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한동훈 기자] "기억이 안 납니다."
'엘린이' 출신 LG 트윈스 문정빈이 아픈 기억을 애써 외면했다. LG는 2018년 두산전 1승 15패가 뼈아픈 참사로 남아 있다. 최근 5년은 완전히 처지가 뒤바뀌었으니 잊고 싶은게 당연하다.
문정빈은 21일 잠실 두산전 3타수 2안타 2홈런 3타점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LG는 9대3으로 승리하며 주말 3연전을 쓸어담았다.
문정빈이 때린 홈런 2방은 모두 대기록으로 완성됐다.
먼저 1회말 3-1로 앞선 상황에서 문정빈이 솔로 홈런을 때렸다. 1회말에 나온 네 번째 홈런이다.
1회 4홈런은 KBO리그 역대 최초다. 동시에 잠실구장 역대 최초 1이닝 4홈런이 완성됐다.
문정빈은 5회말 승부에 쐐기를 박는 2점 홈런까지 쐈다. LG는 이로써 팀 통산 4000홈런 고지를 밟았다.
경기 후 문정빈은 직관 팬들과 소통하는 단상 인터뷰에서 자신이 '엘린이'라고 밝히며 두산전 승리에 힘을 보태 기쁘다고 고백했다.
LG 팬들은 문정빈의 응원가를 힘차게 불러주며 호응했다. 과거 채은성(현 한화)이 쓰던 응원가를 문정빈이 물려받았다. 문정빈은 아련한 눈빛으로 관중석을 응시했다.
이후 취재진을 만난 문정빈은 "옛날에 구리(과거 LG 2군 구장)에 야구 캠프도 갔었다. 어린이 회원이었다"고 추억했다. 문정빈은 "팬들께서 많이 계셔서 놀랐다. 제가 좋아했던 응원가가 제 이름으로 나오니까 뭉클했던 것 같다"고 고백했다.
1승 15패를 기억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라며 웃었다. 2003년생인 문정빈이 중학생 시절인 2018년에 LG는 두산에 상대전적 1승 15패로 철저하게 밀렸다.
하지만 LG가 2020년대 최강팀으로 올라서며 처지가 바뀌었다. 2022년부터 LG는 4년 연속 상대전적 우위를 점했다. 올 시즌도 7승 2패로 앞서고 있다.
문정빈은 "상대가 누구든 일단 이겼으니까 승리 자체가 기쁘다"며 말을 아꼈다.
다만 "제 홈런으로 인해 점수도 나고 팀 승리로 이어졌기 때문에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기뻐했다.
문정빈은 올해 22경기 62타석 타율 2할7푼8리에 5홈런 OPS(출루율+장타율) 1.003을 기록했다. 장타 잠재력을 증명하며 출전 시간을 점점 늘리고 있다.
문정빈은 "일단은 꾸준함을 유지하고 싶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꼭 한국시리즈에 진출해서 엔트리에 들고 싶다. 작년에 우승을 경험하지 못해서 올해 꼭 경험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