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는 지난 20일 "FA 강백호(26)와 4년 총액 100억원(계약금 50억원, 연봉 30억원, 인센티브 30억원)에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강백호는 타율 3할과 20~30개의 홈런을 가능한 KBO 대표 강타자. 올 시즌에는 부상 여파로 95경기 타율 2할6푼5리 15홈런 61타점 OPS 0.825로 다소 주춤했지만, 2024년 26홈런을 치는 등 타석에서 존재감은 남다르다.
강백호의 한화행. 관심은 '등번호'에도 몰렸다. 강백호는 KT에서 뛸 당시 50번을 달고 뛰었다. 현재 한화에서 50번을 쓰고 있는 선수는 이원석(26).
이원석은 올 시즌 129경기에 출전해 대수비와 대주자 등으로 활약하며 22도루를 기록했다. 경기 중·후반 한 점 싸움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아왔다.
FA로 대형 선수가 이적할 경우 기존에 쓰던 번호를 원할 경우 해당 선수에게 양해를 구하며 선물을 주기도 한다. 강백호와 KT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심우준은 "이원석이 뭔가를 받을 생각에 신났다"고 웃었다.
FA 강백호가 20일 한화 이글스와 4년 총액 100억원 계약했다.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이원석에게도 50번은 소중한 번호였다. 이원석은 "우상인 무키 베츠(LA 다저스) 선수의 등번호인데, (이)성열 선배님이 은퇴를 하는 시기와 맞물려서 50번을 달게 됐다"라며 "올해 등번호 조사를 하는데 1순위부터 3순위까지 적어내야 하는데 모두 50번을 적어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절친' 강백호이기에 선뜻 내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원석은 "(강)백호와 에이전트도 같고, 같이 어울리기도 한다. 원래 친해서 장난도 많이 치는데 예전에 한 번 한화에 오면 50번을 달으라는 말을 해줬다. 밥 한 번 사주면 양보하겠다고 했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원석은 이어 "동갑이지만 FA로 오는 선수다. 바로 양보할 생각을 했다. 번호가 영원히 내 거일 수는 없다"라며 "부모님도 좋아하시기도 하지만, 등번호를 바꿀 수도 있다고 말씀드렸다"고 했다.
21일 강백호와 통화하는 이원석. 미야자키(일본)=이종서 기자
이미 한 차례 협상(?)은 이뤄졌다. 지난 21일 청백전을 마친 뒤 심우준의 주선으로 통화가 이뤄졌다. 강백호는 아직 한화에서 50번을 쓸 지 결정하지 못한 상황.
다만, 이원석은 새로운 번호도 생각해뒀다. 이원석은 "50번을 정말 좋아하지만, 바꾸게 된다면 0번을 달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 두산과 FA 계약을 한 박찬호는 7번을 희망했고, 두산에서 7번을 달고 있던 이교훈에게 가방을 사주기로 했다. '가방이 탐나지 않나'라는 말에 이원석은 "전혀 없다"라며 "친구가 와서 번호로 좋은 기운을 받고 좋은 성적이 나면 나도 좋은 일이다. 밥 한 끼 같이 먹으면 된다"고 미소를 지었다. 미야자키(일본)=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