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시선은 반신반의였다.
지난 3월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고우석(미네소타 트윈스)이 합류한다는 소식이 전해질 당시 대부분의 시각이 그랬다. 마이애미 말린스에서 방출된 이후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 마이너 계약을 맺었지만,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겨우내 친정팀 LG 트윈스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반등을 모색했지만, 그가 과연 KBO리그를 호령하던 수호신의 모습을 WBC에서 보여줄지엔 물음표가 붙었다.
우려는 기우였다. 고우석은 일본과의 WBC 1라운드 2차전에서 5-5 동점이던 6회말 구원 등판해 요시다 마사타카(보스턴 레드삭스), 오카모토 가즈마(토론토 블루제이스), 무라카미 무네타카(시카고 화이트삭스)를 차례로 범타 처리하며 삼자 범퇴 이닝을 만들었다. 대만전에서는 4-4 동점인 9회초 등판해 1⅔이닝 1실점 비자책을 기록했고, 베네수엘라와의 8강전에서는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케텔 마르테(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후안 소토(뉴욕 메츠)를 범타로 잡아냈다. 3경기 3⅔이닝 무안타 무4사구 1삼진 1실점 비자책. 2024년 샌디에이고 입단 후 빅리그에 데뷔하지 못했던 지난 2년의 시간이 헛되지 않았다는 걸 증명한 순간이었다.
미국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도 WBC가 고우석의 전환점이었다고 분석했다. SI는 7일(이하 한국시각) 그의 이적 소식을 전하며 '고우석은 WBC에서 안타와 볼넷을 하나도 내주지 않는 완벽한 투구로 상승세를 선보였다. 그 기세를 이어가 더블A와 트리플A에서 41⅓이닝 평균자책점 1.96, 탈삼진 54개를 기록했고 피홈런은 단 1개만 허용했다'고 설명했다.
고우석은 8일 미네소타의 홈구장인 타깃필드에서 펼쳐지는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전에서 선수단에 합류한다. 디애슬레틱의 미네소타 담당인 에런 글리먼은 SNS를 통해 '미네소타가 고우석의 로스터 등록 및 불펜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우완 투수 코디 로리슨을 트리플A로 보냈다'고 전했다. MLB트레이드루머스는 '미네소타는 트레이드 조건에 따라 고우석을 26인 로스터에 추가해야 한다'고 전한 바 있다. 일련의 보도와 움직임을 보면 미네소타는 8일 클리블랜드전에 고우석을 26인 로스터에 등록할 가능성이 높다. 메이저리그 팀 대부분이 로스터 등록 당일 기회를 주는 점을 고려해볼 때, 고우석도 경기 상황에 따라 염원하던 빅리그 마운드를 밟을 기회를 잡을 가능성이 있다.
미네소타는 현재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에서 가을야구를 사정권에 두고 있다. 팀 타율 아메리칸리그 3위(0.247), 타점 1위(426점), 홈런 4위(117개)임에도 팀 선발 자책점은 4.43으로 전체 15팀 중 13위, 불펜 평균자책점은 5.28로 꼴찌다. 마이너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준 고우석이 이런 빈약한 마운드의 '로또'가 되길 바라고 있다.
SI는 '고우석은 90마일 중반대의 강속구와 함께 슬라이더, 커브, 스플리터를 구사한다. 미네소타가 영입할 만한 가치가 있었다'며 '에릭 오지, 트래비스 애덤스 등 기존 불펜보다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줄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호평했다.
다만 조언도 잊지 않았다. SI는 'KBO리그에서 압도적인 활약을 펼쳤던 고우석은 샌디에이고에 입단했으나 스프링캠프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고, 시즌 시작과 동시에 더블A로 강등된 후 마이애미로 트레이드 됐다. 이후 마이너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다 방출돼 디트로이트와 마이너 계약을 했다. 올해 들어서야 비로소 KBO리그 시절 모습을 되찾기 시작했다'며 '고우석은 미네소타에서 구원 투수로 활약할 가능성이 높지만, 빅리그에서 아웃을 잡아내기 위해선 제구력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올해 마이너리그에서 직구와 스플리터를 활용하면서 땅볼 유도 비율을 높이는 데 한몫했던 제구가 빅리그에서 통할지가 결국 생존 관건이 될 것으로 내다본 셈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