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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뭔가 막혀 있었던 게 뚫린 느낌이다."
사실 문보경은 대회 전까지 주목도가 높았던 선수는 아니다. 이정후 김혜성 김도영 안현민 등 이미 메이저리그에서 뛰거나 도전을 준비하는 선수들, 그리고 셰이 위트컴과 저마이 존스 등 타선 보강을 위해 어렵게 데려온 한국계 외국인들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쏠렸다.
문보경은 지난 5일 체코와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선취 만루포를 터트리며 이번 대회 타격감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보여줬다. 기복 없이 득점권마다 타점을 쓸어 담으며 공포의 5번타자로 군림했다. 4번타자 안현민이 4경기 1타점에 그친 것을 고려하면 문보경이 얼마나 상대 마운드에 까다로웠을지 짐작이 간다.
문보경은 지난 9일 호주전 승리를 확정하는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1루수 뜬공으로 처리한 뒤 미트를 하늘로 집어던졌다. 그리곤 외야에서 글러브로 얼굴을 가리고 허리를 숙여 울고 있던 주장 이정후에게 뛰어갔다.
이정후와 존스, 안현민 등 여러 선수들이 엉켜서 포옹하고 다들 내야를 향해 걸어갈 때였다. 문보경이 외야에 홀로 남아 무릎을 꿇고 쓰러져 오열하고 있었다. 뒤늦게 문보경을 발견한 데인 더닝이 옆에 떨어져 있던 문보경의 모자를 주운 뒤 가까이 다가가 한참을 다독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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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보경에게 눈물을 펑펑 쏟은 이유를 묻자 "뭔가 막혀 있었던 게 뚫린 느낌이다. 그동안 조금 걱정과 긴장했던 게 다 풀린 느낌이었고, 사실 대회 전부터 걱정도 했다. 긴장도 엄청났는데, 되게 시원하게 풀린 느낌이라 다행이다. 그 기분에 울었다"고 설명했다.
문보경은 2023년에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에 참가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2024년 프리미어12에서 한국의 대회 첫 슈퍼라운드 진출 실패 참사를 경험했다. WBC 출전은 이번이 처음이었지만, 10년 넘도록 한국 야구가 어려움을 겪는 동안 문보경을 비롯한 선수들 모두가 일종의 죄책감을 안고 태극마크를 달고 있었던 듯하다.
"나는 참사의 주역이었다"던 이정후도 눈물을 참지 못했다. 이정후는 후배들만큼은 과거의 참사를 되풀이하지 않길 원했고, 이번 8강 진출로 악의 고리를 끊은 후련함을 숨기지 않았다.
문보경은 지난 6일 일본과 대만의 경기를 직접 관전하러 도쿄돔을 조용히 찾기도 했다. 결과는 일본의 7회 13대0 콜드게임 승리. 한국이 2023년 대회에서 일본에 4대13으로 대패했던 충격이 되살아난 순간이었다.
문보경은 "사실 내가 일본과 경기 전날 일본과 대만의 경기를 직접 보러 갔다. 궁금해서 봤는데, 엄청 걱정을 많이 했다. 너무 큰 점수차로 일본이 이기는 것을 보고 2023년 경우도 있고, 우리도 저렇게 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있었다"고
한국은 문보경의 활약에도 일본과 대만을 모두 잡지 못했다. 왜 안 될까. 이런 생각이 커지던 차에 8강 기적을 쓰면서 답답했던 마음이 뻥 뚫렸다.
문보경은 "8강에 올라가서 조금 더 한국 팬들이 좋아하실 것 같다. 야구 인기가 더 올라가서 우리가 다음 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앞으로 더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그래도 좀 증명할 수 있어서 좋았다"며 "지금이 최고점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도 이만큼 잘 쳤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래도 그나마 가장 좋을 때 대회 기간이 겹쳐서 다행인 것 같다. (전국민의 보물이라면) 애국가에 넣어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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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