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코치님들께 감사합니다."
야구 인생에서 FA가 신의 한 수가 될 줄 누가 알았을까. FA 대어들의 대형 계약만 빛을 보는 요즘, 저가 계약도 충분히 대박을 터트릴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KT 위즈 포수 한승택이 주인공이다.
한승택은 올 시즌을 앞두고 KT와 4년 최대 10억원에 FA 계약을 했다. 한승택은 2013년 3라운드로 한화 이글스에 입단했을 때부터 포수 유망주로 눈길을 끌었지만, 1군에서 주전으로 확실히 자리를 잡은 적이 없는 선수였다. 다만 수비력이 괜찮고, 1군 경험도 꽤 있어 안방 보강이 필요한 팀들에게 충분히 어필이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무엇보다 구단들이 영입에 부담이 없었다. 한승택은 FA C등급을 받아 전년도 연봉의 150%만 보상으로 지급하면 됐는데, 지난해 KIA 타이거즈에서 연봉 6500만원을 받아 보상금이 9750만원에 불과했다. 웬만한 포수 트레이드보다 한승택을 FA로 영입하는 게 더 이득이란 말이 나온 이유다.
한승택은 KIA에서는 1군 백업도 아닌, 냉정히 2군 전력이었다. KIA가 본격적으로 한준수를 주전 포수로 키우기 시작한 2024년부터 한승택의 1군 경기 수는 날로 줄었다. 2024년 20경기, 지난해 15경기에 그쳤다. 한승택의 FA 이적은 너무도 당연한 선택이었다.
KT가 한승택을 영입했을 때는 백업 포수를 예상했다. 지난해까지 주전 포수를 맡았던 장성우의 존재감이 대단했기 때문. 예상과 달리 KT는 한승택을 올해 주전으로 쓰기 시작했다. 이제는 나이가 있는 장성우를 지명타자로 더 활용하면서 상대적으로 어린 한승택에게 주전을 맡긴 것.
한승택은 올해 기대 이상으로 자기 몫을 잘 해내고 있다. 투수들을 안정적으로 잘 리드하는 것은 물론, 한번씩 공격에서도 물꼬를 터주는 역할을 하면서 2위 KT가 1위 LG 트윈스와 치열한 선두 싸움에서 버틸 수 있도록 힘을 보태고 있다.
한승택은 17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는 타격으로도 큰 보탬이 됐다. 8번타자 포수로 선발 출전해 2타수 2안타 1볼넷 1타점 1득점을 기록, 8대1 대승에 기여했다.
한승택은 2회초 1사 만루에서 중견수 희생플라이를 쳐 1-0 선취점을 뽑았다.
1-1로 맞선 5회초에는 6득점 빅이닝의 연결고리 임무를 톡톡히 해냈다. 한승택은 선두타자로 우익수 오른쪽 2루타를 날리며 두산 선발투수 타카다를 흔들었다. 권동진의 희생번트로 1사 3루. 최원준이 사구를 얻어 만루가 됐고, 김현수가 우전 적시타를 날리면서 KT 타선에 불이 활활 붙었다. 6-1로 달아난 2사 1, 3루 상황. 타순이 한 바퀴 돌아 한승택이 타석에 선 가운데 두산 박치국에게 볼넷을 뺏어 만루로 연결했다. 다음 타자 권동진까지 밀어내기 볼넷을 얻어 7-1로 달아나면서 두산의 추격 의지를 완전히 꺾었다.
한승택은 "경기 전 꾸준하게 루틴에 맞춰 연습하고 있고, 타격 코치님들께서 많이 도와주신 덕분에 경기 중에도 결과로 나오는 것 같다. 콘택트 시에 내가 손을 쓰려고 하는 버릇들이 있었는데, 코치님들의 피드백에 따라 신경 써서 타격을 하니 오히려 스윙 스피드가 좋아지고, 빠른 공 대처도 잘되는 것 같다. 코치님들께 감사하다"고 했다.
올스타 휴식기가 끝나기 전까지 한승택의 책임감은 더 무거워질 전망이다. 포수 마스크를 나눠 쓰던 장성우가 이날 왼손 5번째 중수골이 금이 가 3주 재활 진단을 받으면서 전반기 아웃됐다.
한승택은 "공격과 수비 모두 체력적인 부분은 괜찮은데, 본격적으로 여름이 오기 전까지 더 신경 써서 관리하려고 한다"며 책임감을 보였다.
잠실=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