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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 안나갈 때 더 많이 한다" 초대 유틸리티상 유력후보의 남다른 센스와 작전수행능력, 이래서 LG가 강하다[무로이칼럼]

LG 트윈스 제공
LG 트윈스 제공

한 시즌 15승을 할 수 있는 선발 투수, 30홈런 100타점을 기록할 수 있는 거포. 그런 선수 덕분에 이기는 야구가 있는 반면, 다른 종류의 능력을 가진 선수가 승리를 이끄는 야구도 있다.

지난 주 LG 트윈스 구본혁이 그런 야구를 보여줬다.

4월 7일 LG와 NC 다이노스의 창원 맞대결. LG는 0-0으로 맞선 6회초 1사 1,2루에서 대타 구본혁이 좌중간 적시타를 쳤다. 원래 보내기 번트 작전였는데 LG는 강공으로 전환했다. 구본혁이 페이크번트 앤 슬래시를 성공시켰고, 이 안타는 결승타가 됐다.

그 상황에 대해 구본혁과 이야기를 나눴다.

구본혁이 시도한 초구 보내기 번트가 파울이 됐다. NC 투수 김영규는 2구째에 앞서 LG의 움직임을 보기 위해 2루에 견제 모션을 취했다.

그 상황에서 구본혁의 모습이 흥미롭다.

"제가 페이크번트 앤 슬래시 사인이라고 해서 견제할 때 배트를 빼버리면 상대 시프트가 또 바뀌어 버릴 수 있으니까 상대팀한테 보여주기 위해서 일부러 번트 자세를 유지했습니다."

구본혁은 서두르지 않고 침착하게 배트를 빼서 2구째 직구를 때렸다. 타구는 2루베이스와 원래 유격수가 있는 위치 사이를 통과하는 안타가 됐다.

부산=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6.03.14/
부산=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6.03.14/

타자가 마음이 급해 빠르게 배트를 빼면 투수의 투구 동작이 시작할 때 수비진은 이미 번트 자세가 위장임을 알 수도 있다. 그런데 구본혁의 자세는 100% 번트 같아 보였다.

투수가 공을 던지기 직전까지 번트자세를 유지했다. 구본혁은 슬래시를 시도할 때 어떤 식으로 타구 방향성을 설정했을까.

"저는 항상 1,2루 간을 보고 치기 때문에 페이크번트 앤 슬래시 사인은 제 타격 스타일에 맞는 작전이었던 것 같습니다."

구본혁의 타격은 정타가 됐고, 1,2루 간으로 가는 진루타가 아닌 좌중간 적시타가 됐다.

"그 때 번트 사인보다 오히려 감독님이 슬래시 사인을 내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더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만약 번트 사인이 나왔다고 해도 구본혁은 히팅할 생각도 갖고 있었다고 했다.

"항상 저희 팀은 보내기 번트 사인이 나오더라도 1, 3루수가 전진(100% 수비)을 하면 언제든지 (배트를 빼서) 굴려도 됩니다. 자기 스스로 자신 있게 할 수 있도록 감독님이 만들어 놓으셨습니다."

부산=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6.03.14/
부산=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6.03.14/

구본혁은 번트 대타나 대수비 등 경기 중에 출전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저는 스타팅 라인업에 안 나갈 경우에는 감각이 떨어지지 않도록 경기 전 훈련량을 조금 더 많이 가져가려고 합니다."

경기에 나갈지 안 나갈지 모를 때 오히려 준비를 많이 한다는 그의 자세. 다른 분야의 직업에서는 찾기 힘든 드문 모습이다. 구본혁은 이번 플레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런 작전 상황이 감독님 마음에 들도록 플레이를 한 데 대해 너무 뿌듯했던 것 같습니다. 저만 할 수 있는 역할이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나가면 했겠지만, 저는 이런 부분에서 작전 수행 능력이 조금 더 좋다는 걸 보여줄 수 있었기 때문에 더 기분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구본혁의 플레이는 선수의 역할의 다양성이란 측면에서 야구가 정말 재미 있는 스포츠라는 점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무로이 마사야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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