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웃어야 해, 울어야 해.
밥상은 계속 차려지는데, 스스로 걷어차기 바빴다. 도저히 이길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9회 2사 극적 동점타가 터졌다. 그리고 2대2 무승부. 이는 성공한 야구인가, 실패한 야구인가.
두산 베어스가 4연승 기회를 놓쳤다. 물론, 4연승 기회가 남아있기도 하다.
두산은 21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주중 3연전 첫 번째 경기에서 연장 11회 접전 끝 2대2로 비겼다.
3연승 두산과 7연승 KT의 맞대결. 특히 두산은 이번 주 7연승의 2위 KT에 이어 초강력 선발진을 구축한 1위 삼성 라이온즈를 만나는 일정이었다. 그래서 이 경기는 더 중요했다. 연승을 이어갈 수도 있었고, 첫 단추를 잘 꿰야 죽음의 6연전도 잘 헤쳐나갈 수 있었기 때문.
하지만 너무도 아쉬웠다. 숱한 찬스를 잡고도 그 찬스를 살리지 못했기 때문.
1회초부터 시작이었다. 선두 박찬호가 안타를 치며 기분 좋은 출발을 했다. 5월8일 키움 히어로즈전 승리 이후 8경기 승리 없이 4패만을 떠안은 KT 선발 오원석이 긴장할 수밖에 없는 스타트. 긴장한 티가 역력했던 것이 다음 타자 김민석을 상대하며 박찬호에게 연속 3개 견제구를 뿌렸다.
하지만 박찬호가 2루 도루를 감행하다 아웃이 되며 오히려 압박감을 받을 오원석을 살려준 꼴이 됐다. 그렇게 오원석이 안정을 찾고 김민석과 박준순을 처리했다.
KT에 선취점도 스스로 선물했다. 1회말 1루수 세베리노의 어이없는 송구 실책으로 점수를 헌납했다.
자신감을 얻은 오원석에게 2, 3회 맥을 못 춘 두산은 4회 결정적 기회를 잡았다. 이번에도 선두 박찬호가 안타를 쳤다. 여기에 김민석의 우전 안타까지 나와 무사 1, 3루 천금 찬스를 잡았다.
하지만 박준순이 오원석의 4연속 바깥쪽 체인지업 공략에 휘둘리며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세베리노는 4연속 높은 직구 승부에 방망이를 헛치며 삼진. KT는 다음 타자 양의지와 굳이 승부를 하지 않고 볼넷으로 내보냈고, 안재석을 선택해 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그래도 5회 동점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2사 2루 찬스서 박찬호가 동점 우전 적시타를 때려낸 것. KT 우익수 안현민이 몸을 던져 잡는 듯 했지만, 마지막에 공이 빠지며 두산에는 행운이 됐다.
하지만 행운은 그걸로 끝이었다. 5회말 아쉬운 수비를 했던 안현민이 곧바로 달아나는 1타점 안타를 쳤다. 이후 7회가 결정타였다.
두산은 선수 정수빈이 바뀐 투수 전용주를 상대로 볼넷을 골라냈다. 강승호는 좌전 안타. 다시 무사 1, 2루 소중한 찬스. 타석에는 조수행. 두산 벤치의 선택은 희생번트. 하지만 조수행이 번트를 제대로 대지 못하며 2S으로 몰렸고 강공으로 가 결국 1루주자가 2루에서 아웃되고 말았다. 1사 2, 3루와 1사 1, 3루는 천지 차이. 투수가 받는 압박 자체가 다르고, 두산이 생각하기 싫은 최악의 수가 있었다. 바로 병살. 그렇게 잘 치던 박찬호가 하필 이 타석에서 통한의 6-4-3 병살을 치며 추격 분위기에 완전히 찬물이 끼얹어졌다.
두산은 8회초에도 선두 김민석이 스기모토를 상대로 볼넷을 골라냈다. 다음은 감이 좋지 않은 박준순. 번트 대신 강공으로 믿음의 야구. 박준순도 우측 방면으로 잘 밀어쳤지만, 최원준이 몸을 던지며 공을 잡아버리니 어쩔 수가 없었다. 세베리노는 또 삼진. 양의지는 또 자동 고의4구. 안재석은 또 외야 플라이 봤던 장면이 재현됐다.
두산은 9회초 1사 상황서 강승호가 KT 마무리 박영현을 상대로 내야 안타를 뽑아냈다. 박찬호의 내야 안타까지 2사 1, 3루. 그나마 천만다행이었던 게 여기서 등장한 김민석이 박영현의 높은 직구를 받아쳐 천금의 동점 적시타로 연결시켰다는 것이다. 그렇게 터지지 않던 두산의 방망이가 가장 중요할 때 한 번 터졌다. 그 다음 박준순의 잘 맞은 타구까지 득점타가 됐다면 좋았겠지만, 두산의 힘은 여기까지였다.
우천 취소가 예상됐던 경기. 날씨도 찌뿌둥했고, 무려 77분이나 경기 중단이 되기도 했다. 선수들이 100% 경기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환경이기는 했다. 그래도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경기일 듯. 대어 KT에 지지 않은 것이 다행인 경기인가, 다 잡은 대어 KT를 놓친 게 한이 될 경기인가. 판단은 여러분에게 맡기기로 한다.
수원=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