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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일본)=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반가운 얼굴을 보니 좋네요."
2008년 이후 13년 만에 밟은 올림픽 무대. 하지만 외로운 싸움이었습니다. 시작은 매우 미미했습니다. 국제농구연맹(FIBA)은 개막 전 한국의 올림픽 파워랭킹을 12개국 중 12위로 평가했습니다. 국내의 시선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대패하지 않으면 다행'이라는 평가가 팽배했죠. 일본 출국 때도 매우 조촐한 사절단이 선수단을 배웅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그만큼 우리 스스로도 선수들의 선전을 믿지 못했던 겁니다.
가능성을 믿었던 것. 바로 전주원 대한민국 여자농구 대표팀 감독과 선수들이었습니다. 영어와 일본어에 능통한 전 감독은 '일당백'을 해냈습니다. 전술과 선수단 관리는 물론, '인싸 네트워크'를 활용해 각종 정보를 긁어모았습니다. 선수들도 이를 악물었습니다. 코로나19 탓에 완벽한 상황은 아니었지만 세계를 향해 힘찬 도전을 알렸습니다. '맏언니' 김정은을 필두로 "후회 없는 경기를 하고 올게요" 다짐했습니다.
그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던, 아니 예상치 못했던 선전. 하지만 그들은 믿고 있었습니다. 한국의 1승을요. 그래서 선수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던 겁니다. 선수들은 경기 뒤 곧바로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2일 오후 한국으로 향했습니다. 전 감독은 마지막까지 "1승을 하지 못해 정말 죄송하다"며 사과했습니다.
전 감독과 선수들은 도쿄에서의 외로운 싸움에서 승리했습니다. 3패 속에서도 희망의 불씨를 살렸습니다. 남은 것은 이들이 틔운 희망을 꽃피우는 일입니다. 전 감독은 한국 하계올림픽 구기 종목 최초의 여성 사령탑입니다. 그는 이번 대회를 통해 여성 국가대표 감독의 가능성까지 확인했습니다. 선수들도 세계를 향한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박지수는 "이기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좋은 경기를 했어요. 다음 대회에서는 저와 (박)지현이가 주축이 돼 한 번 해보고 싶어요. 모두 할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아 가는 것이 수확인 것 같아요"라며 의지를 다졌죠.
권혁운 대한민국농구협회은 최근 한국농구 발전을 위해 10억원을 기부했습니다. 엄청난 일이죠. 이제는 이 금액을 얼마나 체계적으로 활용, 시스템을 만드느냐입니다. 체계적인 시스템과 적극적인 투자.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가 아닌 '승리'를 만드는 힘입니다.
도쿄(일본)=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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