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에이스' 박지수, 왜 혼자 눈물 삼켜야 했을까

김가을 기자

기사입력 2020-01-21 18:20


청주 KB스타즈의 박지수가 혼자 눈물을 훔치고 있다. 사진제공=WKBL

[마산=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아파서요…."

'에이스' 박지수(청주 KB스타즈)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순간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박지수는 숙연한 분위기가 미안했던지 이내 "괜찮아요"라며 슬쩍 웃어보였다.

상황은 이렇다. 20일 청주 KB스타즈와 부산 BNK의 2019~2020 하나원큐 여자프로농구 대결이 열린 마산실내체육관. 경기가 팽팽하게 진행되던 2쿼터 초반 박지수가 코트에 주저 앉았다. 리바운드 과정에서 상대 수비에 발등을 세게 차였다. 한동안 고통을 호소하던 박지수는 트레이너의 부축을 받아 벤치로 물러났다. 벤치 끝에 앉아 치료를 받던 박지수는 이내 고개를 푹 숙이고 눈물을 흘렸다. 동료들에게 부담이 될까 땀을 닦는 척 수건으로 온 몸을 감싼 채 눈물을 훔쳤다. 사실 박지수는 이날 상대 선수들의 집중 견제에 여러 차례 부딪치고 넘어졌다. 하지만 눈물만 흘리고 있을 수는 없었다. 마음을 다잡았다. 코트로 복귀해 집중력을 발휘했다. 박지수는 이날 34분29초 동안 더블더블(15점-13리바운드)을 기록하며 팀의 62대45 승리를 이끌었다.

경기 뒤 박지수는 "표정 관리를 하려고 노력하는데, 너무 속상했다. 참고하기는 했는데 오늘 '너무하다' 싶은 게 있었다. 점수 차이가 난다고는 하지만, 경기는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하는 거다.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참아야 한다. 나만 그런 것도 아니고 다른 선수도 그랬을 것이다. 내가 더 노련하게 해야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다짐했다.

박지수는 센터라는 포지션 특성 상 더욱 거친 몸싸움을 겪는다. 골 밑 전쟁에서 이겨야 승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박지수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선수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챔피언결정전에서 MVP를 석권한 에이스다. 상대팀의 집중 견제를 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일부 팬들은 박지수를 향해 도를 넘는 비난을 가했다. 결국 박지수는 다시 한 번 눈물을 흘렸다. 그는 BNK전 직후 개인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솔직한 심정을 토로했다.

그는 '표정 얘기를 많이 들었기 때문에 인지하고 있다. 반성하고 고치려고 노력 중이다. 그래서 일부러 경기 때 무표정으로 뛰려고 노력 중이다. 조금 억울해도 항의 안 하려고 노력 중이다. 표정이 왜 저러냐, 무슨 일 있냐 매번 그렇게 말씀하시면 제 귀에 안 들어올 것 같나요. 아니면 일부러 들으라고 하시는 건가요. 매번 이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았고, 시즌 초에는 우울증 초기까지도 갔었다. 정말 너무 힘들다. 그냥 농구가 좋아서 하는 것이다. 내 직업에 대해 자부심이 있는데, 이제는 그 이유마저 잃고 포기하고 싶을 것 같다'고 적었다.

안덕수 KB스타즈 감독은 "(박)지수는 누구보다 열심히 하고 있다. 어린 나이에 에이스라는 이름으로 감당해야 하는 것이 많다. 하지만 묵묵히 역할을 하고 있다"고 힘을 불어넣었다.


마산=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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