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비스와 유재학 감독의 빠른 재계약, '최선의 선택'인 이유

기사입력 2015-03-17 16:28


"다른 생각이라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었다."


5일 오후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2014-2015 프로농구 부산 KT와 울산 모비스의 경기가 열렸다. 경기가 끝난 후 열린 정규리그 우승 시상식에서 선수들이 유재학 감독을 헹가래치고 있다.
울산=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03.05.
충분히 수긍할 만한 결정이다. 사실 농구계에서는 이미 예상됐던 시나리오이기도 하다. 최고의 지휘관에 대한 최고의 예우. 모비스는 지난 11년간 팀을 명가로 이끌어 온 유재학 감독(52)에게 앞으로 5년간 더 지휘봉을 맡기기로 했다. 2020년까지 5년간 재계약했다고 17일 발표했다.

이로써 모비스와 유 감독은 세 차례의 재계약을 거듭하며 16년간 한 배를 타게 됐다. 프로농구 역사상 단일팀 최장수 사령탑 감독 기록이 계속 이어지는 셈이다. 지난 2004년, 불과 41세의 젊은 나이에 모비스 제5대 감독으로 부임한 유 감독은 이미 지난 2010년 계약기간 종료 후 한 차례 재계약(5년, 연봉 4억원)을 맺은 바 있다. 그리고 두 번째 계약 기간이 만료되는 시점(5월31일)을 75일 앞두고 모비스는 또 다시 유 감독의 손을 붙잡았다.

일말의 망설임도 없는 결정이었다. 이미 모비스 구단과 유 감독은 단단한 신뢰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이번 시즌을 마지막으로 계약이 종료되는 상황이었지만, 정규 시즌을 치르는 틈틈이 다음 시즌에 대한 구상과 전략을 상의하곤 했다. 이미 그 시점부터 모비스와 유 감독은 '계약 연장'에 암묵적으로 합의한 것이나 다름없다. 모비스 이동훈 사무국장은 "솔직히 시즌 중에 단 한 번도 재계약에 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 그러면서도 앞으로의 모비스의 미래에 대한 논의를 자연스럽게 해왔다. 감독님과 구단이 서로 생각하는 바가 일치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생각의 일치는 계약 연장을 의미한다.

이번 재계약은 유 감독과 모비스 모두에 최선의 선택이다. 일단 모비스로서는 유 감독 이상의 대안을 생각할 수 없다. 유 감독은 당대 최고의 명장이다. 지난 11년간 모비스에서 5차례 정규리그 우승과 4번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달성했다. 지난해에는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농구 대표팀을 지휘하며 금메달의 기적을 이뤄내기도 했다. 또 지난 2월15일에는 KBL 사상 최초로 '감독 500승'을 달성하며 역사에 남을 업적을 수립했다. 모비스 홈구장인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대기록을 달성했다. 유 감독이 기록한 500승 중에서 70%에 해당하는 350승을 모비스에서 이뤄냈다. 모비스 구단 입장에서도 영광스러운 일이다.

탁월한 지도력과 상대 전술의 허점을 날카롭게 꿰뚫는 전략, 동시에 잠재력을 지닌 새 얼굴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능력까지. KBL의 전·현직 감독 중에서 사실상 유 감독을 능가하는 인물은 없다. 기록과 업적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모비스가 단 한 차례의 망설임도 없이 유 감독과의 재계약을 결정한 현실적인 이유이자, 이번 재계약이 '최선의 선택'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유 감독에게도 더할 나위없는 선택이다. 모비스는 유 감독이 자신만의 농구를 완성한 팀이다. 1998~99시즌 프로농구 최연소 감독(35세)으로 인천 대우 제우스(현 전자랜드)에 부임했던 유 감독은 40대 초반이던 2004년 3월 모비스 사령탑으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의 모비스는 보잘 것 없는 팀이었다. 유 감독이 부임하기 직전인 2003~2004시즌에 15승39패로 리그 꼴찌였다. 젊은 감독에게는 위험한 선택일 수 있었다. 그러나 '새로운 변화와 도전'을 갈망하던 유 감독은 주저하지 않았다. 그리고 구단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서 자신만의 농구를 완성해나갔다. 현재의 모비스가 리그 최강으로 군림하게 된 배경이다. 이렇게 11년간 공을 들여 만든 모비스를 떠나 새로운 팀을 맡는다는 것은 유 감독의 입장에서는 배우 비효율적인 선택이다.


게다가 시점 또한 절묘하다. 모비스가 재계약을 발표한 17일은 계약 만료를 75일 앞둔 날이자, LG와의 4강 플레이오프 1차전 하루 전날이다. 이날 계약을 확정·발표한 것은 큰 경기를 앞둔 유 감독에게 구단이 보내는 신뢰감의 표현이다. 이 국장은 "감독님게 결과 신경쓰지 마시고, 최선을 다해주십사 하는 의미가 담겨있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유 감독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선택은 오히려 플레이오프에서 모비스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구단의 신뢰에 힘을 얻은 감독과 선수단이 새로운 시너지 효과를 빚어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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