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내가 과거에 어떤 선수였는지 기억해 내려고 노력 중이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역사상 최악의 유격수로 남을 것인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시절 홈구장에서 늘 애정 가득한 "하성 킴!" 챈트를 듣던 선수는 이제 없다. 메이저리그는 물론, 프로 데뷔 이래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김하성은 애틀랜타 홈구장에서도 야유를 듣는 선수로 전락했다.
미국 스포츠매체 '디애슬레틱'은 23일(이하 한국시각) '애틀랜타 유격수 김하성에게 주변의 소음을 무시하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트루이스트파크(애틀랜타 홈구장)의 야유든, SNS상의 비판이든,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전광판에 선명하게 찍히는 스탯이든, 그는 이번 시즌 자신의 냉혹한 현실을 피할 길이 없다'고 짚었다.
애틀랜타는 김하성과 1년 2000만 달러(약 309억원) 계약을 했다. 단년 계약 기준 꽤 고액이다. 김하성은 어깨 부상 수술 여파로 지난 시즌의 거의 절반을 날렸던 터라 올해 일단 1년 계약만 해서 증명한 뒤에 큰 규모의 다년 FA 계약을 하는 그림을 그렸다.
황당한 부상이 김하성과 애틀랜타의 계획을 모두 망쳤다. 비시즌에 한국에서 머물던 김하성은 빙판길에 미끄러져 넘어지는 바람에 오른손 중지 힘줄 치료 수술을 받았다. 김하성은 2년 연속 부상 탓에 스프링캠프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고, 개막부터 시즌을 맞이할 수도 없었다. 게다가 손가락을 다친 탓에 현재 타격에도 영향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애틀랜타는 김하성을 주전 유격수로 쓰려던 계획이 무산됐고, 백업 내야수에게 2000만 달러를 주고 있는 꼴이니 답답한 상황이다.
디애슬레틱은 '김하성은 커리어 사상 최악의 시즌 초반을 보내고 있다. 첫 21경기 동안 62타수 5안타, 18삼진을 당하는 동안 볼넷은 7개에 그쳤으며 OPS는 0.255에 불과하다. 이 성적은 애틀랜타 프랜차이즈 역사상 개막 후 첫 21경기에서 주전 유격수가 기록한 가장 낮은 수치일 뿐만 아니라 2019년 이후 메이저리그 전체 주전 유격수를 통틀어도 최악의 기록'이라고 설명했다.
김하성은 24일 샌디에이고전에 대주자로 출전했고, 타석에는 서지 못한 채 다시 교체됐다. 경기 수는 22경기로 늘었으나 타격 성적은 그대로이니 여전히 애틀랜타 역사상 최악의 유격수로 남아 있다.
디애슬레틱은 '김하성의 부진이 더 도드라져 보이는 이유는 애틀랜타가 1년 2000만 달러라는 거액에 영입했기 때문이다. 구단은 지난 시즌 유격수로 124경기에 나섰던 닉 앨런을 휴스턴 애스트로스로 보내고, 유틸리티 마우리시오 두본을 데려오면서 김하성이 유격수 자리를 든든히 지켜주기를 기대했다. 현재 애틀랜타는 여러 선수를 유격수로 번갈아 기용하고 있고, 김하성에게는 사실상 안타 1개당 약 400만 달러(약 61억원)를 지불하고 있는 셈'이라며 가성비가 최악인 선수라고 지적했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김하성은 디애슬레틱과 인터뷰에서 "팀이 이기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말 그대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경기에 나설 때는 내 강점을 살리고, 내가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어떻게든 팀에 기여하려고 집중하고 있다"고 덤덤하게 이야기했다.
디애슬레틱은 '지금 김하성의 생산성은 지난해 9월 탬파베이 레이스에서 웨이버 클레임으로 애틀랜타로 이적해 24경기에서 타율 2할5푼3리, 12타점, 14득점을 기록했던 모습과 너무 거리가 멀다. 또한 202~2023년 샌디에이고 시절 2년 연속 b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 5.0을 기록했던 전성기와도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그는 2023년 MVP 투표에서 표를 얻었고, 눈부신 활약으로 유틸리티 부문 골드글러브를 수상했다. 김하성은 애슬레틱스로부터 4년 총액 4800만 달러(약 742억원) 계약 제안을 받기도 했지만, 더 큰 보장 금액 대신 애틀랜타라는 큰 무대에서 증명하는 쪽을 택했다. 그러나 그 승부수는 완전히 어긋나고 있다. 그를 매력적인 영입 후보로 만들었던 리그 정상급 수비마저도 완전히 무너져 버린 공격 지표를 가려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디애슬레틱은 '김하성이 정타 자체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다친 손가락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매체는 '김하성이 부진한 이유 중 하나로 타격 메커니즘 문제가 꼽힌다. 손 부상은 복귀 후에도 악력이나 타석에서 자신감 측면에서 지속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이 때문에 현재 배트가 공으로 향하는 궤적이 다소 가파르게 형성되는 것으로 보이고, 이는 공을 강하고 일관되게 맞히는 능력을 제한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스윙 문제점을 해결하기 전까지 앞으로도 타구 속도가 느린 평범한 뜬공이 계속 나올 가능성이 크다. 약한 타구를 강한 라인드라이브로 바꿀 수 있도록 구단이 도울 수 있다면, 성적은 충분히 반등할 것'이라고 했다.
김하성을 대신해 호르헤 마테오와 유격수 출전 시간을 나누고 있는 두본은 "김하성은 매일 일찍 나와서 타격 연습을 시작한다. 타격은 정말 어렵다. 특히 시작이 좋지 않을 때는 더욱 그렇다. 그는 스프링캠프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지만, 매일 일찍 나와서 피칭 머신을 이용해 타격하며 정말 열심히 훈련한다. 우리 모두가 그의 노력을 보고 있다"고 대변해줬다.
김하성은 "내가 과거에 어떤 선수였는지 기억해 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 되짚어 보며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