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처분에 따르겠습니다."
KIA 타이거즈는 올 시즌을 치르는 내내 속이 탄다. 예비 FA 중견수 김호령의 주가가 날로 치솟고 있기 때문. KIA는 비FA 다년계약으로 김호령을 묶으려고 시도하고 있지만, 김호령도 생애 처음으로 시장의 평가를 받을 기회를 쉽게 내려놓기 어려운 게 당연하다. KIA와 김호령의 고민은 후반기에도 계속되고 있다.
김호령은 18일 인천 SSG 랜더스전 승리의 주역이었다. 박재현이 허벅지 부상으로 휴식을 취한 가운데 김호령이 1번타자의 임무를 200% 해냈다. 6타수 3안타 1도루 3득점을 기록, 12대2 대승을 이끌었다. 아울러 김호령은 이날 도루 1개를 더해 2015년 KIA 입단 이래 처음으로 10홈런-10도루 클럽에 가입했다.
3안타 경기에도 김호령이 가장 빛난 순간은 수비 장면이었다. 5-2로 앞선 5회말 1사 후 정준재가 볼넷으로 출루한 상황. 1사 1루에서 박성한이 우중간으로 장타성 타구를 날렸다. 빠지면 최소 2루타였는데, 김호령이 별안간 다이빙해 타구를 낚아챘다. 경기장에 있는 모두가 당연히 빠지는 타구로 봤고, 1루주자 정준재는 이미 2루를 넘어가려 하고 있었다. 김호령은 재빨리 일어나 1루 송구를 이어 갔고, 정준재는 1루에서 포스아웃됐다. 병살로 이닝 종료.
선발투수 제임스 네일은 두 팔을 번쩍 든 채로 놀라서 입을 벌린 채 한동안 계속 서 있었다. 그만큼 김호령의 수비는 믿을 수 없는 수준이었다. 이때 김호령이 타구를 잡지 못해 SSG의 추격을 허용했다면, 경기 흐름이 어떻게 될지 몰랐다.
네일은 "사실 인천에서 3점차는 그렇게 큰 점수차가 아니지 않나. 그 상황에 김호령이 그 압박감을 견뎌내면서 다이빙 캐치를 했다. 상대 팀의 기를 죽일 수 있는 플레이였다. 더그아웃에서 크게 포옹해 주면서 '감사합니다'라고 한국말로 마음을 표현했다"고 이야기했다.
김호령은 "일단 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뛰어갔다. 거의 다 갔을 때 다이빙하면 잡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잡았다. 그리고 1루에 송구해서 아웃을 하나 더 잡은 게 더 좋았던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다이빙하기 어려운 타구 아니냐는 질문에는 "쉬운 타구는 아닌데, 나는 전문 외야수다 보니까"라고 답하며 머쓱한 미소를 지었다.
김호령은 이어 "감각인 것 같다. 맞자마자는 모르고 거의 중간쯤에 가다 보면 느낄 수 있다. 잡겠다, 못 잡겠다 2가지만 생각하는 것 같다. 잡고 나서는 1루에 주자가 있었으니까 바로 일어나서 봤는데 주자가 안 보이길래 던지면 아웃시킬 수 있을 것 같아서 바로 던졌다"고 이야기했다.
가장 인상적인 축하를 해준 동료로는 네일을 꼽았다.
김호령은 "네일이 원래는 안 그러는데 와서 껴안으면서 '인생 수비다. 최고의 수비다'라고 정말 칭찬을 많이 해줘서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맹활약 속에 벌금이 우려되는 장면도 있었다. 3회초 무사 1루에서 김호령이 1루수 왼쪽 내야안타를 칠 때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한 것.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은 부상 위험이 높아 최근에는 금기시하는 구단이 많고, KIA도 내부적으로 벌금을 책정해 뒀다.
김호령은 "뛰다가 다리로 들어가면 늦을 것 같아서 이건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게 더 빠르겠다고 판단했다. 원래 하면 안 되는데, 나도 모르게 했다"고 설명했다.
벌금과 관련해서는 "이겨서 봐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처분에 따라야 하는데, 사실 내 판단에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이 더 빠를 것 같아서 하긴 했다. 아마 감독님이 판단하지 않으실까 생각한다"며 웃었다.
김호령은 올해 커리어하이 시즌을 향해 가고 있다. 88경기에서 타율 2할8푼4리(342타수 97안타), 11홈런, 46타점, OPS 0.778을 기록하고 있다. 수비는 리그 최고 중견수로 꼽히는 박해민(LG 트윈스) 정수빈(두산 베어스)보다 올해만큼은 더 안정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KIA는 김호령의 활약이 기쁘면서도 마냥 웃을 수 없는 날들의 연속이다.
인천=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