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WBC 호주 대표로 참가한 메이저리그 전체 1순위 유망주 트래비스 바자나..AP연합뉴스
[도쿄=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앞으로 더 성장할 수 있는 유망한 선수라 생각한다."
데이브 닐슨 호주 감독은 지난 9일 일본 도쿄 도쿄돔에서 열린 '2026년 WBC' C조 조별리그 한국과 경기에서 2대7로 패한 아쉬움을 숨기지 않았다.
사실 호주는 한국, 대만 등 2위를 다툰 나라 가운데 8강 진출이 가장 유리한 팀이었다. 호주는 경기 전까지 2승1패, 한국은 1승2패, 대만은 2승2패였다. 호주는 한국을 꺾으면 경우의 수와 상관없이 8강 진출. 한국 마운드에 3점 이상만 뽑아도 무조건 8강에 나갈 수 있었다. 한국에 패해 호주와 한국, 대만이 모두 2승2패로 물려도 경우의 수 싸움에서 호주가 가장 유리했다.
한국의 8강 진출이 확정된 직후 대만 일부 야구팬들이 더 난리였다. 조별리그 11타점으로 대회 역대 신기록을 작성한 문보경이 9회 삼진으로 물러나자 '고의 삼진' 의혹을 제기하기도. 문보경의 SNS에 욕설 및 비방 댓글을 폭격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했는데, 사실 대만보다는 호주가 억울한 게 맞다.
다 잡은 줄 알았던 8강 티켓을 놓쳤으니 호주 더그아웃 분위기는 당연히 침통할 수밖에 없었다. 호주는 2023년 대회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국가 역사상 처음으로 8강에 진출한 경험이 있다. 2회 연속 8강 진출을 노렸지만, 복병 한국에 막혀 무릎을 꿇었다.
모든 호주 선수들이 눈물을 흘렸지만, 특히 트래비스 바자나가 펑펑 울었다. 한국이 그라운드에서 8강 진출 세리머니를 하고, 기념촬영을 다 마치고 떠난 뒤에도 바자나는 한동안 호주 더그아웃에 앉아 오열하고 있었다. 10분도 넘는 시간이었다. 호주 코칭스태프가 바자나를 다독여 겨우 라커룸으로 데려갈 때도 눈물을 쉽게 멈추지 못했다.
닐슨 감독은 8강 탈락 직후 "바자나는 나날이 발전하는 선수다. 토너먼트를 통해 성장한 선수 중 한 명이었고, 역동적인 플레이를 하는 선수다. 많은 사람들이 주목했을 것이다. 공격과 수비 모두 그랬다. 개인적으로도 굉장히 훌륭한 선수고, 큰 활약을 해줬다고 생각한다. 라커룸에서 많인 선수들이 눈물을 보였다. 바자나는 앞으로 더 성장할 수 있는 유망한 선수라 생각한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Australia's Travis Bazzana reacts after hitting a flyout during the first inning of a World Baseball Classic game between South Korea and Australia on Monday, March 9, 2026 in Tokyo. (AP Photo/Eugene Hoshik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8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한국과 대만의 경기, 한국이 연장 접전 끝 5대4로 패했다. 김도영이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당하며 아쉬움의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도쿄(일본)=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6.03.08/
바자나는 이번 대회 호주 대표팀에 발탁됐을 때부터 미국 메이저리그 특급 유망주로 눈길을 끌었다. 2024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에 지명된 2루수다. 지난해 트리플A로 승격돼 26경기에서 타율 2할2푼5리(89타수 20안타), 4홈런, 14타점, OPS 0.858을 기록했다. 2002년생 어린 선수. 클리블랜드는 천천히 마이너리그에서 육성해 메이저리그에서 쓸 구상을 하고 있다.
바자나는 조별리그 4경기에서 타율 1할8푼8리(16타수 3안타), 1홈런, 2타점을 기록했다. 특급 유망주 기대에는 못 미치는 활약. 그래도 가능성을 확인하기는 충분했다.
한국과 마지막 경기에는 1번타자 2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한국이 6-1로 앞선 8회말 바자나는 1타점 적시타를 날려 6-2로 좁혔다. 한국은 9회초 단 한 차례 공격이 남은 상황. 이대로 한국이 점수를 뽑지 못하면 호주의 8강 진출 확정이었다. 바자나가 호주를 구하는 영웅이 되나 싶었다.
하지만 9회초 호주 유격수 제리드 데일의 결정적 송구 실책을 발판 삼아 한국이 안현민의 중견수 희생플라이에 힘입어 7-2로 달아났다. 다시 한국의 8강 진출 요건이 충족된 순간이었다.
호주는 9회말 딱 1점만 뽑으면 됐다. 하지만 1사 1루에서 한국 우익수 이정후가 릭슨 윙그로브의 안타성 타구를 낚아채면서 호주의 꿈은 무산됐다. 이 타구의 안타 확률은 무려 83.6%였다.
한국은 기적에 기적을 더해 2009년 대회 이후 17년 만에 8강에 오르며 한을 풀었고, 호주는 좌절했다.
닐슨 감독은 8강 탈락 후 선수단과 미팅을 진행했다.
그는 "여러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이와 같은 훌륭한 국제무대에서 플레이 할 수 있었던 점은 만족해야 하지만, 그와 동시에 아직도 성장해야 한다는 점을 알게 됐다. 우리 국제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나는 지도자로서 선수들을 계속 믿을 것이다. 하지만 졌기 때문에 무슨 말을 해도 진 것은 진 것이다. 8강 진출을 하지 못했다는 것은 없어지지 않는다"며 바자나를 비롯한 선수들이 이날의 울분을 잊지 말고 성장 동력으로 삼길 바랐다.
한국, WBC 8강 진출 (도쿄=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C조 조별리그 최종전 대한민국과 호주의 경기. 호주를 꺾고 8강 진출을 확정한 한국 대표팀이 기뻐하고 있다. 2026.3.9 hwayoung7@yna.co.kr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