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격으로 잡는 게 맞나 싶다" 충격을 넘어 미친 FA 몸값, 이러다 지갑 닫히는 건 한순간이다

최종수정 2025-11-12 00:07

"이 가격으로 잡는 게 맞나 싶다" 충격을 넘어 미친 FA 몸값, 이러다…
13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IA와 LG의 경기, 2회말 문보경의 내야땅볼 타구를 잡아 1루에서 잡아내는 박찬호의 모습. 잠실=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09.13/

[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이런 가격으로 잡는 게 맞나 싶다."

KBO리그 A구단 실무 직원의 한탄이다. 무슨 의미일까.

FA 시장이 개막됐다. 아직 1호 계약자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그만큼 치열한 물밑 작업이 진행중이라는 의미다.

FA 선수 영입은 각 팀들이 단숨에 전력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회다. 물론, 선수를 얻기 위해 돈이 들어가는 건 필수다.

그런데 그것도 상식선이어야 투자가 가능하다. 유독 올해 FA 시장 개막 후 각 구단들의 한숨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위에서 언급한 A구단은 이번 FA 시장 공격적 투자를 준비한 팀이다. 많게는 2명까지 외부 FA 영입을 노리고 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이 가격으로 선수를 잡는 게 맞나 싶다. 상상 이상의 몸값이다. 이러면 발을 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외부에 공개하지는 못하지만, 이미 구단 내부에는 선수들의 예상 몸값이 속속 전해지고 있다. 충격을 넘어선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다른 팀 오퍼를 받았다며 몸값이 올라가는데, 믿기 힘든 지경"이라고 솔직하게 밝혔다.


"이 가격으로 잡는 게 맞나 싶다" 충격을 넘어 미친 FA 몸값, 이러다…
23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KBO리그 KT 위즈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1회말 1사 1,2루 KT 강백호가 안타를 날리고 있다. 수원=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9.23/
올해 FA 시장 최대어는 유격수 박찬호, 강타자 강백호가 꼽힌다. 여기에 나이는 많지만 LG 트윈스 우승에 큰 공헌을 한 김현수, 박해민 등도 주목을 받고 있다.

시장에서 경쟁이 붙을 선수들은 이 정도다.


박찬호가 대표적이다. 주전 유격수가 없는 팀들이 많아 인기가 많을 걸로 예상됐다. 하지만 과한 측면이 있다. 4년 기준 총액 100억원 얘기가 나온다. 뛰어난 선수인 건 맞지만, 기존 계약 사례들을 봤을 때 수비형 선수가 100억원을 받은 적은 없었다. 불과 작년 유격수 심우준이 50억원에 계약한 것도 '오버페이'라고 난리가 났었다. 박찬호가 3할을 칠 수 있는 타자라고는 하지만, 4년 기준 100억원 가치가 있는 선수냐고 할 때 모든 구단 관계자들이 고개를 가로젓는다. 그런데 영입전에는 뛰어들고 있으니 아이러니컬한 상황이다.

김현수도 마찬가지다. LG 트윈스의 통합 우승을 이끌었고, 한국시리즈 MVP로 건재함을 알렸다. LG와의 2년 25억원 옵션을 달성하지 못해 FA로 나오게 됐는데, 그게 전화위복이 된 상황이다. 하지만 김현수도 내년에 40세다. 불혹에 접어든 선수에게 계약 기간과 총액을 늘려주는 건 위험한 선택일 수 있다. 그런데 2년 25억원은 기본값이 됐고, 거기서 더 상향된 조건이 시장가로 형성되면 구단들은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 가격으로 잡는 게 맞나 싶다" 충격을 넘어 미친 FA 몸값, 이러다…
31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5차전 한화 이글스와 LG 트윈스의 경기. 한국시리즈 MVP 김현수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전=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10.31/
만약 자기 돈으로 구단 운영을 한다면 신중에 신중을 기할 것이다. 하지만 KBO리그는 그런 구조가 아니다. 모그룹 돈을 받아 쓴다. 그리고 성적이 나야 감독, 프런트 수뇌부가 생존할 수 있는 구조다. 일단 살아남기 위해 쓰고 보자는 식의 투자가 반복된다. 그러니 선수의 객관적 능력 판단은 무의미하고, 해마다 오버페이 논란이 나온다. 실력으로 돈을 받는 것보다 시기적, 상황적 운을 잘 타고난 선수들이 성공하는 판이 돼버렸다.

하지만 이것도 너무 지나치면, 저항이 생길 수밖에 없다. 에이전트 시대를 맞이해 터무니 없이 치솟는 몸값에 구단들이 질려버리면, 지갑을 닫게 될 여지도 생길 수 있다. 실제 실탄을 두둑히 장전한 것으로 알려졌던 B구단은 최근 준척급 매물들로 눈을 돌렸다고 한다. 지나친 오버페이 여론은 모기업의 눈치를 보게 만든다.

물론, 그런 분위기가 만들어질 때마다 '우리는 살아야 한다'며 과도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구단들이 나오니 문제는 해결이 되지 않는다. 결국 돈은 구단들 스스로 쓰는 것이다. 달라고 하는대로 주고, 너무 심한 거 아니냐고 욕할 것도 없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