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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프전 직전 KCC 추승균 감독과 전화통화를 했다.
고졸 루키 송교창. 지난해 10월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3순위로 KCC 유니폼을 입은 선수. 2m의 큰 키에 탄력과 기술을 동시에 겸비했다. 초고교급 선수였다. 게다가 강심장이었다.
문제는 KCC가 처한 상황이었다.
도저히 막을 수 없을 것 같았던 안드레 에밋의 '원맨쇼'. 그리고 몸상태가 프로 데뷔 이후 절정인 하승진이 있었다. 여기에 외곽의 전태풍과 2, 3쿼터 알토란같은 역할을 하는 허버트 힐까지.
정통센터가 식스맨 장재석 밖에 없는 오리온 입장에서는 너무나 골밑의 차이가 커 보였다.
하지만, KCC 역시 미세한 약점이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오리온이 타격할 수 있는 몇 가지 결정적 아킬레스건이었다.
일단 에밋에 대한 의존도다. KCC가 절대전력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에밋과 전태풍의 시너지 효과가 필요하다. 하지만, 경기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두 선수는 기계적으로 공격 배분을 나누는 성향이 강했다. 예전 오리온의 조 잭슨과 애런 헤인즈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게다가 두 선수는 약점이 있었다. 에밋은 미드 레인지 점퍼가 약했다. 게다가 플레이오프에서 성공률은 좋았지만 3점슛 릴리스 포인트는 여전히 낮았다. 즉, 김동욱 최진수 장재석 등 장신 수비수들의 간격 조정과 골밑에서 더블팀, 트리플 팀이 들어가면, 어느 정도 제어를 할 가능성이 있었다. 하승진이 문제이긴 했다. 에밋이 돌파 후 슛이 불발될 경우, 하승진의 팁-인 공격은 매우 위력적이었다. 이승현의 수비가 관건이었다.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아시아 최고 센터 하메드 하다디를 막은 이승현이다. 자신보다 큰, 그리고 무거운 선수에 대한 수비 노하우를 가지고 있었다.
최악의 경우, 에밋과 하승진의 공격 루트가 막히면 KCC는 고전할 수밖에 없었다. 오리온의 풍부한 포워드진을 감안하면 전태풍이나 김효범의 외곽 공격을 제어하면서 에밋과 하승진을 막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었다. KCC 입장에서는 상상하기 싫은 최악의 시나리오였지만, 챔프전에서 현실이 됐다.
문제는 여기였다. KCC의 최대약점은 플랜 B의 부재다. 오리온의 경우 에밋이 막히면 잭슨, 김동욱이 부진하면 최진수 허일영 문태종, 이승현이 파울 트러블로 나가면 장재석이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그러나 KCC의 경우 에밋과 하승진이 막히면 대체할 수 있는 카드가 마땅치 않았다. 정희재와 김태홍의 경우, 오리온의 높이와 기동력에 대항할 수 있는 카드로 2% 부족했다.
결국 KCC가 플랜 B로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포워드진에서 송교창이 유일했다.
1승3패로 몰려있던 KCC의 챔프 5차전. 송교창은 86-84로 근소하게 앞서던 경기 종료 44초전, 천금같은 팁-인을 성공했다. 김효범이 던진 2점슛이 림을 맞고 튀어나오자, 외곽에서 돌진하며 조 잭슨 위로 떠서 그대로 밀어넣었다.
한때 20점 가까이 뒤지다 맹렬히 추격하던 오리온의 기세를 완전히 잠재웠다. 의외의 선수에게 맞은 2점이라 더욱 뼈아팠다.
또 하나 송교창이 전술적으로 중요한 이유가 있다. KCC는 5차전에서 매우 인상적이었다. 2, 3차전의 대패, 그리고 4차전에서 힘에서 완전히 밀렸다.
KCC는 템포 자체를 완전히 낮췄다. 그리고 송교창 뿐만 아니라 김지후 등 선수 기용폭을 넓게 가져가면서 체력전에 대비했다. 템포를 늦출 경우, 경기 중간중간 오리온 포워드진에 대응할 수 있는 높이와 리바운더가 필수적이다. 하승진과 힐의 리바운드 범위가 좁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오리온은 4강 시리즈에서 모비스와의 처절한 힘대결 끝에 3전 전승을 거뒀다. 보이지 않은 원동력 중 하나가 극심한 수비전 속에서 풍부한 포워드진이 중간중간 잡은 리바운드와 거기에 따른 득점이었다. 이 부분은 심리적인 데미지가 엄청나다. 즉, 이런 연결고리를 끊어줄 수 있는 카드가 필요했는데, KCC 입장에서는 송교창이 적격이었다.
2승3패. 여전히 KCC는 불리하다. 하지만 5차전에서 KCC는 자신의 경기력을 유지하면서 오리온과의 힘대결에서 승리를 거뒀다. 송교창은 스탯으로 드러나지 않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즉, 완전치 않지만 오리온의 풍부한 포워드진에 대응할 수 있는 공수의 옵션 하나를 발굴했다. 너무나 미약했던 KCC의 플랜 B를 강화하는 효과였다. 6차전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