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2⅔이닝 동안 무려 7개의 볼넷을 남발하며 조기 강판당했던 대전에서의 기억. 자칫 어린 투수의 가슴에 거대한 트라우마로 남을 수 있었던 악몽이었지만, 타선과 불펜 선배들의 신들린 8회 5득점 추격전 덕분에 패전 투수의 멍에는 면했다.
키움 히어로즈의 '고졸 루키' 선발 박준현을 바라보는 설종진 키움 히어로즈 감독의 마음은 복잡했다. 선수를 향한 따뜻한 안타까움과 함께, 에이스로 성장하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피칭 메커니즘에 대한 뼈 있는 주문이 이어졌다.
박준현은 지난 19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 선발 등판해 2⅔이닝 2안타 7볼넷 4실점으로 부진했다. 스트라이크(33개)보다 볼(36개)이 더 많았을 정도로 제구가 완전히 흔들린 피칭이었다.
설 감독은 21일 "우선 패전이 되지 않아서 선수가 마음의 짐을 조금은 덜었을 것"이라면서도, 피칭 내용에 대해서는 "준현이한테 가장 하고 싶었던 얘기는 유인구나 도망가는 피칭에 대한 아쉬움이었다"라고 전했다.
"상대 강타자들을 마주했을 때 장타를 맞지 않으려고 변화구 위주의 피칭을 가져가다 보니, 오히려 투구 밸런스 전체가 흐트러지고 볼넷이 쏟아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도망가다가 볼넷을 주고 무너지는 것보다, 네 가장 큰 장점인 강력한 속구(패스트볼)를 던지다 맞는 게 차라리 낫다. 다음 등판부터는 너의 제일 좋은 속구로 정면 승부를 많이 하라고 메시지를 전했다"고 밝혔다.
설 감독이 박준현에게 제시한 가장 확실한 벤치마킹 모델은 팀의 에이스 안우진이었다. 그는 사흘 전 안우진이 한화 강백호와 펼쳤던 맞대결 장면을 언급했다. "준현이에게 '우진이가 강백호랑 붙을 때 이 악물고 자기 제일 강력한 공으로 정면 승부하는 모습을 보지 않았나'고 했다. 준현이에게 바로 그런 모습을 보고 싶다. 상대가 하위 타선이든, 리그 대표 강타자든 도망가지 말고 네가 가진 가장 강력하고 자신 있는 공으로 맞붙어야 한다."
실제로 안우진은 이 경기에서 강백호와 맞붙어, 설 감독이 "이 악물고 던지더라"고 말할 정도로 혼신의 힘을 다하는 투구를 선보였다. 전광판에 159㎞가 찍히기도 했다.
박준현은 현재 체력적인 문제보다는 마운드 위에서 상대를 압도하겠다는 '멘탈 매커니즘'의 회복이라는 관건이라는 것이 사령탑의 분석이다.
고졸 루키 투수가 KBO리그 풀타임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마주하는 제구 난조와 장타 공포증은 당연히 거쳐야 할 성장통이기도 하다. 장타를 피하려다 유인구만 남발해 자멸하는 우를 범했던 수많은 투수들이 자멸했다. 그 전철을 밟지 않아야 박준현도 한단계 도약할 수 있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