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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마감은 다가오는데, 연락은 없고. '차부터 팔아야겠구나' 생각하고 있었죠."
팀의 핵심 선수 중 하나인 변준형이 이틀 전 창원 LG전에서 오른쪽 손목 골절로 빠지는 악재를 딛고 KGC가 뒷심을 발휘했던 핵심 요인이었다. 이날 박형철은 29분 51초 동안 3점슛 5개를 터트리며 15득점, 2리바운드 1어시스트로 맹활약했다. 박형철의 야투 지원사격이 아니었다면 이날의 승리는 불가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팀을 살린 활약이었다.
박형철의 이런 활약은 사실 알고보면 개인적인 독기와 함께 팀과 김승기 감독에 대한 '보은 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은퇴를 거의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갖고 있던 차부터 팔려는 생각을 하던 박형철에게 '현역 연장'의 동앗줄을 내려준 게 바로 KGC와 김 감독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박형철은 "김승기 감독님과 KGC는 내게 은인이다. 이를 악물고 열심히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이미 그 시점에 박형철은 마음을 굳혀가고 있었다. '이렇게 은퇴하겠구나.' 이후에 무슨 일을 할지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진 않았다고 한다. 초조하고 불안한 마음이 앞서는 가운데에도 일단 차부터 팔아서 잠시동안 '백수 생활(?)'을 버텨야겠다는 매우 현실적인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오후 5시40분. 갑자기 휴대전화가 떨렸다. 굳어가던 박형철의 마음도 함께 떨리고 있었다. '함께 해보자'는 KGC 구단의 메시지.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박형철의 가치를 김승기 감독이 알아본 결과였다. 이때부터 박형철의 농구 인생은 다시 시작됐다. 지난 시즌 조금씩 출전 시간을 늘리며 김 감독의 스타일에 적응한 박형철은 이번 시즌 드디어 팀의 주전급 슈터로 도약했다.
무사는 자신을 알아 준 주군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고 한다. 비록 박형철이 무사는 아니지만, 이미 그의 마음에는 헌신과 노력을 쏟아 부어야 할 '주군'이 명확히 각인 돼 있는 듯 하다. 그가 이번 시즌 한층 더 좋은 활약을 펼치게 된 이유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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