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칠 수 없는 공이었다" 삼성-한화 희비 가른 김영웅-김서현 맞대결 재구성...왜 하필 딱 그 코스로

기사입력 2025-10-23 12:07


"절대 칠 수 없는 공이었다" 삼성-한화 희비 가른 김영웅-김서현 맞대결…
22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과 한화의 PO 4차전. 6회 동점 3점홈런을 날린 삼성 김영웅. 대구=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10.22/

[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왜 하필 그 좋은 공이, 그 위치로 날아가서...

삼성 라이온즈 김영웅은 헛스윙 두 번을 했다. 깜짝 놀랐다. 그런데 3구째 153km 불같은 강속구를 완벽한 타이밍에 받아쳐버렸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삼성은 22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7대4 기적과 같은 역전승을 일궈냈다. 6회말 직전까지 0-4로 밀리며 한국시리즈 진출 실패의 기운이 감돌았었는데, 6회와 7회 터진 김영웅의 믿기 힘든 연속 스리런 홈런 2방으로 전세를 뒤집어버렸다. 삼성 박진만 감독이 "선수, 지도자 인생 통틀어 가장 짜릿한 승리"라고 했을 정도로 극적인 승부였다.

6회 동점포, 한화 김서현이 또 충격적인 홈런을 허용했다. 정규시즌 마지막 SSG 랜더스전에서 9회 현원회, 이율예 두 신예 선수들에게 연속 홈런을 맞고 무너졌다. 그 충격이 가신줄 알았는데,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도 이재현에게 홈런을 맞고 연속 안타를 내주며 세이브 기회를 날리고 강판됐다. 그리고 4차전 또 한 번 아픔을 맛봐야했다.


"절대 칠 수 없는 공이었다" 삼성-한화 희비 가른 김영웅-김서현 맞대결…
22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한화와 삼성의 플레이오프 4차전, 6회말 1사 1,3루 김영웅이 동점 3점홈런을 치고 환호하고 있다. 대구=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10.22/
사실 김서현의 컨디션은 나쁘지 않아보였다. 연습 투구 때부터 대포알같은 직구가 포수 미트에 펑펑 꽂혔다. 김서현은 앞선 아픈 기억을 날리는 방법은 자신의 공을 믿고 과감하게 승부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듯이 투지를 불태웠다. 사실 그게 맞는 길이기는 했다. 심리적으로 움츠러들어 도망가는 승부를 하면, 될 것도 안 되는게 야구이기 때문.

초구 156km 강속구가 한가운데로 날아들었다. 김영웅이 스윙을 했지만 헛쳤다. 김영웅은 "그렇게 빠른 공이 올 거라 생각도 못했다. 앞쪽에 타이밍을 두고 친다고 쳤는데도 안 맞더라"라고 설명했다.

2구째 155km 직구가 다시 높게 들어왔다. 또 헛스윙. 김영웅은 "1구를 보고, 더 빨리 휘두르겠다고 생각하고 방망이를 돌렸는데 또 안 맞더라. 높게 들어오니 더 대처가 어려웠다. 다음 공도 높게 오면, 절대 칠 수 없는 공이라 생각했다"고 돌이켰다.


"절대 칠 수 없는 공이었다" 삼성-한화 희비 가른 김영웅-김서현 맞대결…
22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한화와 삼성의 플레이오프 4차전, 7회말 1사 1,2루 김영웅이 3점홈런을 치고 기쁨을 나누고 있다. 대구=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10.22/
2S. 유인구가 올 수 있는 상황. 하지만 김영웅은 "내가 두 번 연속 방망이가 완전히 늦었다. 상대가 변화구는 던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직구가 올 걸로 확신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높으면 칠 수 없는 공이니, 낮게만 오라고 생각했다. 낮은 쪽을 노리고 있었는데, 때마침 낮은 코스로 공이 왔다"고 덧붙였다.


좋아하는 코스에 구속이 조금 떨어진 153km 공이 날아오니, 감각적으로 몸이 반응했다. 그렇게 그림같은 홈런포가 완성됐다.

김서현의 투구 스타일상, 그 코스를 노려 던진 것 같지는 않았다. 공에 힘이 있으니, 가운데만 보고 자신있게 던지자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운명의 장난처럼, 하필 그 공이 그 코스로 날아갔다. 조금만 더 위거나, 옆쪽이었거나, 아래로 갔다면 홈런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일이 꼬일라고 하니, 정말 한 없이 꼬이는 김서현의 가을이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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