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외인 타자 2명 체제라는 파격적인 선택 속에 토종 투수들의 어깨로 버텨내고 있는 키움 히어로즈. 그 최전선에서 선발 로테이션의 한 축을 맡아 고군분투 중인 루키 박준현(19)의 투구를 바라보는 사령탑의 시선에는 진한 아쉬움과 대견함이 공존하고 있었다.
설종진 키움 히어로즈 감독은 5일 전날 등판해 초반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던 박준현의 피칭을 돌아보며, 냉정하면서도 따뜻한 진단을 내렸다. 무작정 다그치기보다는 리그를 대표하는 선발 투수로 당당히 성장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 '값진 예방주사'라는 평가다.
박준현은 전날 경기 초반 특유의 거침없는 구위와 패기 넘치는 투구로 상대 타선을 요리하며 합격점을 받는 듯했다.
하지만 이닝이 거듭되고 아웃카운트 단 하나를 남겨둔 상황에서 고비가 찾아왔다. 경기 초반의 압도적인 기세와 달리, 2사 이후 급격하게 제구가 흔들리고 마운드 위에서 흔들리는 모습을 노출하며 실점의 빌미를 제공한 것. 잘 던지다가 순식간에 흐름을 내주는 아쉬운 장면이었다. 3⅔이닝 5안타(1홈런) 5볼넷 6탈삼진 5실점. 올 시즌 그가 5이닝을 버티지 못한 네번째 경기다.
경기가 끝난 뒤 사령탑의 평가는 이 '2사 이후의 흔들림'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위기 상황을 스스로 통제하고 매끄럽게 이닝을 마무리지어야 하는 선발 투수의 무게감을 아직 완벽하게 통달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설종진 감독은 박준현의 4일 투구 내용에 대해 "2회까지는 정말 자기 공을 던지며 잘 던져주었다"라면서도 "하지만 2아웃을 잡아놓은 이후에 조금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고 복기했다.
이어 설 감독은 "그 장면을 보면서 '아직은 확실히 성숙이 좀 덜 됐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라며 냉정한 진단을 내리면서도, 곧바로 "하지만 이것 역시 이제 막 프로 무대에 발을 내딛은 신인이 무조건 겪어야 하는 그런 '성장통'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라며 따뜻하게 감싸 안았다.
현재 키움의 마운드 상황은 결코 녹록지 않다. 에이스 안우진의 정밀한 이닝 관리 속에서 투수 외인 한 자리를 포기하고 맷 데이비슨과 케스턴 히우라를 동시 배치하는 극단적인 화력 야구를 선택했기에, 선발 로테이션을 도는 박준현 같은 신예들이 짊어져야 할 정신적 중압감은 꽤 크다.
올해가 그의 첫 프로 데뷔 시즌이자 풀타임 선발 첫 해다. 10경기에서 1승4패, 49이닝 42안타(2홈런) 35볼넷 21실점(20자책) 평균자책점 3.67, WHIP 1.57을 기록중이다. 지금까지 해온 것 만으로도 여느 팀 선발 못지 않은 훌륭한 성적이다. 박준현이 없었다면 키움은 맷 데이비슨까지 계약하며 '2용타' 카드를 쓸 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제 남은 것은 감독이 말한 '성장통'을 이겨내고 키움의 차세대 에이스로 당당히 서는 것이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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