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판(미국)=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저희가 도쿄에서 좋은 타격감을 보일 수 있었던 이유도 존 때문 아니었나 싶었어요."
야구 대표팀은 10일부터 본격적인 사이판 1차 캠프 훈련 일정을 시작했다. 훈련은 전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공인구인 롤링스사의 공을 이용해 진행됐다. 아직 기술 훈련이 들어가는 시기는 아니지만, 가볍게 캐치볼을 하고, T배팅도 소화하면서 체력과 감각 두가지를 점검하는 1차 캠프를 치른다.
사실 국제대회는 공인구 뿐만 아니라 대회 자체 분위기에 적응해야 하는 또다른 과제가 있다. KBO리그의 경우, 이미 ABS(자동 볼/스트라이크 판정 시스템)을 경기에 정식 적용하고 있어서 기계가 스트라이크 여부를 판단한다. 경기 도중 기계에 오류가 있거나 작동이 멈추는 특수한 상황에만 주심이 육안으로 볼/스트라이크를 판정하고 있다. 피치클락도 메이저리그 기준으로 조금 더 타이트하다.
사실 이론적인 스트라이크존을 설정해 기준점을 통과하면 오차 없이 판정이 나오는 ABS와 달리, 사람인 주심이 순간 순간 판단을 내리는 스트라이크존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최대한 오차를 줄이려고는 하지만, 사람과 기계의 근본적 차이이기도 하다.
야구대표팀 박해민, 문현빈이 수비 훈련을 하고 있다. 고척=박재만 기자 동영상 캡처
KBO리그 소속 선수들의 경우 국제 대회에서는 이 부분이 오히려 혼란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투수와 타자 모두 ABS 존에 적응을 끝낸 상태인데, 국제 대회에서는 주심의 존 적응에 다시 온 신경을 기울여야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열린 일본 도쿄돔에서 열렸던 일본과의 평가전 2경기에서도 특히 투수들은 주심이 판단하는 스트라이크존 적응에 애를 먹기도 했다.
다만, 타자들의 경우 오히려 ABS보다 주심 존이 더 유리했다는 평가다. 11월 평가전에 출전했던 야수조 조장 박해민은 "타자들끼리 대화할때는 오히려 ABS를 하다가 심판이 보니까 스트라이크존이 작게 느껴졌다. 그래서 이득을 좀 본 것 같은 심리적인 느낌이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한국과 체코의 야구대표팀 평가전. 9회초 무사 1루 이재원이 투런포를 친 후 박해민의 환영을 받고 있다. 고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11.9/
존이 ABS보다 적으면 투수들은 스트라이크를 꽂아넣는데 애를 먹지만, 반대로 타자들은 '볼의 영역'이 넓어지기 때문에 볼카운트 싸움에서 한층 더 유리할 수밖에 없다.
박해민은 "일본전에서 우리 타자들이 전반적으로 좋은 타격감을 유지한 것도 그런 부분이 작용한 것 같다"고 했다.
ABS에 적응을 마친 KBO리그 선수들이 WBC에 출전해 빠르게 감을 찾기 위해서는 결국 초반 존 적응이 관건이다. 타자들에게는 박해민의 말대로 조금 더 유리하다면, 반대로 투수들은 이 부분을 어떻게 대책을 세워 출전하느냐가 핵심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