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이 명확히 밝혀지기를 바란다."
울산 동천체육관은 원래 한바탕 '축제 전야'같은 흥분과 긴장감이 넘쳐흘러야 할 마당이었다. 이번 시즌 '대행' 꼬리표를 뗀 초보 문경은 감독이 이끄는 SK가 시즌 초부터 이어 온 파죽지세의 상승세가 '팀 창단 첫 정규시즌 우승'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밤. 이날 SK가 모비스와의 원정경기를 승리로 이끈다면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 모비스와 SK의 경기가 열리는 울산동천체육관은 그래서 '축제 마당'이 되기에 충분했다.
관중도 평소보다 많이 들어왔다. 평균 입장관중 3800명 선을 유지했던 동천체육관의 이날 입장관중은 4829명이나 됐다. 신문과 방송, 온라인 매체 등의 취재진도 SK의 첫 우승을 놓치지 않기 위해 울산으로 몰려들었다. 분위기는 충분히 달궈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축제 분위기는 전혀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인해 뒤숭숭하게 돌변했다. 승부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동부 강동희 감독이 이날 오후 의정부지검에 출두해 조사를 받은 데 이어 의정부 지검에서는 강 감독의 혐의를 확인하고 수 일내에 구속 영장을 청구하기로 했다는 사실이 전해지고 나서부터였다. 개탄을 금치 못한 농구인들은 의구심과 안타까움으로 틈만 나면 삼삼오오 모여 사태의 추이에 대한 관망을 내놓고 있었다.
이날 SK 승리와 정규시즌 우승을 대비해 경기장을 찾은 한국농구연맹(KBL) 한선교 총재 역시 마찬가지였다. 축하의 꽃다발을 건네기 위해 경기장을 찾았는데 상상조차 못한 악재로 인해 한 총재의 표정은 굳어있었다.
전반전이 끝난 뒤 한 총재는 취재진과 만나 "이러한 일이 벌어지게 돼 송구스러운 마음"이라면서 "결론이 나오기 전까지는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한 총재는 "강동희 감독은 농구판에서 신뢰가 깊은 인물이었다. 진실이 명백히 밝혀지기를 바란다"면서도 "검찰과 법원에서 확정 결과가 나오면 그에 따라 대응하겠다. 승부조작을 근절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해놨다"면서 참담한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프로농구계에 불어닥친 승부조작 파문으로 인해 코트 밖은 싸늘했지만, 모비스와 SK의 대결은 '미리보는 챔피언결정전'이라 할 만큼 치열하고 뜨거웠다. 두 팀은 나란히 핵심선수 한 명씩을 빼놓은 상태였다. SK는 허벅지 부상으로 빠진 김선형 대신 베테랑 주희정을 포인트 가드로 투입했고, 모비스는 포워드 함지훈의 부상 공백을 박종천으로 메웠다.
승부는 3쿼터에 갈렸다. 전반을 35-38로 뒤진 채 마친 모비스는 3쿼터 들어 강한 수비로 SK를 압박하는 동시에 김시래를 앞세운 속공으로 경기를 풀어나갔다. 김시래는 3쿼터에서만 10득점을 기록하며 역전의 주역이 됐다. 결국 모비스는 SK에 77대70으로 승리하며 8연승을 내달렸다.
울산=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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