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좋은 출발과 아쉬운 마무리, 2025년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한 시즌은 이렇게 축약된다. 하지만 미국 현지에서는 지난해 이정후의 시즌 초반 활약상에 꽤 깊은 인상을 받은 듯 하다.
그럴 만 했다. 지난해 3~4월 이정후의 월간 타율은 3할1푼9리, OPS(출루율+장타율) 0.901이었다. wRC+(조정 득점 창출력)은 151에 달했다. 세 부문 모두 팀내 1위를 달렸다. 이런 이정후의 활약 속에 샌프란시스코는 3~4월 19승12패로 6할 승률(0.613)을 기록하며 순항했다.
하지만 이내 환희는 멈췄다. 5월 타율이 2할3푼1리, 6월 타율은 1할4푼3리까지 떨어졌다. 7월에 2할7푼8리, 8월에 3할, 9월에 3할1푼5리로 반등한게 그나마 위안거리였다. 최종 성적은 150경기 타율 2할6푼6리(560타수 149안타) 8홈런 55타점, OPS 0.734. 샌프란시스코는 81승81패로 5할 승률에 턱걸이 했으나,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4위로 포스트시즌행에는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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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즌은 이정후의 빅리그 데뷔 2년째 시즌. 하지만 2024시즌 부상으로 중도 하차했던 것과 달리 지난해에는 풀타임 시즌을 보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나쁘지 않은 성적으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6년 총액 1억1300만달러(약 1637억원)의 몸값을 고려하면 마냥 만족하기 힘든 성적인 것도 사실이다.
미국 스포츠매체 디애슬레틱은 지난해 이정후의 부진을 두고 '콘텍트 능력은 좋지만 파워가 부족하고, 이로 인해 BABIP(인플레이타구 타율)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에 기복이 심할 수밖에 없다'며 '느린 스윙으로 상하체 분리 효과가 컸고, 결국 상대 투수들은 강한 직구를 활용해 대응하면서 자연스럽게 땅볼이 늘었다'고 전반기 부진을 분석했다.
이럼에도 미국 현지에서 이정후의 4월을 떠올리는 이유는 후반기 반등 때문. SB네이션의 스티븐 케네디는 '라인 드라이브 스윙 궤적이 돌아오면서 공을 당겨칠 수 있게 됐다. 4월처럼 눈부신 공격력은 아니었으나 기분 좋은 바닷바람 같은 느낌이었다'며 '지난해 실전 경험은 적응에 대한 부담을 덜게 할 것이고, 결과적으로 올 시즌 좋은 활약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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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네이션의 새미 히긴스도 5일(한국시각) '케니디의 지적대로 이정후는 시즌 초반 좋은 출발을 했으나 결국 슬럼프에 빠졌다'며 '하지만 팀 전체의 문제였기에, 이정후 개인만을 탓하긴 어려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관건은 수비다. SB네이션은 '팬그래프, 베이스볼 서번트 자료를 보면 이정후의 수비 지표는 상당히 실망스럽다. 특히 수비 득점 기여도(DRS)가 -18로 규정 이닝을 채운 중견수 중 최하위'라며 '물론 이 결과는 데뷔 시즌 다양한 환경과 긴 시즌, 주전 경쟁 등 갖가지 부담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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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정후가 올 시즌 타격 뿐만 아니라 수비 면에서도 안정감을 보여줘야 보다 높은 평가를 받게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