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 넘어라" 이건희 전 회장 5주기와 기적의 '가을 삼성', 다시 살아나는 삼성의 스포츠DNA 레거시

기사입력 2025-10-24 07:51


"한계 넘어라" 이건희 전 회장 5주기와 기적의 '가을 삼성', 다시 살…
(더반=연합뉴스) 이상학 기자 = 2018 평창동계올림픽 유치활동에 나선 이건희 삼성회장이 4일 오후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 리버사이드 호텔 내 유치위본부를 방문해 취재진을 격려한 뒤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1.7.5

[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삼성 라이온즈가 각본 없는 드라마로 가을 하늘을 파랗게 물들이고 있다.

삼성은 22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6,7회 잇달아 터진 김영웅의 연타석 스리런 홈런 2방에 힘입어 7대4 역전승으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5전3선승제 플레이오프에서 1승2패로 벼랑 끝에 몰렸던 삼성은 5회까지 0-4로 뒤지며 패색이 짙었다.

누가 봐도 힘 빠지는 상황. 하지만 포기는 없었다. 구원 투수들이 버티는 사이 김영웅이 6회 동점 스리런홈런, 7회 역전 스리런홈런을 날리며 구장을 가득 메운 홈팬들에게 잊을 수 없는 인생경기를 선사했다.

스스로의 한계를 돌파하고 살아남은 삼성은 24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권을 놓고 한화와 5차전을 치른다.

가을야구 맨 밑바닥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10경기를 치르고 올라온 삼성은 체력소모가 크지만 5차전 필승을 다짐하고 있다.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과 '왕조의 끝' 2014년 이후 11년 만의 우승도전 길이다.


"한계 넘어라" 이건희 전 회장 5주기와 기적의 '가을 삼성', 다시 살…
22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한화와 삼성의 플레이오프 4차전, 7회말 1사 1,2루 김영웅이 3점홈런을 치고 있다. 대구=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10.22/

"한계 넘어라" 이건희 전 회장 5주기와 기적의 '가을 삼성', 다시 살…
(더반AFP=연합뉴스) 이건희 IOC 위원(삼성전자 회장)이 7일 남아공 더반에서 발표된 IOC 제123차 총회의 2018동계올림픽 개최지 결정 1차 투표 결과 발표에서 평창이 확정되자 기뻐하고 있다. 2011.7.7
꼭 이겨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있다. 5차전 다음날인 10월25일은 2020년 타계한 삼성 이건희 선대회장의 5주기다. 삼성 그룹은 최근 잇단 추모행사를 열며 고인을 기리고 있다.

선수들은 "극한으로 집중하는 가을야구는 10경기가 한계"라고 털어놓는다. 라이온즈가 11번째 가을야구에서 승리하고 최고무대에 오르면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극기'와 '투혼'의 상징적 탑을 쌓게 된다. '더 높은 곳을 향해 비상하라(Fly Higher)'는 가을야구 캐치프레이즈와 딱 맞아 떨어지는 상황.


삼성 그룹은 이건희 회장 타계 후 여러가지 대내외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올해 재도약에 힘찬 시동을 걸었다. 글로벌 반도체 경기가 회복되면서 삼성전자는 실적 개선 속에 주가는 10만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훈풍이 그룹사 전체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

이에 맞물려 1200만 관중을 돌파한 국내 최고 인기스포츠 프로야구에서도 역대 최다 관중(164만명) 팀 삼성 라이온즈의 가을투혼이 일등기업 삼성의 자존심 회복의 상징적 장면으로 각인되고 있다.

야구인기 폭발 속에 급속도로 젊어진 야구팬들 사이에 삼성은 인기와 실력에서 확고한 명문구단으로 자리매김 중이다. 대구라는 지역 사회를 넘어 전국구 인기구단으로 판을 바꾸고 있다.

야구단을 보는 그룹의 시선도 확 달라졌다. 과거 '돈 먹는 하마'에서 지금은 '억만금을 줘도 안 파는' 귀한 가치가 됐다. 기업의 핵심 마케팅 타깃층이 '힙한 장소'가 된 야구장으로 몰리자 계열사들은 앞다퉈 야구 마케팅을 늘리고 있다.

바로 그 삼성 라이온즈를 창단하고 초대 구단주를 맡은 인물이 이건희 선대회장이었다. 전폭적 관심과 지원으로 가장 먼저 팀을 창단하고, 성장시켰다.

이건희 회장은 야구를 넘어 스포츠 전체에 진심이었다. 스포츠가 국민에게 어떤 의미인가를 일깨워준 인물이었다. 한걸음 앞선 선진시스템 도입을 통해 야구, 축구, 농구, 배구 팀을 1등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삼성 스포츠단의 전성시대는 '경제도 일류, 스포츠도 일류'라는 지향점이 조화를 이루던 시기였다.

삼성은 '국민들의 건강한 여가선용'이란 명분 하에 이익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차원에서 스포츠에 대한 투자를 꾸준히 늘렸다. 지속가능한 ESG경영의 출발점이었다. 이건희 회장은 탁구, 테니스, 럭비, 배드민턴, 태권도, 육상 등 비인기 종목에 대한 투자도 아끼지 않았다. IOC 위원을 역임하며 평창올림픽 유치 등 국위선양에도 힘썼다.
"한계 넘어라" 이건희 전 회장 5주기와 기적의 '가을 삼성', 다시 살…
29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5 프로야구 한국시리즌 3차전 삼성과 두산의 경기가 열렸다. 3회말 2사 만루서 두산 민병헌이 좌익수 플라이로 아웃되자 관중석이 이재용 부회장 등 가족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2015.10.29.

"한계 넘어라" 이건희 전 회장 5주기와 기적의 '가을 삼성', 다시 살…
22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과 한화의 PO 4차전. 삼성이 한화이 승리했다. 경기 종료 후 승리의 기쁨을 나누고 있는 삼성 선수들. 대구=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10.22/
이건희 회장은 스포츠를 단순히 스포츠로만 보지 않았다. '각본 없는 드라마' 감동의 원천인 스포츠 정신을 일류기업을 향한 환골탈태 변화의 모티브로 삼았다.

생전 수많은 어록을 남긴 이건희 전 회장은 "250야드 이상을 치려면 스탠스, 그립 등 모든 것을 하나하나 다 바꿔야만 가능하다"며 내 안의 한계 돌파를 위한 근본적 변화의 필요성을 늘 강조했다. '도전→변화→성장'의 스포츠 도약 과정을 기업 성장에 적용했다. 그는 "두려운 것은 실패가 아니라 실패를 되풀이 하는 것"이라며 "도전하면 실수를 많이 하지만, 이 실수는 재산이 된다"며 도전과 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가지를 천번하면 박사가 된다"며 "경쟁자와 똑같이 해서 는 이길 수 없다. 변화만이 살길"이라고도 했다.

행복한 가을야구를 만끽하고 있는 삼성 라이온즈. 스포츠 사랑이 각별했던 이건희 선대회장의 5주기와 맞물려 잠시 소강상태였던 삼성 스포츠단이 다시 한번 일류를 향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글로벌 환경변화 대응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은 지난 2015년 한국시리즈 당시 가족과 함께 잠실야구장을 찾아 삼성을 응원했다. 10년 세월이 흐른 2025년. 삼성이 기적 같은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뤄낸다면 다시 그때처럼 이재용 회장을 야구장에서 보고 싶다는 팬들의 목소리가 높다. 이재용 회장의 야구장 방문은 삼성 스포츠 재도약의 상징적 장면이 될 것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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