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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부터 이변이다.
KGC는 지난 시즌 디펜딩챔피언이자 올시즌 정규리그 4위를 달리는 강호다. 하지만 식스맨과 2군 위주로 경기를 펼쳤다가 대학 강호 중앙대 앞에서 체면을 단단히 구기고 말았다.
그나마 올시즌 정규리그 공동 1위 SK가 프로의 자존심을 지켰다.
28일 경기도 고양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첫날 경기에서 KGC는 중앙대에 94대98로 패했고, SK는 연세대에 77대69로 역전승을 거뒀다.
이번 대회는 한국농구 붐을 부활하기 위해 17년 만에 추억의 농구대잔치를 재현한 볼거리였다. 말이 볼거리이지 역시 승부의 세계는 어쩔 수 없었나보다.
문경은 SK 감독(41)과 정재근 연세대 감독(43)은 경기 시작 전부터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이유만 달랐다 뿐이지 한결같이 '승리'를 외쳤다.
먼저 경기를 펼친 정 감독은 "프로팀을 상대로 좋은 게임을 펼치면 만족한다. 좋은 게임은 이기는 것을 말한다"면서 "배우러 온 게 아니다. 반칙 신경쓰지 말고 한판 붙어보자는 당부도 했다"며 승리에 초점을 맞췄다. 이에 대해 연세대 2년 후배인 문 감독은 "명색이 정규리그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프로팀이다"면서 "연세대가 부상자와 어린 선수가 많다는데 그런 팀에게 지면 무슨 망신인가. 모교라고 봐주는 법 없다"고 응수했다.
필승의지의 강도로 보면 문 감독이 더 절박해보였지만 그만큼 승리에 대한 자신감도 높았다. 한동안 고전을 면치 못하며 이변의 희생양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감이 높아진 와중에도 별로 당황하지 않을 것도 이 때문이었다.
SK는 주전의 몸관리를 위해 식스맨과 2군 선수들을 주로 내세운 까닭에 살짝 당황스러웠다. 이 대회 규정상 외국인 선수가 배제됐기 때문에 더 그랬다. 초반부터 연세대 아우들이 형님들을 압도했다. 힘과 기량에서 밀렸지만 여럿이 한발 더 뛰는 패기와 겁없이 달려드는 악바리 정신으로 무장한 덕분이었다.
2쿼터 초반 12점차(13-25)까지 몰린 SK는 3쿼터 들어 빅맨 김우겸과 김동우의 외곽슛을 앞세워 역전에 성공했다. 하지만 준비된 변칙수비에 연세대가 말려들지 않는 바람에 박빙의 재역전을 허용했다. 문 감독은 "오늘 경기에서 가장 뜨끔했던 순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문 감독이 의도했던 대로 승부는 4쿼터부터 갈리기 시작했다. 53-57로 뒤진 채 4쿼터를 맞은 SK는 프로의 노련미와 비축해둔 체력을 앞세워 거세게 몰아붙였다. 연세대는 4분여 만에 팀파울에 걸리며 위축될 수밖에 없었고 연이은 자유투 실점에 예상대로 무너졌다.
프로팀의 자존심은 여기까지였다. 이후 이변이 일어났다. KGC는 전반까지 26점이나 올린 중앙대 포워드 전성현(3학년·33득점, 5리바운드)의 맹활약에 밀려 37-50으로 크게 뒤지면서 재앙을 예고했다.
KGC는 후반들어 김일두와 김민욱을 앞세워 추격에 나서려고 했지만 뒷심을 발휘한 중앙대 가드 이호현(2학년)의 기세에 눌려 역전에 실패했다. 이호현은 선배들을 농락하는 듯 아마답지 않은 기교와 여유를 앞세워 트리플더블급(35득점, 9리바운드, 7어시스트) 활약으로 프로팀을 놀라게 했다.
허 재 KCC 감독의 아들인 연세대 허 웅(1학년) 역시 이날 야전 사령관으로 나서 22득점(3점슛 3개), 4어시스트로 군계일학의 활약을 펼치며 피는 속일 수 없음을 과시했다.
고양=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