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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에 취해서 안되는 DB,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8-04-19 10:48



이번 성공에 취해서는 안된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원주 DB 프로미의 시즌이 막을 내렸다. 대부분의 농구인이 꼽은 꼴찌 후보. 그들의 반란은 대단했다.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정규리그 우승. 만년 유망주 두경민은 MVP가 됐다. 다른 팀이었으면 백업에 머물렀을 김태홍, 서민수는 팀의 주전으로 성장했다. 김주성과 윤호영은 농구계에 없던 '마무리 베테랑'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챔피언결정전까지 이겨, 통합우승을 차지했다면 역사를 쓸 뻔 했다. 하지만 서울 SK 나이츠에 아쉽게 무릎을 꿇었다. 그렇다고 DB의 시즌이 실패했다 하는 사람은 없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DB는 6강 플레이오프 진출 희망조차 없었던 팀이었다. 이상범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너무 자랑스럽다. 나도 작년 이맘 때 일본에서 어린 선수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감독으로 너무 돌아오고 싶었다. 이런 큰 무대에서, 우리 훌륭한 선수들을 다시 지도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하지만 주변의 이런 성공적 평가에 안도해서는 안되는 DB다. DB 농구의 시작은 이제부터가 진짜다. 먼저 핵심 전력들이 대거 이탈한다. 출전 시간은 길지 않았지만 팀 중심을 잡아주던 김주성이 은퇴했다. 에이스 두경민과 포워드진의 핵심 서민수는 상무에 입대한다. 센터 로드 벤슨도 은퇴를 선언했다. 은퇴를 안했다 해도 키 제한 때문에 한국에서 못뛴다.

그래서 이상범 감독은 다음주 바로 미국으로 출국한다. 챔피언결정전 도중 공언한대로 디온테 버튼과의 재계약을 위한 과정이다. 그만큼 이 감독은 버튼이 간절하다. 다른 토종 선수들의 득점이 나오지 않을 때, 혼자서라도 어떻게든 득점할 수 있는 선수가 버튼이다. 이 감독은 이번 시즌에도 버튼의 역할이 중요했지만, 다음 시즌에는 더 중요한 역할을 해줄 거라고 보고 있다. 구단 입장에서도 감독이 간절히 원하는만큼 최대한의 지원을 해 꼭 붙잡을 필요가 있다.

버튼만 잡는다면 희망이 없는 것도 아니다. 일단 두경민의 빈자리는 이우정이라는 신예로 어느정도 메울 수 있을 듯. 이우정은 이번 챔피언결정전 내내 신인답지 않은 당찬 플레이로 주목을 받았다. 가드로서 필요한 드리블 능력과 스피드를 갖췄고, 슛과 경기 리딩도 괜찮다. 무엇보다 곱상한 외모와 달리 당돌하게 코트 여기저기를 휘젓는 강심장이 이 감독의 마음을 끌었다. 여기에 시즌 후반 허 웅이 군 전역 후 돌아와 앞선은 땜질이 가능하다. 또, 버튼과 재계약 한다고 가정할 시 앞선을 폭넓게 오갈 수 있는 단신 외국인 선수를 뽑아 전력 보강도 가능하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김주성의 빈 자리를 메울 빅맨 발굴이 필요하다. 김주성 뿐 아니라 윤호영도 이제 베테랑이 됐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한정원, 유성호 등도 좋은 선수들이지만 조금 더 임팩트 있는 활약을 해줄 빅맨이 있어야 한다. 벤슨의 빈 자리를 생각하면 매우 시급한 과제다. 대어급 신인을 수혈할 수 없다면, FA나 트레이드를 통한 선수 영입도 생각해봐야 한다.

그리고 이 감독에게도 힘을 실어줘야 한다. 계약 첫 시즌 생각지도 못했던 성과를 이뤘다. 하지만 약해지는 전력 탓에 좋은 성적을 거두고도 감독이 조급해질 수 있다. 남은 계약기간 성적에 얽매이지 않고, 팀을 더 단단하게 만들 수 있는 지지기반을 만들어줘야 한다. '작년에 준우승했으니 올해는 우승해야지'라는 고위층의 근시안적 태도를 버려야 DB가 발전할 수 있다. 두경민과 서민수가 전역해 돌아와 허 웅 등과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내후년이 DB가 다시 승부를 걸어볼 수 있는 타이밍이 될 것이다. 그 때까지 즉시 전력감들을 얼마나 성장시키는 지가 중요하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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