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엄친아'는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를 대표하는 수식어 중 하나다. 투-타를 겸업하며 메이저리그 상위권 성적을 내는 기량 뿐만 아니라 성숙한 태도 때문이다.
이런 오타니가 이례적으로 경기 중에 짜증을 냈다. 25일(한국시각) 미네소타 트윈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2회말 1사 만루에서 포수 달튼 러싱이 포구 실패로 첫 실점했다. 오타니는 하늘을 올려다 보며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고, 러싱은 '뭐가 문제냐'는 듯 양팔을 벌리며 황당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다저스 투수 코치가 마운드에 오른 상황에서 오타니는 썩 유쾌하지 않은 표정 속에 마운드에 오른 러싱과 한참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이어졌다.
오타니가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으며 이닝이 종료된 후, 다저스의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러싱에게 어깨 동무를 한 채 무언가를 이야기 하는 장면이 이어졌다. 오타니는 3회부터 허리에 피치컴을 찬 채 직접 누르며 투구를 했다. 미네소타전에서 오타니는 투수로 6이닝 5안타 8탈삼진 3실점(2자책점), 타자로는 5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 2삼진을 기록했다.
경기 후 오타니와 러싱이 나눈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오타니는 경기 후 "경기 전 미팅을 통해 볼 배합을 공유 하지만, 경기를 하다 보면 바뀌는 경우가 있다. 소통을 확실히 해 가면서 풀어가야 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러싱의 포구 미스를 두고는 "사인 미스였다. 변화구, 직구 사인이 둘 다 나왔었다. 나는 마지막 구종(직구)을 선택한 거라 생각하고 던졌는데, 러싱은 변화구를 생각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피치컴을 직접 사용한 것을 두고는 "앞으로도 러싱과 배터리를 이룰 기회가 있기 때문에 말로 설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는 이렇게 던질거야'라는 점을 경기 중 소통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좋은 계기 아니었나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빅리그에 데뷔한 러싱은 올 시즌 윌 스미스와 함께 번갈아 포수 마스크를 쓰고 있다. 최근 스미스가 부상하면서 주전 포수 역할을 맡고 있다. 하지만 올 시즌 사인 훔치기 주장, 경기 중 욕설 등 과도한 승부욕 탓에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지난 4월 22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에서는 자신이 태그아웃 시킨 이정후가 홈플레이트를 떠나지 못한 채 분을 삭이지 못하자 뭔가를 중얼거렸는데, 욕설을 했다는 의심을 사기도 했다. 러싱은 이후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 이정후와도 오해를 풀었다"고 해명했으나, 이튿날 샌프란시스코 로건 웹에게 사구를 맞고 출루한 뒤 땅볼 타구 때 유격수 윌리 아다메스에게 태클을 하면서 또 논란의 중심에 섰다.
오타니가 러싱과 호흡을 맞춘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1일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원정 경기가 오타니-러싱 배터리가 처음 호흡을 맞춘 날이었다. 당시 7회말 2사 1, 2루에서 오타니가 브랜든 로를 상대로 뿌린 공이 연속적으로 볼 판정을 받았다. 2구째를 뿌린 뒤 오타니가 오른손을 모자 위로 올리려 하자, 러싱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오타니는 ABS(자동 투구 판정) 챌린지를 원했으나, 러싱이 거부한 것. 투구를 이어간 오타니는 3B에서 로에게 2루타를 맞으면서 2실점했다. 이후 오타니의 일그러진 표정이 포착된 바 있다. 당시 오타니는 "ABS 챌린지에 대해서는 포수에게 결정을 맡긴다. 하지만 오늘 경기를 되돌아 보면 그 타석(로)이 매우 중요했다고 본다. 내가 챌린지를 했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기회가 날 때마다 공감대를 위해 대화로 풀어나가면 될 일"이라고 러싱과 호흡을 맞춰 나아가겠다는 뜻을 드러냈었다. 미네소타전에서는 결국 오타니가 직접 행동에 나선 셈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