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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너무 긴장했던 탓일까.
안양고를 졸업한 김형빈은 지난해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5순위라는 높은 순번으로 SK의 지명을 받았다. 송교창(전주 KCC)에 이어 고졸 신인으로 크게 성장할 수 있는 유망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당장 프로에서 뛸 수 있는 몸이 아니었다. SK는 길게 보고 안좋은 오른쪽 무릎 수술을 시켰다. 그리고 차근차근 재활 및 웨이트트레이닝을 시켰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체형, 농구 실력 등이 진짜 프로로 거듭났다는 칭찬을 받았다. 연습 경기에서도 당찬 모습을 보여 문경은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래서 이번 컵대회가 김형빈에게는 중요한 무대가 됐다. 동포지션 김민수가 부상으로 컵대회에 참가하지 못해 실전에서 더욱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을 수 있는 기회였다.
전체적으로 긴장한 티가 역력했다. 정규시즌보다 긴장감이 덜한 컵대회고, 관중도 없었지만 김형빈에게는 프로 데뷔전이었다. 남들이 상상하기 힘든 압박감이 있는 게 당연했다. 몸이 굳어 백코트조차도 쉬워보이지 않았고, 슛 찬스에서 적극적으로 던지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모습이었다.
SK 문경은 감독은 경기 후 김형빈에 대해 "오늘 불만은 하나였다. 연습경기에서는 여유가 있었는데, 오늘은 긴장을 너무 많이 한 것 같았다. 자신 없는, 소극적인 플레이를 했다. 그래서 혼냈다"고 밝혔다. 경험이 일천한 신인에게 두자릿수 득점이나 화려한 플레이를 바란 게 아니었다. 어린만큼 패기 있고 당차게 플레이하는 걸 보고 싶었는데, 그게 안되는 아쉬웠던 것이다. 그걸 보여줄 가능성이 없는 선수라면 모를까, 분명 좋은 재능을 갖고 있다. 문 감독은 "연습경기 때 선배 선수들 앞에서 주눅들지 않고 공격을 올라가는 모습을 보고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았다"고 했다.
김형빈 스스로도 실망스러웠던 데뷔전을 좋은 교훈으로 삼으면 된다. 첫 경기였던만큼 보여주고 싶은 게 많았을 것이고, 그래서 생각이 많아 이도저도 아닌 플레이를 했을 가능성이 높다. SK에는 농구를 잘하는 선배들이 즐비하다. 냉정히 말하면 당장 김형빈이 많은 출전 시간을 부여받기 힘들다. 이것저것 다 보여주려고 하는 것보다, 공격이든 수비든 자신이 잘할 수 있는 플레이에 중점을 두고 자신이 팀에 필요한 농구를 할 수 있다는 신뢰감을 코칭스태프에 심어주는 게 우선 과제다.
한 농구 관계자는 김형빈의 데뷔전을 본 후 "송교창도 신인 때는 많이 부족했다. 지금과 같이 잘할 거라고 생각하기 힘든 플레이를 했었다. 김형빈 역시 어리고,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선수인만큼 천천히 성장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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