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메이저리그 시절에 3번 정도 홈런 타구를 훔친 적이 있다."
1m96의 큰 키에 어울리지 않은 빠른 스피드, 여기에 날아오르는 듯한 탄력까지.
KT 위즈 샘 힐리어드가 이틀 연속 잠실 하늘을 수놓았다. 어제는 자신의 몸이었고, 오늘은 쏘아올린 홈런 타구였다.
KT는 1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후반기 첫 시리즈 2차전에서 힐리어드의 연타석 홈런 6타점 하드캐리에 힘입어 6대0 승리를 따냈다.
이날 승리로 KT는 5연승을 질주하며 2위 LG 추격에 박차를 가했다. 어느덧 LG와 2경기반 차이로 따라붙었다. 반면 LG는 선두 삼성 라이온즈와의 격차가 1경기반으로 커졌다.
어느덧 KT의 토종 에이스로 떠오른 소형준의 6이닝 무실점 호투에 힐리어드의 불방망이가 더해진 완벽한 승리였다. 이강철 KT 감독은 "전반기 막판 좋은 컨디션을 보였던 소형준이 후반기 첫 등판에서도 정말 잘 던졌다. 스기모토와 손동현도 좋았다"면서 "타선은 6타점을 기록한 힐리어드가 이끌었다"고 돌아봤다.
경기 후 만난 힐리어드는 더위와 숨막힐듯한 습도에 다소 지쳐보였다. 그래도 그는 "승리해서 기쁘고, 내가 팀 승리에 큰 역할을 해서 기쁘다"며 활짝 웃어보였다.
"7월에는 올스타 휴식기도 있었고, 우천 취소도 있었다. 경기 감각이 조금 떨어진 부분이 있고, 감이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다. 5~6월에 비해 조금 떨어졌던 것 같긴 한데, 큰 차이는 아닌 것 같다. 오늘은 어제 좀 부족했던 부분을 보여주려고 한게 경기에서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첫 홈런은 바깥쪽 높은 커브를 밀어쳐 좌측 담장을, 두번째 홈런은 바깥쪽 높은 슬라이더를 당겨 우중간 담장을 넘겼다. 강렬한 임팩트보다는 결대로 툭 밀어친 타구에 힘이 실리면서 그대로 넘어갔다.
힐리어드는 "두번 모두 직구를 노리고 있었는데, 존 근처로 들어온 변화구라 내 스윙과 궤도가 잘 맞으면서 홈런이 됐다"면서 "사실 첫 홈런은 2루타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뛰었는데, 홈런이 되서 무척 기뻤다"며 미소지었다.
팀내에선 김현수나 안현민과 타격 이론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고. 최근 안현민이 부상을 딛고 돌아오면서 둘간의 시너지 효과도 빛나고 있다. 이날 두번의 홈런 모두 안현민이 출루한 다음 힐리어드의 홈런이 터졌다.
어느덧 22홈런으로 이 부문 4위까지 올라섰다. 1위 오스틴 딘(LG 트윈스)와의 차이는 6개다.
"자연스럽게 홈런이 나온다면 당연히 기쁜 일이다. 홈런왕 경쟁도 가능하면 좋겠다. 다만 홈런을 노리진 않는다. 그래서 목표로 삼는 홈런 갯수도 따로 없다. 매타석 좋은 타구를 만들어내고자 할 뿐이다. 안현민이 타격도 좋고 선구안도 좋은 선수라 아마 투수 입장에선 부담이 많이 될 거다. 안현민을 상대하고 나서 나를 만나기 때문에, (안현민의 존재가)내겐 상당히 긍정적인 효과가 나오는 것 같다."
힐리어드는 전날 8회말에는 LG 오지환의 투런포를 거의 잡을 뻔했다. 잠실구장의 펜스 높이는 2.6m에 달하는데, 힐리어드는 1m96의 키에 탄력과 주력까지 갖춘 선수다. 힐리어드는 "사실 정확히 확인하고 따라간 건 아니었다"며 멋쩍어했다.
"메이저리그에서 넘어가는 홈런 타구를 3번 훔친 경험이 있다. (오지환 타구는)이쯤이면 되겠다 싶은 지점에서 뛴 거라, 사실 타구가 어디로 떨어졌는지도 정확히 못봤다. 거의 잡을 뻔했다니 기분좋다."
잠실=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