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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최초 3연패를 달성했던 모비스. 그 '모비스 왕조'는 이제 황혼을 맞이하는 시점이다.
왜 모비스는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걸까.
오리온의 철저한 준비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이런 약점에 대한 공략법을 본능적으로 캐치한다. 그리고 몇 년간 다져온 조직력을 바탕으로, 맞춤형 수비 전술을 펼친다. 모비스 챔프전 3연패의 가장 핵심적 이유다.
시리즈 직전 유 감독은 "준비가 매우 까다로운 팀이 오리온이다. 마치 2013~2014시즌 챔프전에서 LG를 상대하는 느낌"이라고 했다. 당시 제퍼슨과 문태종이 버티고 있었고, 골밑에는 김종규가 있었다. 객관적 전력만큼은 LG가 좀 더 우세하다는 평가가 있었다. 하지만, 결국 모비스는 4승2패로 우승 반지를 차지했다. 제퍼슨과 문태종을 다른 선수들과 고립시키면서, 철저히 국내선수들의 득점을 봉쇄한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이번에도 모비스가 할 수 있는 최상의 선택은 오리온의 잭슨과 헤인즈, 그리고 토종 포워드진을 '단절'시키는 전술이었다. 게다가 시리즈 직전 지역방어를 포기했다. 시즌 막판의 상승세, 6강 동부를 스윕하는 과정에서 해인즈와 잭슨, 그리고 오리온의 포워드진의 유기적인 패싱게임이 탄탄해지는 것을 봤기 때문이다. 때문에 유 감독은 "오리온의 상승하는 조직력을 볼 때 지역방어는 오히려 손해라는 생각에, 준비했던 지역방어를 폐기했다"고 했다. 그의 판단은 정확했다. 모비스의 수비 전술은 1, 2차전 모두 성공했다.
하지만, 오리온은 팀 컬러 자체를 바꿨다. 이 과정에서 부작용이 그다지 많지 않았다. 공격 자체는 뻑뻑했지만, 오리온 선수들은 인내심이 있었다. 1차전 한호빈과 최진수를 양동근에게 매치업을 시킨 부분, 문태종을 모비스의 힘이 떨어지는 후반에 배치한 부분은 추 감독의 섬세한 준비를 잘 보여주는 장면이다. 결국 모비스가 의도한 수비전에서 오리온은 부작용을 최소화했다. 결국 모비스가 못한 경기가 아니라, 오리온이 자신의 조직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계기가 됐다. 오리온이 더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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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스가 챔프전 3연패를 한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가 있다.
기본적으로 모비스는 강한 골밑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팀이다. 당시 팀에는 로드 벤슨, 리카르도 라틀리프가 있었다. 그리고 함지훈과 문태영도 존재했다. 문제는 골밑의 뻑뻑함이었다.
외국인 센터와 함지훈 문태영의 행동반경이 겹쳤다. 이 부분을 조정해야 했다. 2012~2013 시즌 정규리그 끝없는 테스트로 결국 공존 방식을 만들어냈다. 함지훈의 스트레치 공간을 벌리면, 문태영이 안쪽을 파고 들었다. 반대로 문태영이 미드 레인지보다 좀 더 외곽에서 행동하면, 동시에 함지훈의 골밑 포스트 업이나 미드 레인지 점퍼가 이어졌다. 이 부분을 해결하면서, 모비스는 매우 강한 골밑의 시너지 효과를 얻었고, 양동근을 중심으로 한 외곽과의 유기적 밸런스를 유지했다.
하지만, 4강 시리즈에서 모비스는 자신의 100% 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2, 3쿼터에서 외국인 선수 두 명을 동시에 투입하지 못했다. 만약, 아이라 클라크와 커스버트 빅터가 들어오면 함지훈이 벤치를 지켰다.
세 선수의 공존은 '만수'도 풀지 못한 숙제였다. 세 선수 모두 외곽이 불안정한 상태. 그렇다고 강한 몸싸움을 바탕으로 골밑을 장악하는 능력도 2% 부족했다. 정규리그 때 간간이 하이-로 게임을 성공시키긴 했지만, 절체절명의 플레이오프에 써 먹기는 힘들었다. 게다가 기동력과 순간 순발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오리온과 같이 외곽 슈터가 즐비한 팀을 상대로 세 선수를 모두 쓸 수 없었다.
결국 2, 3쿼터에 모비스는 강한 골밑을 100% 활용하지 못했다. 오히려 오리온의 밀집 수비를 효율적으로 공략하기 힘들었다. 이 부분에서 효율성이 떨어지면서 외곽은 자연스럽게 찬스가 나지 않았다. 오리온은 장신 라인업을 중심으로 한 위력적인 스위치 디펜스로 모비의 외곽마저 무력화시켰다. 결국 결과는 3전 전패였다.
올 시즌 모비스는 박수받을 만한 경기를 했다. 외국인 쿼터제 확대, 불법 토토에 의한 선수들의 이탈과 가세로 인해 전력의 변화가 많았다. 이런 폭풍우 속에서 모비스만은 흔들리지 않았다. 객관적 전력이 부족한 모비스가 정규리그에서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릴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유재학 감독의 탄탄한 지도력과 확고히 정립된 시스템, 그리고 양동근과 함지훈의 흔들림없는 핵심 등이 세부적인 선전의 요인이다.
하지만 플레이오프는 다르다. 전력을 끌어올린 상태에서 진정한 전력의 시험대에 오르는 무대다. 모비스는 올 시즌부터 가지고 있던 전력의 한계를 노출했다. 이제 모비스는 본격적인 리빌딩 시기에 돌입했다.
모비스는 리빌딩을 할 때마다 전력을 재빨리 끌어올렸다. 아무도 예상치 못한 깜짝 돌풍을 만들어냈다. 이번에는 어떨 지 궁금하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