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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이러면 안되는데….'
경기 중반까지도 완전한 한화의 흐름이었다. 5회초에 터진 문현민의 스리런 홈런을 앞세워 4-0까지 앞서나가면서, 한국시리즈 진출이 눈앞에 보이는듯 했다. 신인 정우주가 '오프너'를 맡아 3⅓이닝을 무실점으로 완벽하게 막아냈고, 뒤이어 등판한 김범수와 박상원도 자신의 임무를 100% 수행했다.
묘한 흐름은 6회말 찾아왔다. 황준서가 주자를 깔아놓은 상태에서 1타점 적시타를 맞고 물러났고, 한화 벤치의 다음 선택이 김서현이었다. '홈런왕' 르윈 디아즈는 2루 땅볼로 잡았지만, 마지막 고비는 넘지 못했다. 시리즈 내내 타격감이 좋은 김영웅을 상대로 동점 스리런 홈런을 얻어맞고 말았다. 153km 직구도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2사 후 다시 볼넷을 연속 허용하자 결국 투수가 바뀌었다. 6회말에 불펜 난조로 분위기를 내준 한화는 7회말 김영웅에게 또 한번의 스리런포를 맞고 KO패를 당했다. 4대7 충격의 역전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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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펜 약점이 명확했던 한화가 정규 시즌 2위라는 쾌거를 이룰 수 있었던 데에는, 분명 김서현의 활약이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감독으로서 선수를 계속해서 믿는다고 이야기 해주며, 다시 살아나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신호는 분명히 있었다. 전반기와 후반기 김서현의 모습이 달라졌다. 최고 160km에 육박하는 강속구를 던지지만, 후반기 들어 이 강속구를 맞아나가는 비율이 높아지면서 실점이 늘어났고 자신감 하락으로 이어졌다.
특히 정규 시즌 끝이 너무 좋지 않았다. 10월 1일 한화가 역전 1위 희망을 실낱같이 이어가고 있던 상황에서, 인천 SSG전에 이율예에게 끝내기 홈런을 허용한 김서현은 스스로 엄청난 자책을 할 정도로 심리적 고통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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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현이 후반기 이후 부진하면서, 대표팀의 고민도 커졌다. 김서현은 다음달 열릴 체코, 일본과의 평가전에 국가대표로 이름을 올렸다. 류지현 감독을 비롯한 대표팀 코칭스태프도 리그 주요 선수들의 컨디션을 계속해서 확인하고 있는데, 김서현의 부진이 이어지니 자연스럽게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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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김서현에게 기대했던 역할이 있다. 국제 대회에서 낯선 해외 타자들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결국 빠르고 강한 공을 던지는 투수가 많을 수록 좋다. 선발에 문동주가 있지만, 불펜에 김서현이 그런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부진이 깊어질 경우 대표팀도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 비록 다음달은 평가전이고, 진정한 본 무대는 내년 3월에 열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지만 김서현에게는 터닝포인트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