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한국인 두번째' 누가 314억짜리 계약 비웃었나, 전설들과 같은 반지 낀 승자

기사입력 2025-11-03 00:03


'역사상 한국인 두번째' 누가 314억짜리 계약 비웃었나, 전설들과 같은…
월드시리즈를 앞두고 팀 훈련을 소화하는 김혜성. AFP연합뉴스

[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그 무대의 주연이 되지 못한 것은 분명 아쉽지만, 그래도 웃으며 마쳤다. 메이저리그 첫 시즌을 마친 김혜성이다.

김혜성의 소속팀 LA 다저스는 2일(이하 한국시각) 캐나다 토론토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월드시리즈 7차전에서 5대4로 승리했다. 5차전 패배로 벼랑 끝에 몰려있던 다저스는 6차전에 야마모토 요시노부와 타일러 글래스노우까지 쓰면서 잡는데 성공했고, 7차전까지 연장전에 터진 포수 윌 스미스의 역전 결승포, 야마모토의 투혼의 불펜 투구를 앞세워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에 이어 '백투백' 우승이다.

우승의 기쁨은 한국인 메이저리거 김혜성도 만끽했다. 다사다난했던 김혜성의 루키 시즌이 생애 첫 지구 우승, 월드시리즈 우승이라는 화려한 타이틀로 막을 내렸다.

월드시리즈 전까지 대주자로 한차례 나와 결승 득점을 올렸고, 월드시리즈 시작 이후 6차전까지 한번도 출장 기회를 잡지 못했던 김혜성은 7차전 마지막 이닝 수비때 2루 대수비로 나섰다. 직접 아웃카운트를 처리하지는 않았지만, 매끄러운 수비 움직임으로 팀의 승리를 지킨 마지막 아웃카운트 3개를 합작했다. 모든 야구선수들이 꿈꾸는 바로 그 그라운드에 직접 선 것이다.


'역사상 한국인 두번째' 누가 314억짜리 계약 비웃었나, 전설들과 같은…
월드시리즈 7차전에서 2루 대수비로 나온 김혜성. EPA연합뉴스
아쉬움도, 벅찬 성취감도 있었던 루키 시즌이다. 김혜성이 1년전 원 소속팀 키움 히어로즈 구단의 동의를 얻어 메이저리그 포스팅에 나섰을 때까지만 해도, 미래가 불투명했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관심을 보였던 것은 맞지만, 실제 어느정도 수준의 오퍼를 받을 수 있을지 확답하기가 어려웠다.

몇몇 구단들과 협상을 이어가던 김혜성은 결국 다저스를 택했다. 김혜성에게 관심을 보였던 구단들 중에, 다저스보다 더 나은 조건을 내밀거나 김혜성이 주전으로 뛸 가능성이 더 높았던 팀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저스는 지난해 월드시리즈 우승팀으로, 이미 어지간한 특급 선수들도 주전으로 명함을 못내밀 수준의 뎁스를 가지고 있다. 아시아 출신의 루키, 장타력이 약한 김혜성이 과연 다저스에서 로스터 생존 경쟁을 해나갈 수 있을지 부정적인 전망이 지배했다.

다저스와의 계약 조건도 3+2년 최대 2200만달러(현재 환율로 약 314억원)로, 메이저리그에서는 거의 헐값 계약에 해당된다. 특히 '스몰마켓'팀이라면 모를까, 수천억 몸갑 선수들이 여럿인 다저스에서는 더더욱 존재감이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역사상 한국인 두번째' 누가 314억짜리 계약 비웃었나, 전설들과 같은…
AFP연합뉴스
우려는 현실이 됐다. 시범경기에서 주전 경쟁에 밀린 김혜성은 트리플A에서 개막을 맞이했다. 타격 메커니즘이 빅리그 레벨이 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게 데이브 로버츠 감독의 평가였다. 다행히 김혜성이 트리플A에서 좋은 성과를 성적으로 보여줬고, 시즌 초반 빠르게 콜업 기회가 찾아왔다. 그 기회를 김혜성이 잡았다.


김혜성은 올해 정규 시즌에서 71경기를 뛰었고, 161번 타석에 서서 타율 2할8푼 3홈런 17타점 OPS 0.699를 기록했다. 팀내에서의 입지는 후순위 내외야 백업 멀티 요원이자 대주자. 아직 타격에 대한 확실한 믿음을 주지는 못하고 있지만, 연봉을 감안했을때 첫 시즌 이정도의 활약도 훌륭한 백업 수준이라는 현지 팬들의 평가를 받고 있다. 다저스가 월드시리즈 내내 일부 주전 선수들의 지독한 타격 부진 때문에 고민하고 있을때, '김혜성을 좀 써보라'는 현지 다저스팬들의 원성이 과장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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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datory Credit: Kevin Sousa-Imagn Images 연합뉴스
김혜성이 헐값 계약을 하며 다저스를 선택한 것이 어리석은 선택이 될 것이라는 악담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김혜성은 돈을 주고도 사지 못할 경험을 했다.

오타니 쇼헤이, 야마모토 요시노부, 프레디 프리먼, 무키 베츠, 클레이튼 커쇼 같은 세계적인 선수들과 함께 뛰고, 함께 호흡하고, 함께 기뻐하며 세계 최정상의 자리를 맛 봤다. 전설적인 선수들 중에서도 얻지 못한 사람이 수두룩한 월드시리즈 반지를 비록 비중 적은 조연으로라도 손에 넣었다. 역대 한국인 선수로는 김병현에 이은 두번째, 한국인 야수로는 첫번째 역사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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