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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관심을 모았던 한·일 평가전. 유종의 미로 가벼운 귀국 걸음을 만들었다.
내년 봄 WBC를 대비하기 위한 평가전. 아시아 최강 일본과의 평가전을 통해 한국야구의 현재를 가늠해볼 수 있었다. 자신감도 얻었고, 숙제도 받아왔다.
아직은 극복하기 힘든 한일 간 수준 차이도 확인했다. 특히 마운드 쪽 차이가 도드라졌다. 하지만 한국은 루키가 대거 포함돼 있는 등 젊은 투수 위주인 만큼 일본투수들의 실전 마운드 운용을 보고 배울 게 많았던 유익한 평가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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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띈 건 생각보다 활발했던 타선. 극강의 일본 투수진을 상대로 고전할 거라 예상했던 타선은 외의로 활발했다.
도쿄돔과 일본 투수 적응을 마친 2차전은 더 활발했다. 장단 9안타로 7득점 했다. 일본타선도 못친 홈런을 두방이나 날리며 추격전을 펼친 끝에 결국 7대7로 비겼다. 끈질긴 타선의 힘이 돋보였다. 한국 타선의 매력은 역시 큰 것 한방에 있었다. 안현민이 8회 홈런으로 1점 차를 만들었고, 김주원이 9회 2사 후 극적인 동점 홈런을 터뜨렸다. 1차전 괴력의 선제 홈런으로 주목받은 안현민은 경계대상 1호였다. 그 틈을 타 3타석 연속 볼넷으로 출루하는 센스를 보였다. 송성문 문현빈 박해민이 멀티히트로 국제용임을 입증했다. 신민재도 2경기 연속 안타에 타점까지 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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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경기에서 4사구를 11개→12개씩 무려 23개를 허용했다. 2차전에서는 4차례의 밀어내기 볼넷을 내줬다. 오원석 조병현 김영우 배찬승 등 젊은 강속구 투수들이 수난을 겪었다. 볼카운트를 앞서가야 타자와의 승부에서 이길 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평범한 사실을 되새긴 경기.
세계적 수준의 마운드를 자랑하는 일본 야구. 상대적으로 타선이 강력한 편은 아니다. 홈런을 펑펑 치는 스타일도 아니다. 엄밀히 말하면 한국은 투고타저였어야 정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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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에 새로 도입된 자동 볼판정 시스템(ABS) 영향을 간과할 수 없다. 한국형 ABS는 넓게 조정돼 있다. 43.18cm 폭인 홈플레이트를 기준으로 좌우 각 2cm씩 넓힌 47.18cm를 기준으로 한다. 자체가 넓은데다 끝선에 스치기만 해도 스트라이크다. 투수 입장에서는 존을 넓게 쓸 수 있다. 반면, 타자들로선 몸쪽과 바깥쪽 꽉 차는 공에 대한 대응이 쉽지만은 않은 편.
상하 존은 타자의 키가 기준이다. 존 하단은 지면으로부터 키의 27.64% 높이, 상단은 키의 56.35% 높이다. 상하의 경우 두개의 면을 통과해야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는다.
이번 평가전은 ABS가 아닌 메이저리그 심판이 판정했다. 당연히 좌우 폭이 좁아졌다. 원래 스트라이크존은 홈플레이트 넓이가 기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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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좌우가 좁아진 S존,상승기류로 홈런이 잘 터지는 도쿄돔에 대한 의식, 일본 타자들에 대한 낯설음, 한국보다 급해진 피치클락이 겹쳐 불필요한 힘이 들어갔다. 말도 안되는 폭투가 종종 이어졌다. 평정심을 유지하기 힘들었던 탓이었다.
ABS 탓으로 감싸기엔 한국의 젊은 투수들과 일본 투수들 간 수준 차이가 아직 있어 보였다.
한국투수들은 유리한 볼카운트를 잡고도 의미 없는 유인구로 점점 불리해지다 안타를 맞거나 볼넷을 내줬다. 반면, 일본투수들은 빠른 템포와 강한 공을 바탕으로 타자가 칠 만한 타이밍 마다 떨어지는 변화구 유인구로 타자들의 헛스윙을 이끌어냈다. 구석구석 S존 활용폭도 넓었고, 포크볼이나 슬라이더의 스피드도 직구처럼 보일 만큼 빨랐다.
일본 타선을 의식하다 수세에 몰렸던 한국의 젊은 투수들로선 일본 투수들의 공격적 피칭을 유심히 보고 배워야 할 부분이 많았다. 오승환, 정민철 해설위원도 "친다고 다 안타가 되는 것도 아니다. 과감하게 붙었으면 좋겠다"며 주눅들어 피해가는 피칭에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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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어보이는 공에 대해 배트를 내지 않으면서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가져갈 수 있었다. 1차전에 4사구 3개에 그쳤던 한국 타자들은 인간 S존에 적응한 2차전에는 무려 9개의 4사구를 일본 투수들로부터 얻어냈다. 볼카운트가 유리해지면서 풀스윙 찬스도 확보할 수 있었다.
수비와 주루에서는 한일 양국의 수준 차를 딱히 느낄 수 없었다. 정우주의 송구 실책 하나가 있었을 뿐 한국 야수진은 집중력 있는 수비를 선보였다.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도 돋보였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