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심판진의 어설프고 매끄럽지 못한 경기 운영에 억울하게 자동 투구판정 시스템(ABS) 챌린지 기회를 박탈당하는 황당한 사태가 메이저리그 빅리그 무대에서 발생했다. 하지만 '코리안 빅리거' 송성문(30·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은 흔들릴 수 있었던 억울함 속에서도 독하게 평정심을 유지하며 방망이 대신 '눈야구'로 심판과 상대 마운드를 모두 무너뜨렸다.
송성문은 13일(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전반기 최종전에 9번 타자 겸 3루수로 선발 출전해 2타수 무안타 1볼넷 1타점을 기록했다. 샌디에이고는 경기 후반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해 토론토를 5대4로 제압하고 48승48패, 정확히 5할 승률을 맞추며 전반기 일정을 마감했다.
이날 샌디에이고는 5할 승률 회복이라는 짜릿한 기쁨을 맛봤지만, 경기 초반 송성문의 타석에서 나온 심판진의 ABS 챌린지 거부권 행사는 현지 중계진과 팬들의 거센 공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사건은 양 팀이 1-1로 팽팽하게 맞선 2회말 1사 만루 황금 찬스에서 터졌다. 타석에 들어선 송성문은 토론토의 우완 선발 케빈 가우스먼을 상대로 침착하게 공 3개를 연속으로 골라내며 3B라는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이어 가우스먼의 4구째 94.7마일(약 152㎞)짜리 포심 패스트볼이 스트라이크 존 아래쪽으로 낮게 흘러들어왔다. 공의 궤적을 정확히 읽은 송성문은 볼넷을 확신하고 배트를 내려놓으며 1루로 걸어 나가려는 제스처를 취했다. 현장 야구인들 누구나 볼로 판단할 수 있었던 완벽한 코스였다.
하지만 존 파월 구심의 손은 느닷없이 허공을 가르며 스트라이크를 선언했다. 볼카운트 3B1S. 깜짝 놀란 송성문은 즉각 자신의 헬멧을 두드리며 벤치를 향해 ABS 챌린지를 요청했다. 그러나 파월 구심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송성문의 챌린지 신청을 전면 거부했다. 신청 타이밍이 늦었다는 황당한 이유였다.
현지 중계진은 이에 대해 "구심은 송성문이 스트라이크 콜이 내려진 후 타석을 벗어나 배트를 내려놓은 행동 자체를 챌린지 의사가 없는 것으로 간주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즉, 판정이 나오는 즉시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채 헬멧을 두드리지 않았기 때문에 시간이 경과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선수가 볼넷을 확신해 정상적인 출루 동작을 취한 것을 두고 챌린지 기회 자체를 박탈한 심판의 어설프고 경직된 경기 운영이 도마 위에 오른 순간이다.
중계화면에 잡힌 송성문의 표정에는 억울함과 황당함이 그대로 묻어났다. 송성문은 입술을 꽉 깨물며 억지로 감정을 추슬렀지만, 샌디에이고 벤치는 폭발했다. 심판진의 몰상식한 운영에 코칭스태프가 들고일어난 것이다.
특히 스티븐 수자 주니어 샌디에이고 타격코치는 손으로 자신의 무릎 아래 코스를 직접 가리키며 "명백하게 무릎 아래로 빠진 낮은 볼인데 왜 챌린지조차 받아주지 않느냐"고 고성을 지르며 격렬하게 항의했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애덤 하마리 3루심은 지체 없이 수자 주니어 코치에게 퇴장 명령을 내렸다.
벤치에 있던 크레이그 스태먼 감독까지 그라운드로 뛰쳐나와 심판진을 에워싸고 거세게 항의를 이어갔지만, 한 번 내려진 심판진의 강경한 판정은 끝내 바뀌지 않았다. 챌린지 권한이 엄연히 남아있음에도 절차적 꼬투리를 잡아 이를 묵살한 심판진의 독단성이 펫코파크를 차갑게 얼어붙게 만들었다.
더그아웃이 퇴장 소동으로 붉게 달아오른 최악의 어수선한 상황. 마운드 위의 가우스먼은 샌디에이고 타선을 흔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은 듯했다. 하지만 타석에 홀로 선 송성문의 멘탈은 부러지지 않았다.
송성문은 5구째, 가우스먼이 던진 94.7마일짜리 바깥쪽 패스트볼이 다시 한번 존을 벗어나자 송성문은 미동도 하지 않고 이를 완벽하게 골라냈다. 주심도 이번만큼은 스트라이크를 선언할 수 없었다. 최종 볼넷. 송성문은 당당하게 걸어 나갔고, 3루 주자 개빈 시츠가 홈을 밟으면서 샌디에이고는 2-1 역전에 성공했다.
송성문의 눈야구에 멘탈이 먼저 무너진 쪽은 토론토 선발 가우스먼이었다. 가우스먼은 이어진 2사 만루 상황에서 잭슨 메릴을 상대하다 어처구니없는 투수 보크 판정까지 범하며 무너졌고, 샌디에이고는 이 보크로 3점째를 공짜로 얻어내며 경기 초반 주도권을 완벽하게 틀어쥐었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