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지역방어의 비밀, 사실은 드롭존 아니다?

기사입력 2013-02-27 11:25



잘나가는 선두 SK. 26일 안양 KGC전에서 패하며 12연승 도전이 좌절됐지만 SK의 상승세가 꺾일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은 드물다. 이런 SK의 상승세를 설명할 때마다 나오는 단어가 바로 '드롭존'이다. 지역방어를 의미하는 존디펜스의 변형전술이다. 중요한건 SK의 지역방어가 엄밀히 따지면 드롭존이 아니라는 것. SK의 수비가 많은 팬들의 주목을 받고있는 만큼 지역방어의 개념을 명확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SK 수비는 왜 드롭존이 아닐까.

농구에는 많은 지역방어 전술이 있다. 대표적으로 2-3 지역방어, 3-2 지역방어, 1-3-1 지역방어 등이 있다. 2-3 지역방어의 경우 코트 앞선에 두 선수, 그리고 뒷선에 세 선수를 배치해 구역을 나누어 맡게 하는 형식이다. 또 여기서 여러 변형 전술이 파생된다.

드롭존의 경우는 3-2 지역방어의 변형 젼술이다. 통상적으로 3-2 지역방어는 자유투 라인 부근에 톱 수비수를 중심으로 양쪽 45도 3점 라인에 2명의 선수가 포진하고, 골밑 좌우측에 키가 큰 선수 2명이 서게 된다. 드롭존이 3-2 지역방어의 변형 전술인 이유는 톱의 역할이 다르기 때문이다. 보통 3-2 지역방어의 경우 톱 수비수는 정면에서 던지는 3점슛 체크와 하이포스트로 투입되는 볼을 막는게 주임무다. 하지만 드롭존의 경우 골밑에 공이 투입되면 톱 선수가 골밑에 까지 내려가 기존 골밑 선수들과 함께 공을 가진 사람을 에워 싸는 전술이다. 톱의 활동 반경이 훨씬 넓어진다.

드롭존이라는 용어는 지난 시즌부터 통용되기 시작했다. 동부 때문이었다. 동부가 강력한 드롭존 전술로 정규리그 최다승(44승) 기록을 세웠다. 그 중심에는 김주성이 있었다. 김주성이라는 큰 선수가 톱에 서있기만 해도 상대팀 가드들은 함부로 슛을 던지거나 안쪽으로 패스를 넣지 못했다. 그 이점을 살려 김주성은 골밑까지 내려가 윤호영, 로드 벤슨의 수비를 도왔다. 골밑 득점이 거의 불가능했다. 김주성이 스피드를 갖추고 있기에 가능했다. 상대가 어렵게 외곽으로 공을 빼도 김주성이 빠른 스피드로 원래 수비 위치에 복귀해 상대 숨통을 조였다.

A구단의 한 선수는 "동부와 SK의 수비는 완전히 다르다"고 선을 긋는다. SK의 수비를 떠올려보자. 보통 톱 위치에 박상오, 김민수, 김동우, 헤인즈 등이 번갈아가며 선다. 하지만 누가 서든 똑같다. 골밑에 공이 투입되더라도 자유투 라인 부근에서 외곽으로 나오는 공을 체크하거나, 커트인 플레이를 막는게 전부다. 적극적으로 골밑 수비에 가담하지 않는다. 평범한 3-2 지역방어의 방법이다. 오히려 전형적인 드롭존은 상대팀 KGC가 보여줬다. KGC는 이날 SK를 맞아 1쿼터 깜짝 지역방어 전술을 썼다. 같은 3-2 지역방어였는데 SK 센터들이 골밑에서 공을 잡으면 톱에 있던 양희종이 골밑까지 내려가 도움수비를 펼쳤다.

최근 상황을 보면 정확한 전술의 이해 없이 3-2 지역방어를 무조건 드롭존이라고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TV중계에서 해설을 하는 해설가들도 마찬가지다.

SK의 평범한 3-2 지역방어, 왜 강할까.


지난해 동부가 드롭존 센세이션을 일으킬 수 있었던 것은 생소함 때문이었다. 상대 선수들은 생전 처음 접하는 동부의 완벽한 수비 전술에 당황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SK의 지역방어는 평범하다. 선수들이 아마추어 시절 지겹게 접했던 수비의 정석과도 같다. 그런데 왜 SK의 지역방어를 쉽게 깨지 못하는 것일까.

헤인즈와 최부경, 그리고 김민수의 역할이 크다. 3-2 지역방어는 상대 앞선의 공격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작전이다. 정면, 그리고 양 45도 라인에 수비수가 있기 때문에 이 지점에서는 웬만해서 3점슛을 던지기 힘들다. 수비수들의 위치상 양쪽 사이드에서 많은 찬스가 날 수밖에 없다. 모든 팀들이 SK의 지역방어를 깨기 위해 사이드에 슈터들을 배치하고 찬스를 노린다. 하지만 여간 해서는 완벽한 오픈 찬스가 나지 않는다. 헤인즈, 최부경, 김민수의 스피드가 워낙 빠르기 때문이다. 세 사람 모두 높이까지 갖췄다. 이 골밑 수비수들이 사이드에 공이 가는 순간 빠른 사이드 스텝으로 상대 슈터 수비에 나서니 슈터들의 슛 밸런스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 이 세 사람은 단순히 사이드 슛 견제에 능한 것 뿐 아니라 1대1로 골밑에서 상대 센터를 막아낼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상대팀으로서는 이 지점에서 밖에 슛을 던질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진다. 연달아 슛이 실패하게 되면 어느새 경기 흐름은 SK쪽으로 넘어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3-2 지역방어는 위에서 언급했던 대로 양 사이드와 로우 포스트에서 찬스를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톱에 위치한 포인트가드가 한 번에 이 지점에 있는 선수들에게 공을 연결하는건 무리다. 하이포스트에 있는 센터, 포워드 선수들을 거쳐야 한다. 자유투 라인 부근에서 공격 선수가 공을 잡으면 자연스럽게 골밑에 위치한 2명의 수비수가 공을 가진 사람을 향해 다가오게 된다. 미들슛과 돌파를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 틈에 사이드에 위치한 슈터나 엔드라인을 파고드는 선수에게 공을 내줘야 완벽한 찬스가 난다. 최근 프로농구에는 이 역할을 해주는 선수가 거의 없다. 그래서 SK의 수비가 빛을 발한다. 외국인 센터, 포워드들은 어린 시절부터 지역방어와 친숙하지 않고, 토종 빅맨들의 경우에도 날이 갈수록 패싱능력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SK의 수비를 격파할 수 있는 비법은 뭘까. KGC가 26일 경기에서 최상, 최악의 플레이를 모두 보여줬다. 먼저 최상의 경우다. KGC는 3쿼터 시작하자마자 단 4번의 패스로 SK 수비를 무너뜨렸다. 톱에 위치한 김태술이 좌측 하이포스트에 위치한 최현민에게 패스를 했다. 골밑 좌측에 있던 헤인즈가 최현민을 막기 위해 올라왔다. 그 틈에, 엔드라인으로 이정현이 파고들었다. 최현민은 이정현에게 패스를 했다. 이정현이 골밑슛을 시도하려 하자 반대편 골밑에 있던 최부경이 도움 수비를 왔다. 이정현은 재치있게 반대편에서 뛰어들어오는 파틸로에게 공을 건넸고 파틸로가 노마크에서 득점을 성공시켰다. 최악의 상황은 1쿼터에 나왔다. 1쿼터 대인방어를 사용하던 SK는 종료 직전 3-2 지역방어로 작전을 변경했다. KGC 김태술은 두 차례나 하이포스트에 있는 정휘량에게 공을 건넸다. 하지만 공을 받은 정휘량은 슛도, 패스도 하지 못하고 어물쩡 거리다 공을 빼앗겨 상대에게 2번의 손쉬운 득점을 허용하는 빌미를 제공했다. 3-2 지역방어를 깨기 위해서 필요한 건 패스와 빠른 결단력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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