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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KBL 각 구단은 임시총회 공문을 받았다. 5월 2일 임시총회가 열린다.
총회는 총재를 선출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회의다. 10개 구단주가 모여서 3분의 2 이상 찬성하면 총재를 선출할 수 있다.
그동안 KBL은 경선제를 택했다. 총재 후보가 복수로 나서면, 10개 구단주가 모이는 총회를 거쳐 3분의 2 이상 찬성 후, 총재가 최종 결정됐다. 구단주들은 사실상 이 회의에 참석하지 않는다. 모 그룹에 중책을 맡고 있다. 때문에 대부분 위임장을 받은 10개 구단 단장이 결정한다.
현실적 문제가 있다. 위기의 남자프로농구다. 총재 임기는 8월이면 끝나는데, 수장을 맡을 마땅한 인물이 없다. 그런데, KBL 고위 수뇌부에서는 차기 총재에 대한 인선작업을 거의 하지 않았다.
때문에 김 총재는 거절하고 있지만, 5월 2일 임시총회에서 연임을 결정하려 한다. 익명의 구단 관계자들은 '일부 단장들과 이성훈 사무총장, 이재민 경기본부장을 중심으로 김 총재의 추대 작업을 하려고 한다. 이번 임시총회에서 결정하려 한다'고 했다. 언뜻 이해하기 힘든 행정 절차. 여기에는 복잡한 상황이 깔려 있다.
●김영기 총재, 연임할 자격 있나
김 총재의 지난 3년간 행보를 보자. 굵직한 사안으로 ▶외국인 쿼터제 확대 ▶FIBA 룰 도입 ▶순차적 숙소 폐지 등을 들 수 있다.
갑론을박이 있을 수 있다. 외국인 쿼터제 확대의 핵심은 단신 외국인 선수다. 안드레 에밋, 조 잭슨, 그리고 올 시즌 키퍼 사익스 등이 농구 팬이 사랑을 받았다. 흥미도를 높힌다는 취지는 이해한다.
그런데 부정적 측면도 많다. 가장 큰 문제는 '유소년 농구발전'에 대해 강조하면서, 외국인 쿼터제 확대로 인해 실제 유망주의 진입 장벽을 높혔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한국농구의 미래를 담보로 쿼터제 확대를 추진했다'는 날 선 비판도 있다.(물론 국내선수 '밥그릇 챙기기'라는 역비판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냉정하게 보면 쿼터제 확대가 유망주 진입벽을 높힌 것은 사실이다) KBL은 계속 단신 선수에 대한 효과를 강조하지만, 실제 성공한 단신 외국인 선수는 손에 꼽을 정도다. 대부분은 실패했거나, '언더 사이즈 빅맨'이 득세했다. 팀 밸런스 자체가 무너지는 부작용도 있다.
FIBA 룰 도입은 국제 경쟁력의 측면에서 도움이 된다. 그동안 국제대회에서 '트레블링'은 꼭 고쳐야 할 한국농구의 약점이었다. 그런데, 지난 시즌 도중 강력한 '트레블링' 콜을 불기 시작했다. 상식적으로 이해가지 않는다. 통상 농구의 기본적 스텝과 깊은 연관성을 지닌 '트레블링'은 충분한 유예기간(선수들이 적응할 시간)을 둬야 하는 게 필수적이다.
하지만 김 총재와 이재민 경기본부장은 곧바로 받아들이는 파격적 행보를 보였다. 결국 현장에서 부작용이 속출했다. 순차적 숙소폐지는 언젠가 해야 할 부분이다. 문제는 거기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할 장치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단지, 숙소 폐지라는 개념 하나만을 공지한 채 KBL 고위 수뇌부에서 해야 할 부작용 대책(▶저연봉 선수 처우 ▶음주, 사고 등에 대한 대처)은 내놓지 않았다. 한마디로 전시행정이다. 능력있는 고위수뇌부라면 개혁과 함께 거기에 따른 부작용을 어떻게 최소화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 대책을 내놓는다. KBL은 그러지 않았다.
김 총재는 불신 깊은 판정 문제를 더욱 심화시켰다. 기본적으로 능력있는 심판을 발굴하지 못했다. 심판 수준은 많이 떨어졌다. '득점이 곧 만족도', '홈 승리가 관중을 부른다. 홈 승률이 중요하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강조했다. 표면적으로 볼 때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이는 말이다. 공격농구는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 ▶유소년 농구 장려 ▶스킬 트레이닝 대대적 도입 ▶중,고, 대학 선수들의 농구 유학 등 적극적 교류 시스템이 필요하다.
하지만, KBL은 기계적이었다. 득점을 올리기 위해 한국농구의 병폐인 '유리농구'는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자유투를 넣어서라도 득점을 올려야 했고, 휘슬은 지난 시즌 초반을 제외하곤 항상 민감했다. 올 시즌 초반 KBL은 비정상적 홈 승률을 보도자료로 뿌리기도 했다. 올 시즌 내내 농구 팬 사이에서 '홈콜 의혹'이 가시지 않은 가장 핵심적 원인이었다.
김 총재의 문제점 중 핵심은 따로 있다. 그는 지난 3년간 자신의 고집을 꺾지 않았다. 자신의 원칙을 가지는 것은 수장으로서 당연하다. 하지만 현장과의 끊임없는 대화는 필수적이다. '소신'과 '독선'의 경계를 허물 수 있는 소통창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통은 전혀 없었다. '불통의 행정'이었다. 자신의 잣대만으로 즉흥적으로 계획을 만들고, 정책을 입안했다. 현장의 목소리, 농구 관계자의 목소리는 전혀 듣지 않았다.
●10개 구단 단장의 선택은?
김 총재는 공식적으로 '연임은 없다'고 얘기한다.
현실적으로 차기 총재에 대한 대안이 없다. 복수의 구단 관계자들의 말에 따르면 "10개 구단 단장들은 '총선 이후 정치권 인사가 차기 총재가 되면 안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했다. 5월 2일 임시총회를 개최, 총재의 연임을 일단락지으려는 기본적 배경이다.
그들은 "KBL을 맡으려는 사람이 없고, 내부적으로 대책도 없었다. 결국 임시방편으로 김 총재를 한시적 연임을 시킨 뒤 10개 구단이 돌아가면서 총재를 맡거나, 적합한 인물을 데려오는 방식을 취하려 한다"고 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김 총재가 올해까지 혹은 다음 시즌까지 총재를 역임한 뒤 10개 구단 구단주가 돌아가면서 총재를 맡거나, 프로농구 스폰서 문제를 해결해 줄 적합한 인물을 찾는다는 구상이다.
여전히 애매하다. 김 총재의 '임시 연임' 기한이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지 않다. 때문에 앞으로 상황에서 따라서 김 총재와 차기 총재에 대한 행보가 어떻게 될 지 모른다. 좀 더 극단적 상황에서 김 총재가 연임 후,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으면 그대로 현 KBL 집행부는 3년동안 계속 갈 수도 있다.
또 다시 KBL은 무능을 표출했다. 차기 총재에 대한 이사회의 논의도 매우 소극적이었다. 이성훈 사무총장, 이재민 경기 본부장 등 고위 수뇌부는 전혀 준비하지 못했다.
결국 '언발의 오줌누기식' 임시 방편으로 차기 총재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그 결론은 5월 2일 열리는 임시총회에서 김영기 총재의 연임 추대다.
여기에 10개 구단 단장들 역시 대안이 없다. 농구발전에 대한 비전은 커녕, 사태 해결에만 급급하다.
현실적으로 적합한 인물이 없다는 것은 모두 공감하고 있다. 단, 10개 구단 단장들과 이성훈 사무총장, 이재민 경기본부장은 별다른 노력조차 하지 않고 '쉬운 길'을 간다. 김 총재의 연임 자격 역시 의문이다.
10개 구단 단장과 KBL 고위 수뇌부로 이뤄진 이사회는 확실히 문제가 있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