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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시즌아웃 부상으로 라건아를 잃은 전주 KCC가 간신히 돌파구를 찾았다.
돌파구의 중심은 남아 있는 용병 찰스 로드다. A매치 브레이크 직전 KCC는 1번 옵션이던 라건아가 왼무릎 인대 파열로 시즌아웃되는 바람에 혼란에 빠졌다.
귀화선수 라건아에 대한 특별규정상 남은 찰스 로드마저 버리고 총액 연봉 42만달러 한도에서 새로운 용병 2명 조합을 꾸리든지, 로드를 살리는 대신 로드의 35만달러를 제외한 7만달러짜리 선수를 구하든지 양자택일을 해야 했다.
KCC는 고심 끝에 후자를 선택했다. 새롭게 용병 2명을 영입해 다시 맞춰야 하는 위험 부담보다 그동안 KCC 스타일에 손발을 맞춘 로드에 '저가연봉'이라도 기본을 해줄 수 있는 선수를 붙이는 게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많지 않은 연봉에 임시로 뛰겠다는 선수를 영입하는 것 역시 난관이었다. 무엇보다 외국 선수들 사이에서 '로코나19' 사태로 인해 한국이 기피 대상으로 인식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하늘이 무너져도 앉아서 죽으란 법은 없었던 모양이다. 운이 따랐다. 언감생심, 해외 상위리그에서 뛰던 선수에겐 입맛만 다시던 KCC는 상대적 변방리그로 눈을 돌렸다. 여기서 레이더망에 걸린 이가 O.D 아노시케(29·2m3)다.
나이지리아계 미국 국적인 아노시케는 때마침 멕시코리그를 끝낸 상태였다. 멕시코리그를 마치고 재취업 자리를 찾고 있었지만 딱히 불러주는 곳이 없던 차에 KCC의 오퍼를 받았다.
미국 시에나대학 출신으로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그리스, 멕시코리그 등 '저니맨' 생활에 익숙한 아노시케는 공백기를 갖는 것보다 한푼이라도 벌며 커리어를 유지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실속파'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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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C로서도 최선의 선택이었다. 윙스팬이 2m22에 달하는 그는 기량이 뛰어나지는 않지만 리바운드, 받아먹기, 수비 궂은일에는 장점이 있다고 판단했다. 로드를 1옵션으로 쓰기 위해선 이 몸값에 이만한 2옵션이 없는 셈이다.
KCC가 라건아 후속 대책으로 로드를 1옵션으로 결정한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최근 KCC 팀 훈련 중 로드가 전창진 감독과 강양택 코치를 웃게 만들었다. 사연인 즉, 로드가 강 코치에게 '큰소리'를 치더란다. "라건아 없다고 걱정마세요. 이제 저를 한번 믿어보시라니까요."
전 감독은 "과거 KT에서 데리고 있을 때부터 로드의 그 말에 여러 번 속았던 기억이 떠올라 처음엔 웃었다. 그래도 약속을 지킨 적이 더 많았다"면서 "팀이 어려울 때 열심히 해보겠다는 마음가짐이 기특했다"고 말했다.
로드 입장에선 물을 만난 셈이다. 구단이 용병 2명 신규영입을 선택했다면 실업자가 될 뻔했다. 여기에 그동안 팀 사정상 라건아의 백업용으로 밀리면서 말못할 아쉬움도 많았을 터. 다시 1옵션의 기회를 얻게 되면서 책임감도 느끼는 듯 훈련에 임하는 자세부터 완전히 달라졌단다. 전 감독은 백업용으로 뛰느라 떨어진 경기력을 회복시키기 위해 휴식기 동안 연습경기 횟수를 늘리고 로드의 출전시간도 대폭 늘려 다시 조련하는 중이다.
로드가 '약속'을 지킨다면 위기의 KCC로서는 더이상 바랄 게 없다. 라건아가 있을 때의 수비 단점을 아노시케가 메워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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