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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SL 현장분석] 푸본 아킬레스건 집중공략. '포인트 센터' 먼로의 변신. KGC 29점 차 완승. 1차전 어떻게 지배했나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23-03-01 19:45


[EASL 현장분석] 푸본 아킬레스건 집중공략. '포인트 센터' 먼로의 …
KGC 변준형의 돌파 장면. 사진제공=EASL

[우츠노미야(일본)=스포츠조선 류동혁 기자] 안양 KGC 인삼공사는 강력했다. 대만의 강자 푸본 브레이브스를 완벽하게 제압했다.

KGC는 1일 일본 우츠노미야 브렉스 아레나에서 열린 EASL(동아시아 슈퍼리그) B조 1차전에서 푸본 브레이브스를 94대69로 완파했다.

오마리 스펠맨은 22득점으로 공격을 이끌었고, 대릴 먼로가 21득점, 21리바운드를 기록했다. 배병준은 3점슛 3개를 포함, 14득점을 올렸다. 푸본 브레이브스는 이고르 자이세프가 20득점, 마이클 싱글타리가 17득점을 올렸지만, KGC의 강한 수비에 막혀 슈팅 효율은 좋지 않았다. 푸본 브레이브스는 3점슛 29개를 던져 5개만을 성공, 17.2%의 저조한 성공률을 기록했다.

▶1쿼터=쾌조의 스타트, 부족했던 내실

KGC는 예고한대로 먼로와 스펠맨이 스타팅으로 나왔다. 문성곤 변준형 배병준이 스타팅 멤버에 포함됐다.

푸본은 빅맨 자이세프를 비롯, 에이스 싱글타리, 초 쿠에이, 훙 카이치에, 린 멩수에가 선발로 나섰다.

KGC 쾌조의 스타트. 볼 핸들링과 패싱에 능한 먼로가 '포인트 센터' 역할로 포문을 열었다. 비어있는 변준형에게 패스. 변준형의 미드 점퍼로 가볍게 KGC의 첫 득점.


트랜지션 상황에서 배병준의 코너 3점포가 터졌다. 문성곤과 스펠맨의 3점포까지 잇따라 터지면서 11-0으로 앞서갔다.

이번 공인구는 스팔딩이다. KBL 공인구는 몰튼인데, 전날 연습에서 선수들은 스팔딩의 착용감에 만족을 표시했다. 몰튼과 비슷하면서도, 손에 감기는 그립감이 좋다는 평가였다. KGC 조성민 코치는 "몰튼보다 확실히 스냅을 줄 때 그립감이 좀 더 착 감긴다"고 했다. 초반부터 3점포가 터진 숨은 이유.

KGC는 변준형과 먼로가 볼 핸들링을 담당하면서 많은 공격 옵션이 창출됐다.

문성곤과 변준형의 그림같은 기브&고가 깔끔하게 성공했고, 스펠맨의 골밑 돌파에 의한 킥아웃 패스가 2차례 엑스트라 패스를 거쳐, 3점슈터 배병준의 깔끔한 3점포로 연결됐다. 16-4, KGC가 완벽하게 초반 기선을 제압했다.

반면 푸본 브레이브스는 좀처럼 슈팅 감각을 찾지 못했다. 특히 외곽 에이스 싱글타리의 슛이 연신 림을 빗나갔다. KGC의 압박 수비도 좋았다. 푸본 브레이브스는 1쿼터 2가지 공격 특징이 있었다. 트랜지션을 강화하면서 속공을 호시탐탐 노렸고, 싱글타리와 자이세프의 2대2 공격 의존도가 상당히 심했다. 즉, 세트 오펜스는 단순했다. 1쿼터 7분까지 푸본 브레이브스가 10득점밖에 하지 못한 이유.

그러나 싱글타리의 터프 3점포가 림을 통과했고, 곧이어 싱글타리의 3점슛 시도를 막던 먼로가 다소 억울한 3점 파울을 지적받았다. 이후 1쿼터 종료 27초를 남기고 브랜든 스마트의 속공이 터졌다. 24-19, 5점 차 KGC의 리드로 1쿼터 종료. 쾌조의 스타트였지만, 푸본 브레이브스는 만만치 않았다. 인상적 부분은 싱글타리의 내외곽 공격력, 그리고 끊임없는 트랜지션이었다. 단, 세트 오펜스는 너무 단순했다.


[EASL 현장분석] 푸본 아킬레스건 집중공략. '포인트 센터' 먼로의 …
KGC 대릴 먼로. 사진제공=EASL
▶2쿼터='포인트 센터' 데릴 먼로

1쿼터 막판의 '내실'은 푸본이 챙겼다. KGC는 화려했지만, 5점 차의 리드는 불만족스러웠다.

흐름 상 2쿼터 초반이 중요했다. 아반도의 블록슛이 나왔다. 박지훈이 깔끔하게 미드 점퍼로 시작했다. 출발이 좋았다.

스펠맨이 골밑 돌파 시도 이후 덩크슛, 실패했지만, 파울을 얻어냈다.

푸본 브레이브스의 거센 반격. 스마트의 2득점, 싱글타리가 절묘한 스텝 백 3점포를 두 차례 터뜨렸다. 다시 4점 차(31-27) 추격.

KGC는 정준원의 3점포를 앞세워 다시 도망갔지만, 푸본 브레이브스는 '전가의 보도'처럼 싱글타리와 자이세프의 2대2로 추격했다. 자이세프의 속공과 싱글타리의 3점포, 그리고 자이세프 골밑슛이 잇따라 터졌다. 37-34, 3점 차로 다시 추격. 단, 이 점수 차가 푸본 브레이크스가 이날 경기에서 추격할 수 있는 한계였다.

KGC는 2쿼터 종료 2분을 남기고 수비를 강화했다. 먼로의 속공이 터졌고, 먼로, 문성곤을 거쳐 배병준의 3점포가 나왔다. 곧이어 스펠맨의 3점포에 이어 4.6초를 남기고 먼로의 공격 리바운드에 의한 골밑슛까지 터졌다.

2분 만에 폭풍 10득점. 결국 전반 49-36, KGC가 13점 차 리드를 잡은 채 종료됐다. '포인트 센터'로 변신한 먼로가 매우 인상적이었던 전반전이었다.

▶3쿼터=푸본 브레이브스 아킬레스건 공략한 KGC

KGC는 완벽하게 감을 잡았다. 푸본 브레이브스는 단 3가지 공격 루트만 가지고 있었다. ▶싱글타리의 개인능력에 의한 득점 ▶싱글타리와 자이세프의 2대2 ▶트랜지션 속공이었다.

배병준이 골밑에 자리잡은 먼로에게 어시스트, 바스켓 카운트로 3점 플레이가 완성됐다. 변준형이 골밑을 파고든 뒤 코너에 있던 스펠맨에게 연결, 스펠맨은 그대로 골밑으로 다시 치고 들어와 슬램덩크를 꽂아넣었다. 관중석에서 일제히 탄성이 터졌다.

KGC는 변준형과 스펠맨의 개인 능력을 이용해 푸본 브레이브스의 수비를 완전히 찢어놨다. 그 이후 대처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가장 확률높은 슈팅 셀렉션을 찾았다. 엑스트라 패스에 의한 배병준의 3점포, 골밑에 자리잡은 먼로의 포스트 공격, 여기에 변준형과 스펠맨의 내외곽 공격이 절묘한 조화를 이뤘다. 푸본 브레이브스는 스위치 디펜스를 통해 최대한 막아보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숨은 '공신'은 문성곤이었다. 푸본 브레이브스의 단순한 공격. 싱글타리의 과도한 의존도를 파악한 KGC 김상식 감독은 수비 스페셜리스트 문성곤을 붙였다. 여기에 픽&팝으로 스크린 이후 외곽으로 빠지는 자이세프의 3점슛 공격은 어느 정도 허용했다. 자이세프는 슈팅 메커니즘이 나빠 보이진 않았지만, 이날 좀처럼 3점포가 림을 통과하지 않았다. 8개 시도 단 하나도 성공하지 못했다. 결국, 싱글타리는 문성곤의 강력한 밀착마크와 먼로의 효율적 헷지 동작으로 터프한 외곽포를 강요받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푸본 브레이브스의 득점 효율은 급격히 떨어졌다.

KGC의 수비가 통하자, 폭풍같은 공격으로 연결됐다. 변준형이 그림같은 크로스 오버 드리블로 수비수를 완벽하게 따돌린 뒤 파울 자유투를 얻어냈고, 스펠맨은 3점슛을 경계하는 수비수가 붙자, 그대로 골밑으로 파고들면서 강력한 덩크를 퍼부었다. 결국 68-51, 17점 차까지 벌어졌다. 3쿼터 종료 3분18초를 남기고 양희종이 들어왔다. 1분14초를 남기고 양희종은 3점포까지 터뜨렸다. 결국 71-57, 14점 차로 3쿼터 종료.

푸본 브레이브스의 단순한 공격루트를 완벽하게 파악한 KGC는 공수에서 원활했고, 여유로웠다. 완벽하게 경기를 지배하는 모습이었다.

▶4쿼터=이대로 은퇴하기 아까운 양희종

KGC 이날 오세근을 아꼈다. 단 1분도 출전하지 않았다. 그는 일본 출국 전 목에 담 증세로 인해 부황을 뜨면서 고군분투했다. 전체적 몸상태와 컨디션이 좋은 편은 아니다. 전날 연습에서도 심한 훈련은 자제한 채 컨디션 조절에 만전을 기하는 모습이었다. KGC 코칭스태프의 판단은 오세근을 승부처에서 최대한 짧게 사용한다는 플랜이었다. 그런데, 3쿼터 KGC가 완벽하게 경기를 장악하면서 오세근이 뛸 필요가 없어졌다. 정규리그와 EASL을 병행하는 KGC 입장에서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다.

14점 차. 수치 상 푸본 브레이브스의 반격은 충분히 가능했다. 하지만, 경기 흐름은 완벽하게 KGC가 장악했다. 공수의 클래스에서 차이가 있다는 것은 양팀 선수들은 모두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

싱글타리는 수비 리바운드를 잡은 양희종에게 푸싱 파울을 범했다. 심판에게 항의했지만, 완벽한 파울. 조급함이 드러난 상징적 행동.

양희종과 먼로의 패스에 의헤 아반도에게 3점 오픈 찬스가 났다. 깨끗하게 성공. 박지훈이 스틸에 의한 원맨 속공을 성공시켰다.

푸본 브레이브스는 자이세프의 외곽 3점포가 통하지 않자, 공격 루트를 3쿼터 후반부터 픽&롤로 바꿨다. 혹은 단순한 자이세프의 포스트업 공격을 섞었다. 훅슛을 간간이 성공시키긴 했지만, KGC 입장에서는 별다른 부담을 느끼지 않는 득점. 오히려 상대의 단순한 공격루트, 외국인 선수의 과도한 의존도를 재확인시켜주는 상대의 대응이었다.

박지훈의 3점포가 터졌다. 양희종이 득점에 가세했다. 5분14초를 남기고 먼로가 스틸에 의한 단독 속공을 가볍게 성공시켰다. 88-61, 무려 27점 차. 승패가 완전히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3쿼터 후반부터 양희종의 노련미는 빛났다.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양희종은 문성곤의 바통을 받아 에이스 싱글타리를 대인 마크했다. 3쿼터부터 싱글타리가 극심한 슈팅 부진을 보인 이유. 문성곤과 양희종의 철저한 대인 마크 때문이었다. 게다가 양희종은 공격 전반에도 관여했다. 오프 더 볼 움직임으로 코트 밸런스를 맞췄고, 노련한 패스 게임으로 '포인트 센터' 먼로의 위력을 극대화시켰다.

KGC는 이번 대회 최대 고비였던 1차전을 완벽하게 지배했다. 핵심 주전 센터 오세근을 투입하지 않고도, 다양한 공격 옵션과 특유의 강력한 수비 조직력으로 대만의 강자 푸본 브레이브스를 녹다운시켰다.

KGC는 3일 오키나와로 이동, 4일 필리핀의 강호 산 미겔 비어먼과 2차전을 가진다. 우츠노미야(일본)=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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