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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바리' 부상 투혼 박지수 "고마운 언니들, 꼭 최종예선 가고 싶었다"

김가을 기자

기사입력 2019-11-20 12:57


사진제공=대한농구협회

"최종예선에 나가지 못하면 너무 속상할 것 같았어요."

'에이스 막내' 박지수(21·청주 KB스타즈)가 호호 웃었다. 코트 위에서 투지를 불태우던 '악바리'와는 180도 다른 모습이었다.

지난 17일(한국시각). 대한민국 여자농구 대표팀은 '운명의 일전'을 치렀다. 2020년 도쿄올림픽 진출을 노리는 한국은 뉴질랜드 오클랜드의 더 트러스트 아레나에서 뉴질랜드와 도쿄올림픽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예선 프리 퀄리파잉 토너먼트에서 조별리그 최종전을 펼쳤다.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한국은 앞서 중국과 필리핀을 연파하고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 하지만 방심할 수는 없었다. 마지막 상대는 '홈팀' 뉴질랜드였기 때문이다. 홈 팬들의 일방적 응원을 등에 업은 뉴질랜드는 한국을 상대로 거칠게 나왔다. 결국 부상 변수가 발생했다. 뉴질랜드와의 3쿼터 종료 2분26초를 남기고 박지수가 골밑에서 상대 선수와 부딪쳐 쓰러진 것. 박지수는 제대로 걷지도 못한 채 부축을 받으며 벤치로 물러났다. 박지수는 바닥에 주저 앉아 수건으로 얼굴을 감싼 채 눈물을 뚝뚝 흘렸다.

박지수가 물러난 사이. 뉴질랜드는 신난 듯 코트를 휘저었다. 한국은 골밑에서 힘을 쓰지 못한 채 53-65까지 밀렸다. 박지수가 다시 일어섰다. 4쿼터 중반 코트로 돌아왔다. 몸 상태는 온전하지 않았지만, 상대의 강력한 몸싸움을 견디며 싸웠다. 경기 종료 3분53초 전에는 골밑 레이업, 이어진 수비 상황에서는 값진 리바운드를 잡아내며 힘을 보탰다. 투혼을 발휘한 박지수. 그 힘을 얻은 한국은 2승1패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골득실 -3을 기록한 한국은 중국(+22)에 이어 A조 2위로 올림픽 최종예선 진출권을 따냈다.

지난 18일 귀국한 박지수는 19일 하루를 온전히 휴식으로 채웠다. 진이 빠질대로 빠진 상태였기 때문. 골반 타박상이 심해 휴식이 필요한 상태다. 하지만 박지수는 뉴질랜드전 부상 투혼을 후회하지 않았다.

박지수는 "사실 뉴질랜드전에서 상대와 부딪친 뒤 너무 아팠던 기억밖에 나지 않아요. 너무 아파서 엉엉 울었죠. 그런데 경기를 보니 점수 차가 점점 벌어지는 거에요. 언니들에게 미안하고 너무 속상했어요. 트레이너 선생님께서 '지금 몸 상태로는 경기에 나갈 수 없다. 언니들을 믿고 기다리자'고 하셨어요.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언니들에게 미안하고, 또 이대로 최종예선에 나가지 못하면 너무 속상할 것 같았어요. 우리가 중국도 이겼잖아요. 그래서 아픈 것도 잊고 들어가서 뛰었던 것 같아요"라고 설명했다.

이를 악물고 뛴 막내. 언니들도 박지수의 투혼에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박지수는 오히려 두 손을 휘휘 내저었다. 그는 "언니들이 많이 고마워했어요. 제가 다친 것을 보고 걱정을 많이 했나봐요. 특히 (김)정은 언니(아산 우리은행)가 '고맙다'고 얘기하더라고요. 사실은 제가 언니에게 더 고맙거든요. 우리에게 집중력이 필요할 때 언니가 잘 다잡아줘서 정말 든든했어요"라며 공을 돌렸다.

박지수는 이제 '내일'을 본다. 박지수는 "아직 끝난 건 아니잖아요. 사실 막막한 느낌도 있어요. 하지만 하나씩 열심히 하려고요. 일단 당장 주말에 부천 KEB하나은행과 경기가 있어요. 카일라 쏜튼도 일찌감치 복귀해서 열심히 하고 있더라고요. 빨리 회복해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KB스타즈는 24일 KEB하나은행과 격돌한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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