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이정후가 올 시즌 코너 외야로 자리를 옮기면서 키움 시절 기록에 눈길이 가고 있다. 스포츠조선DB
◇이정후는 샌프란시스코 입단 후 두 시즌 모두 중견수로 뛰었으나 아쉬운 활약에 그친 바 있다. 스포츠조선DB
[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인정하기 싫지만, 냉혹한 현실이다.
올 시즌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우익수로 자리를 옮긴다. 샌프란시스코는 지난달 31일(한국시각) FA 중견수 해리슨 베이더와 2년 총액 2050만달러에 계약했다. 버스터 포지 샌프란시스코 운명부문 사장은 "베이더가 중견수를 맡고, 이정후는 코너 외야(우익수)로 옮길 것"이라고 밝혔다.
베이더 영입은 지난 두 시즌 간 이정후를 중견수로 기용했던 샌프란시스코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랐음을 시사한다. 샌프란시스코는 2024년 이정후 영입 후 184경기 동안 모두 중견수로 기용했다. 그러나 지표는 실망스러웠다. 메이저리그 통계사이트 팬그래프스에 따르면 이정후의 지난해 OAA(평균이상아웃)은 -5로 평가 대상 외야수 54명 중 45위였다. 샌프란시스코 외야수의 지난해 총 OAA는 -18로 전체 30팀 중 꼴찌였다. 베이더를 영입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이정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첫발 스타트와 타구 판단으로 꼽혔다. 잘못된 방향으로 뛰다 보니 타구 판단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고, 결국 부족한 수비로 나타났다. 뛰어난 어깨를 가졌음에도 이를 제대로 활용할 수 없었다.
이정후는 지난해 타율 0.266, 8홈런 55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735를 기록했다. 완벽하다고 보긴 어렵지만, 빅리그 적응에는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수비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라인업 한 자리를 차지하기엔 여전히 만족스럽지 않은 성적이다. 우익수 자리에서 어떻게든 성과를 내야 하는 셈이다.
◇샌프란시스코가 베이더를 영입하면서 이정후의 포지션 변경을 택한 건 지난 두 시즌 간의 기록이 원인이었다. 스포츠조선DB
◇이정후는 타격 면에서 빅리그에 어느 정도 적응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나 수비에선 개선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스포츠조선DB
그렇다면 이정후가 우익수 자리로 갔을 때는 좀 더 나은 수준의 활약을 펼칠 수 있을까.
친정팀 히어로즈 시절의 기억을 되짚어 볼 만하다. 2017년부터 2023년까지 히어로즈에서 뛴 이정후는 중견수로 571경기(선발 532경기)를 뛰면서 4497 수비 이닝을 소화한 바 있다. 두 번째로 많이 뛴 곳이 우익수 자리였다. 275경기(선발 188경기)에서 1752이닝을 수비했다. 좌익수 자리에선 139경기(선발 103경기) 924⅓이닝을 뛰었다. 수비율은 중견수가 0.992로 가장 높았고, 좌익수(0.986)-우익수(0.985) 순이었다. 중견수 자리에서 31개의 보살을 기록했고, 우익수 자리에선 15개, 좌익수로는 5개였다.
결과적으로 이정후에게 우익수는 낯선 포지션은 아니다. 중견수 만큼은 아니지만, 우익수 자리에서 나름의 경험을 쌓으며 강점인 송구 능력도 증명했다고 볼 수 있다. MLB닷컴은 '이정후는 KBO리그에서 우익수로 일정 기간 뛴 바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우익수로 복귀할 의사가 있음을 나타냈다'고 전했다. 포지 사장도 "이정후는 훌륭했다. 우리 구단의 목표도 잘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관건은 역시 적응. 특히 샌프란시스코의 홈구장인 오라클파크 우익수 자리는 꽤 까다로운 편이다. 홈플레이트에서 우측 폴대까지 거리는 94m에 불과하나, 우중간은 111m, 깊은 우중간은 126m다. 우측 폴대부터 우중간까지 움푹 들어간 형태에 벽돌로 높은 펜스가 자리 잡고 있고, 우중간 돌출부부터 깊은 우중간까지 급격하게 높아지는 편. 스프링캠프가 펼쳐질 애리조나주 스카츠데일의 파파고파크가 똑같은 규격의 펜스 시설을 갖추고 있어 적응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이지만, 개막 시점까지 적응도를 얼마나 끌어 올리느냐를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키움 시절 이정후는 중견수 뿐만 아니라 우익수, 좌익수 자리도 소화한 바 있다. 스포츠조선DB
◇키움 시절 우익수 경험이 이번 포지션 변경에서 이정후에게 도움이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스포츠조선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