 한화의 흐름이었다. 5회초에 터진 문현민의 스리런 홈런을 앞세워 4-0까지 앞서나가면서, 한국시리즈 진출이 눈앞에 보이는듯 했다. 신인 정우주가 '오프너'를 맡아 3⅓이닝을 무실점으로 완벽하게 막아냈고, 뒤이어 등판한 김범수와 박상원도 자신의 임무를 100% 수행했다.

묘한 흐름은 6회말 찾아왔다. 황준서가 주자를 깔아놓은 상태에서 1타점 적시타를 맞고 물러났고, 한화 벤치의 다음 선택이 김서현이었다. '홈런왕' 르윈 디아즈는 2루 땅볼로 잡았지만, 마지막 고비는 넘지 못했다. 시리즈 내내 타격감이 좋은 김영웅을 상대로 동점 스리런 홈런을 얻어맞고 말았다. 153km 직구도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2사 후 다시 볼넷을 연속 허용하자 결국 투수가 바뀌었다. 6회말에 불펜 난조로 분위기를 내준 한화는 7회말 김영웅에게 또 한번의 스리런포를 맞고 KO패를 당했다. 4대7 충격의 역전패였다.


'이미 징조는 있었다' 김서현 향한 감독의 뚝심, 대표팀 시선은 다르다
22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과 한화의 PO 4차전. 6회말 2사 1, 2루. 강판 당하는 한화 김서현. 대구=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10.22/
김경문 감독은 경기가 패배로 끝난 후에도 계속해서 김서현에 대한 신뢰를 강조했다. 선수단을 이끄는 감독의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김서현은 정규 시즌 33세이브를 하면서 이 부문 리그 2위를 차지했다. 지난해까지는 '미완의 대기'에 불과했지만, 올해 김경문 감독이 전폭적 신뢰로 선수를 다독이면서 리그 최상급 마무리 투수로 변신했다.

불펜 약점이 명확했던 한화가 정규 시즌 2위라는 쾌거를 이룰 수 있었던 데에는, 분명 김서현의 활약이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감독으로서 선수를 계속해서 믿는다고 이야기 해주며, 다시 살아나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신호는 분명히 있었다. 전반기와 후반기 김서현의 모습이 달라졌다. 최고 160km에 육박하는 강속구를 던지지만, 후반기 들어 이 강속구를 맞아나가는 비율이 높아지면서 실점이 늘어났고 자신감 하락으로 이어졌다.


특히 정규 시즌 끝이 너무 좋지 않았다. 10월 1일 한화가 역전 1위 희망을 실낱같이 이어가고 있던 상황에서, 인천 SSG전에 이율예에게 끝내기 홈런을 허용한 김서현은 스스로 엄청난 자책을 할 정도로 심리적 고통을 호소했다.


'이미 징조는 있었다' 김서현 향한 감독의 뚝심, 대표팀 시선은 다르다
19일 대전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삼성과 한화의 PO 2차전. 김서현과 최재훈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대전=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10.19/
이후 플레이오프에 들어와서도 계속 좋지 않은 모습이 나오고 있다. 지난 18일 1차전에서 한화가 9-6으로 앞선 9회초 세이브 상황이 되자, 김경문 감독은 김서현을 마운드에 올렸다. 그런데 선두타자 이재현에게 솔로포를 맞고, 1사 후 이성규에게 1타점 적시타를 맞으면서 턱밑까지 쫓기는 상황이 나오고 말았다. 결국 김서현은 경기를 끝내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팀은 이겼지만, 찝찝한 마무리였다.

김서현이 후반기 이후 부진하면서, 대표팀의 고민도 커졌다. 김서현은 다음달 열릴 체코, 일본과의 평가전에 국가대표로 이름을 올렸다. 류지현 감독을 비롯한 대표팀 코칭스태프도 리그 주요 선수들의 컨디션을 계속해서 확인하고 있는데, 김서현의 부진이 이어지니 자연스럽게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이미 징조는 있었다' 김서현 향한 감독의 뚝심, 대표팀 시선은 다르다
18일 대전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삼성과 한화의 PO 1차전. 9회초 1점차 추격을 허용한 김서현이 마운드를 내려가고 있다. 대전=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10.18/
평가전 엔트리 구성상, 김서현이 당장 마무리 중책을 맡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세이브 1위 박영현(KT)이나 리그 마무리 투수 가운데 세부 데이터가 가장 좋은 조병현(SSG)이 있기 때문에, 두 사람의 더블 스토퍼 체제로 가도 크게 무리는 없다.

하지만 김서현에게 기대했던 역할이 있다. 국제 대회에서 낯선 해외 타자들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결국 빠르고 강한 공을 던지는 투수가 많을 수록 좋다. 선발에 문동주가 있지만, 불펜에 김서현이 그런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부진이 깊어질 경우 대표팀도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 비록 다음달은 평가전이고, 진정한 본 무대는 내년 3월에 열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지만 김서현에게는 터닝포인트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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