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52억원 먹튀의 대반전 드라마인가.
그야말로 인생 역전이었다. 2024 시즌 KIA 타이거즈의 통합 우승을 이끈 필승조. 예비 FA 시즌 16홀드를 기록하고, 기록을 떠나 강력한 구위를 선보였다. 팀까지 잘됐다. 주가가 오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첫 FA 자격을 얻어 LG 트윈스와 4년 총액 52억원 계약을 체결했다. 마무리도 아닌 불펜 투수가 52억원이라는 액수를 받는 자체가 대단했는데, 그게 옵션은 1원도 없이 전액 보장이라는 사실에 모두가 충격을 받았다.
LG는 미국 도전을 선언한 고우석의 빈 자리를 메울 마무리 카드로 장현식을 데려왔다. 그러니 그렇게 엄청난 투자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는 곧 악몽이 됐다. 지난 시즌 마무리는 커녕, 필승조로도 제 역할을 못했다. 56경기에 나왔지만 3승3패10홀드5세이브 평균자책점 4.35 평범한 성적을 남겼다. 그냥 불펜 투수라면 나쁘지 않지만, 52억원 전액 보장 꼬리표가 따라다니니 '먹튀' 얘기까지 흘러나왔다.
그래도 올해는 4월 13경기 3승1패6홀드1세이브 평균자책점 3.46으로 선전했다. 하지만 52억원 갈증을 해소하기에는 모자랐다. 그런데 최근 반전이 일어나고 있다. 갑작스러웠던 선발 전환, 대성공 조짐이다.
손주영의 부상과 마무리 전업, 치리노스의 퇴출과 불펜 리오스 영입 등 선발진에 치명상을 입은 LG. 그리고 장현식의 선발 가능성을 감지해낸 염경엽 감독. 시작은 지난달 5일 NC 다이노스전이었다. 장현식이 4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자, 염 감독에게 획기적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이후 6월11일 SSG 랜더스전 불펜데이를 선언하고 장현식에게 다시 4⅔이닝을 맡겼다. 또 무실점, 여기에 승리투수까지 됐다.
그러자 장현식을 아예 선발로 돌렸다. 이후 4경기 2승1패다. 특히 2승을 거둔 6월23일 삼성 라이온즈전과 4일 한화 이글스전은 두 경기 모두 5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아직 선발 빌드업 과정이기에 5이닝 이상 투구가 힘들지만, 어찌됐든 선발로 나와 승리 요건을 만들어주고 팀이 이긴 자체로 대성공.
이렇게 되면 후반기도 고정 선발로 넣지 않을 이유가 없다. 잘 하는데, 굳이 뺄 필요가 없다. 불펜 52억원 몸값이면 과하지만, 선발 로테이션을 꾸준히 돌아주는 투수라면 52억원 투자가 아깝지 않을 수 있다.
올해 벌써 7승이다. 후반기 안정적으로 선발 역할을 하면 10승도 가능해 보인다. LG는 투-타 전력이 워낙 강하기에 선발 투수도 승수를 쌓을 확률이 다른 팀보다 높다.
구원승들이 더해졌다 하더라도, 10승이면 장현식의 52억원 계약은 '초가성비' 계약 대반전을 이룰 수 있다. 과연 장현식이 이 반전 드라마를 어디까지 써내려갈 수 있을까.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