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불신의 시기다. 우연의 일치에도 따가운 의심의 눈초리가 떠나지 않는다. 구단 간에는 '죄수의 딜레마'의 분위기까지 감지된다.
지난 12일 프로농구연맹(이하 KBL)의 '6강 고의 탈락 의혹에 대한 대책' 발표 이후, 분위기가 더 애매해졌다. 하위권 팀 벤치는 죽을 맛이다. 부상 여파로 경기가 뜻대로 되지 않는데 설상가상으로 묘한 시선까지 받는다.
대표적 구단이 동부다. 끊임 없는 릴레이 부상 여파 속에 올시즌 극심한 롤러코스트를 경험하고 있는 팀. 시즌 초 바닥권에서 올스타 브레이크 직전 반전 상승에 성공했다. 하지만 김주성 발목 부상으로 브레이크 이후 공-수 동반 난조 속에 속절 없이 8연패. 어느덧 또 다시 9위다. 연패에 속이 쓰린 건 둘째 문제. 오해의 시선이 더 억울하다. 오죽하면 구단 관계자가 "말도 안되는 오해다. 우리가 일부러 6강 탈락을 할 계획이었다면 시즌초 하위권에 쭉 머물면 됐지 않았겠느냐. 굳이 왜 브레이크 전에 좋은 성적(11승2패)으로 순위를 끌어 올렸겠느냐"며 볼멘 항변을 할 정도다.
의혹의 중심에 섰던 LG도 힘들다. 불신의 시선이 매 경기마다 이어진다. 선수단 분위기, 당연히 좋지 않다. 문제가 불거진 이후 LG는 매 경기 최선을 다하고 있다. 지난 16일 상위팀 KGC를 꺾고 5연패에서 탈출했다. 바로 다음날인 17일 SK와의 원정경기. 최강 1위팀인데다 연이틀 경기라는 체력적 부담감에도 LG 김 진 감독은 경기 전 "SK를 꼭 잡겠다"며 총력전을 다짐했다.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선전했지만 힘에서 밀렸다. 88대100 패배. LG는 부상선수가 즐비하다. 골밑 플레이어 송창무와 에이스 김영환, 유병훈 조상열 등이 아프다. 변현수도 고질적 부상으로 정상 가동이 어렵고 예비역 기승호도 허리가 좋지 않다. 하지만 하위팀의 경우 부상조차 의심받는 분위기가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난감할 따름이다. 벤치의 선수 기용 시간 조차 자유롭지 않다. 정도만 다를 뿐 하위권 팀들이 최근 겪는 고충은 거의 흡사하다.
여파는 상위팀에게도 미친다. 정작 최선을 다한 하위팀을 이겼는데도 어부지리 승리로 취급받기 일쑤다. 땀흘려 얻은 빛나는 승리가 자칫 빛 바랜 승리로 비쳐질 수 있다. 이런 분위기라면 가치 있는 팀 승리 기록이나 개인 기록도 폄하되지 말란 법은 없다.
바닥부터 흔들려 뿌옇게 변해버린 신뢰의 어항은 쉽게 맑아지지 않는다. 수만가지 의심의 부유물이 가라앉고 맑은 시야가 확보되기까지 꽤 오랜 시간 자정의 노력이 필요하다. 근시안적인 판단으로 자초된 불신의 시대. 신뢰가 회복되기까지는 모두가 피해자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