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김하성(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이 벼랑 끝을 넘어 사면초가에 몰렸다. 극심한 타격 부진 속에서도 월트 와이스 애틀랜타 감독이 오히려 출전 시간을 늘리겠다고 말했지만 또 다시 실망으로 돌아왔다. 메이저리그는 철저한 비즈니스 무대다. 감독의 온정주의적인 신뢰 역시 언제까지고 마냥 이어질 수는 없다.
애틀랜타는 29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라클파크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원정 경기에서 2대3으로 석패했다. 이날 9번 타자 겸 유격수로 선발 출전한 김하성은 2타수 무안타 1볼넷에 그치며 반등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그의 시즌 타율은 7푼에서 6푼8리까지 고꾸라졌다.
현재 김하성이 마주한 성적표는 잔인하다 못해 참혹한 수준이다. 22타석 연속 무안타다. 지난 4일 토론토전에서 시즌 5번째 안타를 신고한 이후 3주가 넘도록 안타를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 월간 타율은 3푼8리에 불과하며, 시즌 전체로 봐도 73타수 5안타로 타율이 6푼대까지 떨어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바깥 여론은 험악함을 넘어 폭발 직전이다. 홈구장인 트루이스트 파크에서는 김하성이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홈팬들의 거센 야유가 쏟아지고 있으며, 애틀랜타 현지 매체들은 연일 그에게 '시즌 최악의 영입'이라는 혹평을 퍼붓고 있다. 거액의 2000만 달러(약 302억 원)를 이미 지불한 '매몰 비용'으로 처리하고, 당장 다른 자원에게 유격수 자리를 넘겨야 한다는 성토가 빗발친다.
모두가 김하성에게 등을 돌린 순간, 지휘봉을 잡은 와이스 감독은 정반대의 선택을 내렸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디애슬레틱'의 '와이스 감독이 김하성의 선발 출전 가능성을 언급하며, 그가 경기 외적으로 보여준 고무적인 모습을 바탕으로 더 많은 출전 시간을 주려고 한다"고 보도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와이스 감독은 "부진을 극복할 특별한 비법은 없다. 스스로 해법을 찾아야 한다"며 냉정한 뉘앙스를 풍겼으나, 일주일 만에 김하성에게 더 많은 기회를 보장하겠다며 지지를 선언한 것이다.
감독이 언급한 '경기 외적인 고무적 모습'은 결국 김하성이 대타 교체 수모와 야유 속에서도 훈련장을 가장 먼저 찾고, 끊임없이 코칭스태프와 소통하며 반등을 위해 몸부림치는 '태도와 노력'을 높이 산 것으로 풀이된다. 팀이 현재 좋은 성적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김하성이 심리적 중압감을 털어내고 제 모습을 찾을 때까지 조금 더 기다려주겠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와이스 감독의 이러한 무한 신뢰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선 안 된다는 것이 현지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이번 '출전 시간 확대' 선언은 김하성을 향한 무조건적인 동정이 아니라, 사실상 구단과 감독이 참아줄 수 있는 '최후의 유예기간(Grace Period)'이자 마지막 시험대에 가깝다.
아무리 워크에식이 훌륭하고 경기 외적으로 고무적인 모습을 보인다 한들, 타율 6푼대 유격수를 포스트시즌까지 안고 갈 구단은 메이저리그에 존재하지 않는다. 애틀랜타 수뇌부 역시 트레이드 마감 시한을 앞두고 김하성의 활용 가치를 최종 판단해야 하는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다. 감독이 판을 깔아준 지금 이 기회 속에서조차 안타를 때려내지 못한다면, 와이스 감독 역시 명분을 잃고 지배적인 '방출 및 로스터 정리' 여론에 굴복할 수밖에 없다.
한편, 이날 맞대결을 펼친 샌프란시스코의 이정후는 6회말 상대 에이스 크리스 세일을 상대로 11타석 연속 무안타를 끊어내는 1타점 적시타를 때려내며 4타수 1안타 1타점으로 숨을 골랐다. 이정후의 시즌 타율은 3할2푼2리로 소폭 하락하며 양 리그 통합 타격 4위로 내려앉았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