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스타즈의 무기는 '양궁농구'뿐만이 아니었다. 외국인 선수 쉐키나 스트릭렌에 우리은행은 맥없이 당했다.
KB는 챔피언결정전에서 가장 중요한 1차전을 잡았다. 지금까지 1차전 승리팀의 우승 확률은 66.7%(24회 중 16회)다. 5전 3선승제의 챔프전에서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남은 시리즈에서 분명 이점을 갖게 됐다.
챔프전 1차전에서 맹활약한 KB스타즈 쉐키나 스트릭렌. 사진제공=WKBL
KB 서동철 감독은 초반 기선제압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1차전 경기 초반 분위기, 그리고 시즌 전체를 통틀어 봤을 때 1차전 승리가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KB 선수들은 이런 서 감독의 주문을 정확히 이해했고, 기대 이상의 움직임을 보여줬다.
서 감독도 "선수들의 집중력이나 경기에 임하는 태도는 내가 놀랄 정도로 좋았다. 농구라는 건 흐름이 있는데 흐름을 내줬을 때 가져오는 힘도 생긴 것 같다"며 흡족해했다.
KB의 이와 같은 경기력은 장기인 '3점슛'에서만 나온 게 아니었다. 물론 3쿼터 상대의 추격을 따돌리는데 있어 3점슛 5개가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스트릭렌의 맹활약에 우리은행이 일방적으로 당한 경기였다. 스트릭렌은 3점슛 4개 포함 38득점 16리바운드로 맹활약했다.
서 감독은 "큰 경기에서는 미치는 선수가 나와야 하지만, 해야 할 선수가 잘 하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 입장에선 스트릭렌이 그런 선수다. 스트릭렌이 터지면 선수들이 덩달아 신이 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사실 우리은행 입장에서도 스트릭렌이 이 정도 활약할 줄은 몰랐을 것이다. 경기 후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은 "스트릭렌을 막을 선수가 부족했다. 그게 불안요소다. 큰 경기에서 내가 전략을 잘 짰어야 했다"며 패배를 인정했다.
신한은행과 KB스타즈의 2014-2015 여자프로농구 플레이오프 1차전 경기가 15일 인천도원체육관에서 열렸다. 4쿼터 KB 스트릭렌이 3점슛을 성공한 후 서동철 감독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인천=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5.03.15/
스트릭렌은 정규리그에선 우리은행 상대로 좋은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평균 18분 22초를 뛰면서 11.6득점 5리바운드를 기록했다. 또다른 외국인 선수 비키 바흐보다 좋지 않았다. 바흐는 오히려 스트릭렌보다 많은 21분 37초를 뛰면서 15.3득점 8.3리바운드를 기록했다.
하지만 서 감독은 정규리그 때 우리은행 상대로 좋은 모습을 보인 바흐보다 스트릭렌을 중용하고 있다. 단기전에서 그가 가진 폭발력의 중요성을 알기 때문이다. 1m95의 바흐보다 1m88의 스트릭렌을 쓰면, 높이에서 약점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스트릭렌은 이를 극복해내고 있다.
우리은행 입장에서는 내외곽을 활발히 오가는 스트릭렌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샤데 휴스턴이나 사샤 굿렛 모두 스트릭렌을 완벽히 막지 못했다. 휴스턴은 일대일 수비에서도 스트릭렌에 밀렸다. 인사이드에서 스트릭렌에게 우위를 내줬고, 외곽까지 따라 나오면 골밑이나 반대편에서 다른 선수에게 찬스를 내줬다. 굿렛이 투입될 경우에는 외곽을 내줄 확률이 높아진다.
스트릭렌을 의식해 다양한 수비를 시험해지만, 속수무책이었다. 그래도 긍정적인 건 스트릭렌이 31분 29초나 뛰면서 체력 소모가 컸다는 점이다. 4쿼터에는 스트릭렌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둔해지기도 했다.
남은 경기에서 스트릭렌의 수비 해법을 찾지 못한다면, 우리은행은 예상치 못한 결과를 받아들일 지도 모른다. KB가 가져간 1차전 승리, 챔프전 판도를 완전히 뒤흔들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