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쿼터별분석]클래스 다른 박혜진 심장, 점점 폭발하는 박지현의 잠재력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9-12-23 21:03


정규리그 1위 아산 우리은행 위비와 2위 청주 KB스타즈의 경기.

박지수가 없었다. 1라운드 때와는 완전히 달랐다. 당시, 우리은행은 초반 혼란함이 있었다. 특유의 조직력이 나오지 않았다. 최은실의 컨디션이 완전치 않았다. 김소니아와 박지현이 스타팅 멤버로 나섰는데, 수비 조직력이 불안했다.

그런데 1라운드 당시 김정은(26득점)의 공수 완벽한 경기력으로 예상 밖 대승(89대65)을 거뒀다. 2라운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우리은행이 접전 끝에 승리.

박지수가 다쳤다. 근육파열로 4주 진단을 받았다. 23일 두 팀은 또 다시 만났다. 양팀의 격차는 1게임. 정규리그 우승을 가기 위한 중요 승부처 중 하나였다.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다. 우리은행은 2% 부족하지만 박지현이 팀에 녹아들면서 좀 더 안정적 경기력을 보이는 상황. 반면 KB는 BNK 썸에게 일격을 당하면서 박지수의 공백을 느끼는 상황이었다.


전반, 박지현과 박혜진이 경기를 지배했다. 투 가드의 시너지는 확실히 폭발적이었다. 사진제공=WKBL
▶1쿼터=안덕수 감독의 우려 & 양날의 검 박지현

라커룸에서 만난 KB 안덕수 감독은 우려를 표시했다. 가장 강조한 부분은 경기 초반이었다. 우리은행은 워낙 노련하다. 초반 기세를 뺏기면 경기를 어렵게 끌고 갈 수 밖에 없다.

안 감독은 "지난 경기에서도 12점 리드를 당한 상태에서 끌려갔다. 오늘도 초반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김정은의 3점포. 그리고 박지현의 기습 3점포가 터졌다. 반면, 카일라 쏜튼이 김정은의 수비에 막힌 KB는 별다른 공격루트를 찾지 못했다. 결국 14-3, 11점 차로 끌려갔다. 박지현의 초반 활약이 돋보였다.

3점포 뿐만 아니라 심성영과 미스매치가 되자, 그대로 골밑으로 돌파하면서 반칙을 얻어 4개의 자유투를 모두 성공시켰다. 초반 14점 중 7점을 성공시켰다. 확실히 팀에 적응을 잘하고 있다.

하지만, KB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3점슛이 좋은 최희진을 투입, 공격력을 강화했다. 22-12로 뒤진 상황에서 기습적 프레스 존을 발동시켰다.

이때, 우리은행은 박혜진이 박지현에게 패스. 그런데, 박지현이 위험한 크로스 패스를 했다. 쏜튼이 커트.

KB도 수비 전술에 많은 준비를 했다. 기습적 풀코트 프레스 존 이후, 우리은행의 패스가 하프라인을 넘어가자 마자 트랩을 들어가는 기민함을 발휘했다. 결국 KB는 연속 4득점. 22-16, 6점 차 우리은행 리드로 끝났다.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은 즉각 반응했다. 1쿼터가 끝난 뒤 선수들을 모아놓고 질책을 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10점 이상 리드할 수 있었던 경기가 6점 차 리드로 끝났기 때문. 경기흐름 역시 미묘하게 요동쳤다.

▶2쿼터=박혜진 박지현, 투가드 시너지 폭발

우리은행의 불리한 리듬. 외국인 선수가 없는 쿼터.

KB는 센터 김소담을 제외하고 스몰 라인업을 구성. 김민정괴 최희진을 투입했다. 우리은행 역시 김정은을 제외하고 김소니아 나윤정 홍보람을 교체로 투입했다.

우리은행은 김정은을 아끼면서 승부처를 대비하려는 구상. KB는 센터 김소담을 자칫 투입할 경우, 우리은행의 노련한 패스게임에 말릴 가능성이 있었다.

우리은행 김소니아가 2쿼터 초반 흐름을 가져왔다. 박지수가 없는 골밑에서 적극적으로 공격, 연속 5득점.

KB가 높이를 보강하기 위해 김소담을 투입하자, 박혜진이 '클래스'를 드러냈다.

스크린을 이용해 김소담과 미스매치 1대1 상황을 만들어낸 뒤 자유자재로 골밑을 돌파해 득점을 넣었다. 깨끗한 3점포까지 터뜨렸다. 37-24, 13점 차 우리은행의 리드. 이때, 박지현의 탁월한 농구 센스가 발휘됐다.

KB의 볼 흐름이 원활하지 않았다. 우리은행의 강한 압박 때문이었다. 박지현은 강아정의 슛을 블록했고, 2차례 스틸을 성공시키면서 수비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특히, 2분22초를 남기고 상대 패스를 차단한 뒤 단독 돌파, 유로 스텝을 이용해 골밑 레이업 슛을 성공시킨 장면은 압권이다. 박지현이 제대로 성장할 경우, 그 성장폭이 얼마나 클 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 결국 42-30, 12점 차 우리은행의 리드로 2쿼터를 끝냈다. 에이스 김정은은 2쿼터 단 1초도 뛰지 않았다.


최희진의 3점슛 컨디션은 절정이었다. 정교한 패턴과 찰나의 틈을 이용, 3점포를 꽂으며 우리은행 수비에 균열을 일으켰다. 사진제공=WKBL
▶3쿼터=최희진 강렬 3점포, 쏜튼의 부진

KB는 강렬한 패턴을 보였다. 식스맨 최희진은 컨디션이 매우 좋았다. 스크린을 받은 뒤 재빨리 다시 나오면서 오른쪽 코너에서 3점포. 최은실이 수비 미스도 있었다. 우리은행 공격권에서 최은실의 실책.

KB는 김민정이 골밑 돌파 후 최희진에게 또 다시 3점 오픈찬스가 걸렸다.놓치지 않았다. 우리은행의 외곽 리커버리가 매우 좋지 않았다. 박혜진이 늦었다.

42-36, 6점 차 KB의 맹추격. 이때, KB는 아쉬웠다. 흐름을 타고 있었는데, 공격을 주도해야 할 쏜튼이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 김정은의 감각적 수비에 막혔다. 김정은은 확실히 공수에서 대단한 존재감을 발휘한다.

게다가 오픈 골밑 슛 찬스가 림을 돌아나왔다.

흐름을 바꾼 선수는 김소니아와 박혜진이었다. 최은실과 교체, 코트를 밟은 김소니아는 예상치 못한 골밑 공격으로 KB 수비에 균열을 일으켰다. 박혜진은 또 다시 승부처에서 3점포를 깨끗하게 꽂았다. 단, KB는 28.2초를 남기고 공격제한시간이 쫓긴 상황에서 쏜튼이 던진 3점포가 림을 통과했다. 53-45, 8점 차 우리은행의 리드. 아직 경기는 끝나지 않았다.


우리은행 박혜진은 승부처 끝판왕의 모습을 보였다. 사진제공=WKBL
▶4쿼터=클래스 입증한 박혜진의 심장

수비는 더욱 강화됐다. KB는 역시 만만치 않았다. 김민정의 2득점.

단, 공격의 활로를 뚫어야 할 강아정과 쏜튼이 우리은행의 강한 수비에 막히면서 전혀 공격 활로를 뚫지 못했다

우리은행 역시 공격이 잘 풀리지 않는 건 마찬가지.

이때, 그레이가 해결사로 나섰다. 우리은행은 기본적으로 그레이를 활용한 플레이를 잘한다. 박혜진&김정은과 그레이의 2대2, 상대가 스위치 디펜스를 하면, 기민하게 볼을 반대쪽으로 돌려 그레이의 골밑 미스매치를 효율적으로 활용한다. 강한 조직력과 골밑에 패스를 적재적소에 꽂아줄 수 있는 베테랑들이 있기 때문.

결국, 이 차이가 나왔다. KB는 박지수의 공백이 있는 상황. 그레이를 막기는 힘들었다. 강력한 파워로 연속 3차례 골밑 돌파. 특히 경기종료 2분59초를 남기고 공격 제한시간 직전 그레이는 골밑슛을 성공시켰다. 61-51, 10점 차 우리은행의 리드.

KB는 끈질겼다. 강아정이 골밑 돌파를 성공시킨 뒤 장거리 3점포까지 꽂았다. 61-56, 5점 차 추격. 하지만 우리은행은 당황하지 않았다. 박혜진이 여유롭게 헤지테이션 드리블을 사용한 뒤 가볍게 골밑슛으로 2점 추가.

이때, KB는 심성영의 3점포. 그리고 작전타임 이후 강아정의 극적 3점포가 또 다시 터졌다. 50.4초를 남기고 65-52, 3점 차. 갑자기 승패가 미궁에 빠졌다.

단, 우리은행은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박혜진의 심장은 클래스가 달랐다. 냉정하게 경기를 컨트롤한 뒤 강아정과 1대1 공격 찬스가 나자, 주특기인 미드 점퍼로 또 다시 KB 추격에 찬물을 끼얹었다. 더 이상 KB가 추격할 힘은 없었다.

이날 우리은행은 활동력을 유지한 채 노련함의 수준 차이를 보여줬다. 특히, 승부처에서 박혜진과 김정은의 존재는 확실히 남달랐다. 여기에 그레이의 미스매치를 활용하는 조직적 공격도 인상적이었다. KB 역시 박지수가 없는 상황에서 저력을 보였다. 수비를 강화하면서 우리은행의 약점을 끊임없이 두드렸다. 단, 쏜튼이 올 시즌 유독 우리은행전에서 자신의 리듬을 잃어버리고 있다. 김정은이 수비를 할 때, 상당히 껄끄러워하는 모습이 매번 눈에 띈다. 이 부분이 해결되지 않으면 박지수가 합류한다고 해도 KB는 계속 고전할 가능성이 높다. 청주=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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