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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안 믿겠지만, 일부러 만루 채웠다" 클로저의 충격 증언 "내 커브와 패스트볼이 이길 거라 확신"[잠실인터뷰]

입력

1점차 1사 만루 위기를 극복하고 노블론 행진을 이어간 손주영. 잠실=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1점차 1사 만루 위기를 극복하고 노블론 행진을 이어간 손주영. 잠실=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잠실=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LG 트윈스의 '수호신' 손주영이 짜릿한 1점 차 승리를 지켜내며 팀의 4연승을 이끌었다.

손주영은 23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팀이 4-3으로 앞선 8회초 2사 1루 상황에 구원 등판했다. 첫 타자 전병우에게 볼넷을 내줬으나 김영웅을 날카로운 커브 유인구로 삼진 처리하며 급한 불을 껐다.

진짜 드라마는 9회초에 펼쳐졌다.

선두 대타 최형우에게 우익수 담장 직격 2루타를 허용한 뒤, 류지혁의 희생번트로 1사 3루.

동점 주자가 3루에 위치한 절체절명의 위기. 손주영은 김지찬을 볼넷으로 내보낸 데 이어, 김성윤과의 7구까지 가는 풀카운트 승부 끝에 또 다시 볼넷을 허용하며 1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삼성 대기 타석에는 리그 최고의 강타자인 3번 구자욱과 앞선 6회에 3타점 싹쓸이 2루타를 터뜨린 4번 디아즈가 버티고 있었다. 평범한 투수라면 압박감에 무너질 법한 상황. 하지만 손주영은 침착하게 토종 최고, 외인 최고 타자를 잇달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만원관중의 함성 속에 휩싸였다.

2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삼성의 경기. LG 손주영이 역투하고 있다. 잠실=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6.06.23/
2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삼성의 경기. LG 손주영이 역투하고 있다. 잠실=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6.06.23/

경기 후 인터뷰에서 손주영은 믿기 힘든 놀라운 증언을 했다.

"1점만 주면 동점인 상황이라 무조건 어렵게 가야 했다"고 운을 뗀 그는 "김지찬과 김성윤 선수는 컨택 능력이 좋고 발이 워낙 빠르다. 게다가 우리 내야진이 전진 수비를 하고 있어서 땅볼을 유도해도 더블플레이(병살타)가 나오기 힘든 구조였다. (박)동원이 형 말고는 아무도 안 믿을 지 모르겠지만 최대한 어렵게 승부하면서 '차라리 볼넷을 주자'고 생각했다"며 일부러 만루를 채웠음을 고백했다.

2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삼성의 경기. 삼성 구자욱이 타격을 하고 있다. 잠실=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6.06.23/
2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삼성의 경기. 삼성 구자욱이 타격을 하고 있다. 잠실=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6.06.23/

뒤에 나올 구자욱, 디아즈 선수가 아무리 무서운 3, 4번 타자일지라도, 컨택 능력 만큼은 1, 2번 타자들보다 약하다는 순간 판단. 손주영은 "만루를 채우고 수비가 뒤로 물러나 정위치를 잡은 뒤, 병살을 잡거나 3루 주자를 홈에서 잡는 도박을 걸기로 했다"고 밝혔다.

상대가 리그 최정상급 타자인 구자욱과 디아즈였음에도 도박을 걸 수 있었던 이유는 자신의 구위에 대한 확고한 자신감 덕분이었다. 손주영은 '구자욱 디아즈인데도 그런 생각이 들더냐'는 질문에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이며 "내 커브와 하이 패스트볼이 무조건 이길 거라고 생각했다. 커브만 제대로 떨어지면 승산이 있다고 확신했다"며 리그 최고의 뉴 클로저 다운 배짱을 드러냈다.

2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삼성의 경기. 승리한 LG 박동원, 손주영이 기뻐하고 있다. 잠실=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6.06.23/
2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삼성의 경기. 승리한 LG 박동원, 손주영이 기뻐하고 있다. 잠실=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6.06.23/

만루 상황에서 낙차 큰 유인구 커브를 던지는 것은 포수가 공을 놓칠 경우 곧바로 동점 내지 역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선택. 하지만 손주영은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그는 "폭투나 바운드 공에 대한 걱정은 '1'도 안 했다"며 "동원이 형의 블로킹은 정말 완벽하다. 올해 뿐만 아니라 작년에도 제 공을 못 막아준 적이 없다. 포수 마스크를 쓰고 앉아있으면 그냥 '벽'이 서 있는 것 같다"며 안방마님 선배 포수에 대한 무한 신뢰를 보냈다. 그는 "동원이 형이 유인구 커브 사인을 냈고, 나는 그저 공을 꽉 쥐고 자신 있게 커브를 던졌다"고 덧붙였다.

2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삼성의 경기. 승리한 LG 손주영이 기뻐하고 있다. 잠실=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6.06.23/
2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삼성의 경기. 승리한 LG 손주영이 기뻐하고 있다. 잠실=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6.06.23/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손주영은 구자욱을 볼카운트 1B2S에서 아웃코스 높은 하이 커터로 헛스윙 삼진 처리한 데 이어, 마지막 타자 디아즈 역시 1B2S에서 전매특허인 커브 유인구로 힘 없는 헛스윙 삼진을 솎아내며 포효했다.

과정은 힘들었지만 스스로 '의도 하에' 만든 만루 위기를 연속 K-K로 지워버리는 완벽한 해피 엔딩이었다.

이날 1⅓이닝 1안타 3볼넷 3탈삼진 무실점으로 경기를 끝낸 손주영은 '노블론(블론세이브 없음)' 행진을 이어가며 팀의 4연승과 함께 시즌 16세이브 째를 수확했다. 이로써 구원 부문 1위인 삼성 김재윤(17세이브)을 1개 차이로 바짝 압박하며 본격적인 구원왕 경쟁에 불을 지폈다.

철저한 계산과 배짱, 그리고 동료에 대한 믿음이 만들어낸 최고의 장면이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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