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스트레스 받지 말고, 들어오는 공만 치자."
KT 위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린 16일 잠실구장. 경기 전 훈련을 지켜보던 KT 이강철 감독에게 외국인 타자 힐리어드가 찾아왔다. 대뜸 "죄송하다"고 말을 한 힐리어드.
개막 후 장타력, 정확성 모두 보여주던 힐리어드는 이날 경기 전 최근 10경기 타율 1할7푼1리에 그쳤다. 홈런은 1개도 없었다. 이 기간 42타석에서 삼진은 무려 16개를 당했다. 완전히 감을 잃은 모습. 갑자기 성적이 뚝 떨어지니 아무리 외국인 선수라도 감독에게 미안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이 감독도 통역을 통해 힐리어드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던졌다. 절대 뭐라고 하는 게 아니었다. 진심어린 조언이었다.
이 감독은 "ABS에 휘둘리지 마라. 낮게 오는 공은 건드리지 말고, 내 존에 들어왔다는 공만 치면 된다. 절대 조급해할 필요 없고 미안해 할 필요도 없다"고 몇 번이고 강조했다.
KBO리그 ABS 시스템은 타자 키에 의해 존이 달라진다. 키가 무려 1m93인 힐리어드는 상-하로 존이 매우 넓다. 야수 중에서는 1m96의 롯데 자이언츠 레이예스와 함께 리그에서 가장 큰 키를 자랑한다. 육안으로 보기에 완전 빠진 공도 스트라이크로 잡히는 경우가 허다하다. 대표적인 게 지난 5일 열린 SSG 랜더스전. KT가 9회 동점 찬스를 만들었는데 SSG 조병현이 던진 높은 포크볼이 스트라이크 삼진 아웃 선언되자 완전히 뒤집어졌다. 공교롭게도 그 전날 LG 트윈스전에서 멀티히트를 기록했던 힐리어드인데, 그 SSG전 이후 침묵하고 있다.
이 감독은 "삼성 라이온즈랑 경기 하는데 힐리어드와 구자욱만 힘들어 하더라. 키가 큰데 어떻게 하겠나. 힐리어드가 낮게 잡히는 공이 두려우니 처음부터 막 쳐버린다. 그러다 완전히 리듬을 잃었다"고 설명했다. 참고로 구자욱도 키가 1m89다.
이 감독은 "힐리어드에게 '우리 팀은 잘 나가고 있으니,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라'고 했다. 연결만 해줘도 된다. 힐리어드는 공을 보는 눈이 좋다"고 했다. 실제 힐리어드는 부진했던 최근 10경기에서 볼넷 7개를 골라냈다.
감독의 응원 덕이었을까. 힐리어드는 두산전 팀이 2-1로 앞서던 3회초 상대 선발 최승용을 상대로 시원한 투런 홈런을 날렸다. 시즌 14번째 홈런이 모처럼 만에 터졌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