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지현호에 합류한 저마이 존스(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활약이 예사롭지 않다. 합류 첫 날부터 쾌활한 성격을 바탕으로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하더니, 적극적인 플레이를 앞세워 한국 더그아웃을 웃게 만들고 있다.
3일 일본 오사카 교세라돔에서 펼쳐진 오릭스 버펄로스와의 연습경기. 한국이 2회초 2사 1, 3루에서 김도영의 좌월 스리런포를 앞세워 5-0까지 격차를 벌린 가운데, 오릭스는 선발 투수 가타야마 라이쿠를 내리고 아베 쇼타를 마운드에 올렸다. 2사 주자 없는 가운데 타석에 선 존스는 몸쪽 공에 왼쪽 팔꿈치 부근을 맞고 출루했다. 보호대를 착용하지 않아 자칫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었던 장면이었음에도 존스는 배트를 더그아웃 쪽으로 던진 뒤 1루에서 이동욱 주루 코치를 향해 환한 웃음을 지었다.
이어진 타석에서 존스는 곧바로 2루를 훔친 뒤 두 팔을 펼쳐 보인 채 휘젓는 '비행기 세리머니'를 펼쳤다. 본선 1라운드를 통과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사무국이 준비한 전세기로 미국에 가자는 대표팀의 결의가 담긴 세리머니. 이에 류지현 감독은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양팔을 들어 올려 머리에 갖다대는 하트 세리머니를 펼쳤다. 본선 1라운드를 앞둔 마지막 연습경기. 긴장감이 없을래야 없을 수 없는 실전에 나선 사령탑에겐 좀처럼 보기 힘든 모습이었다.
3일 일본 오사카 교세라돔에서 열린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한국과 오릭스 버팔로스의 경기. 4회초 2사 존스가 안타를 치고 기뻐하고 있다. 오사카(일본)=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6.03.03/
3일 일본 오사카 교세라돔에서 열린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한국과 오릭스 버팔로스의 경기. 2회초 2사 1루 이정후 타석때 1루주자 존스가 2루 도루를 성공하고 있다. 오사카(일본)=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6.03.03/
류지현 감독의 응원 때문이었을까. 존스는 이정후가 볼넷 출루하며 이어진 2사 1, 2루에서 안현민의 안타 때 홈까지 내달려 득점까지 성공했다.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가 빛난 장면이었다.
한국인 어머니를 둔 존스는 이번 대표팀 합류에 적극적이었다. 남편과 일찍 사별했음에도 6남매를 홀로 키워낸 어머니를 위해 태극마크를 달겠다는 의지. 류지현 감독은 존스를 발탁하며 "어머니를 향한 효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 디트로이트에서 빅리그 72경기를 뛰며 타율 0.287, 7홈런, OPS(출루율+장타율) 0.937을 기록한 그의 실력이 대표팀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존스를 비롯해 데인 더닝(시애틀 매리너스), 셰이 위트컴(휴스턴 애스트로스) 등 한국계 빅리거들의 이번 대표팀 합류에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다. 빅리그에서 실력을 인정 받은 이들이 큰 힘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었지만, 시즌 준비 과정에서 컨디션이 100%와 거리가 먼 상황에서 과연 기대만큼의 활약을 보여줄지에 대한 물음표가 있었다. 2023년 대회 당시 토미 에드먼(LA 다저스)이 큰 기대를 모았음에도 부진했던 모습도 이유로 거론됐다. 하지만 존스는 합류 초반 분위기 메이커를 자처하는 것 뿐만 아니라 성실한 플레이를 앞세워 대표팀 사기를 높이는 모습이다.
◇2023 WBC 당시 라스 눗바. 스포츠조선DB
3일 일본 오사카 교세라돔에서 열린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한국과 오릭스 버팔로스의 경기. 이정후와 저마이 존스가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오사카(일본)=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6.03.03/
이런 존스의 모습은 2023년 일본 대표팀에 합류했던 라스 눗바(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떠올리게 한다. 일본계 어머니를 둔 눗바는 일본 대표팀 합류 당시만 해도 큰 주목을 받는 선수는 아니었다. 하지만 성실한 플레이 뿐만 아니라 '끈질기게 해낸다'는 의미의 후추 그라인더 세리머니를 전파하는 등 당시 일본 대표팀 사기를 크게 끌어 올리는 역할을 한 바 있다. 경기에서도 뛰어난 선구안을 바탕으로 중요한 순간마다 활약하며 제 몫을 해줬다. 일본은 2023년 대회 우승을 차지했고, 눗바와의 동행 역시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된 바 있다.
이번 WBC에 한국 야구가 담은 염원은 상당하다. 2009년 준우승 이후 17년 만의 반등을 꿈꾸고 있다. 대회를 앞두고 류지현호를 감싸고 있는 '존스 효과'가 미국행의 자양분이 될 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