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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오세근은 왜 영구결번 영광을 포기하고 충격 이적을 선택했을까.
반대로 KGC는 초상집이 됐다. 문성곤도 KT로 떠나보낸 데 이어 오세근까지 놓쳤기 때문. 팀의 근간이 흔들리는 사태다. 문성곤을 놓칠 때, 오세근은 잡을 것으로 생각됐는데 이것마저 되지 않자 안양 팬심이 부글대고 있다.
2011년 KGC에 입단해 4번의 우승을 했다. 오세근이 이번에 KGC와 계약했다면 영구결번은 사실상 예약이었다. KGC는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들에 대한 대우에 엄청난 공을 들인다. 양희종이 좋은 예다. 사실상 지도자 자리까지 보장받는다. 영구결번을 떠나 오세근이 KGC에서 은퇴했다면 양희종에 이어 감독 자리도 충분히 노려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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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얘기가 있다. 먼저 돈. 프로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KGC가 마지막에 오세근에게 8억1000만원까지 제시했는데, 7억5000만원의 SK를 선택한 것이 이해가 가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알려진 첫 해 보수 총액이 핵심이 아니다. FA 대어들은 암묵적 보장 계약을 한다. FA라도 매 시즌 다시 연봉 협상을 해야하는 이상한 KBL의 제도 때문에 힘드니, 이면 계약으로 보장액을 약속받는 것이다. 최근 몇년 간 FA 계약을 한 대어급 선수들을 보면 개인 성적, 팀 성적 관계 없이 매 시즌 연봉이 비슷하다.
KGC는 '스몰 마켓'이라 보장 계약을 해주지 않는 구단으로 유명하다. 만약, SK가 오세근에게 큰 액수를 보장하기로 약속했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옵션도 중요하다. 오세근은 건강 이슈가 많은 선수다. 달성하기 힘든 옵션을 포함시키면 기분이 상할 수 있다. SK는 7억5000만원 중 2억원을 인센티브로 책정했는데, 팀 성적 등으로 무난히 달성 가능한 조건을 제시했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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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GC의 협상 전략이 엇나간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KGC는 오세근과 문성곤을 동시에 잡을 계획을 세웠다. 변준형의 입대로 최성원 영입 공간도 마련해야 했다. 문성곤에게 줄 금액을 책정하고, 남은 돈을 계산해보니 7억원 정도였다. 오세근에게 이 액수를 처음 제시했다. 하지만 문성곤이 KGC 입장에서 도저히 감당 불가능한 액수를 KT로부터 제시받았고, KGC는 문성곤을 빠르게 포기하며 오세근에게 액수를 올려주는 등 최선을 다했다.
KGC는 팀의 기둥인 오세근이 팀 사정을 고려해 조금의 양보를 해줄 것으로 기대했으나, 오세근은 처음부터 자신에게 '올인'하지 않는 KGC 구단에 서운함을 느꼈을 수 있다. 그 틈을 SK가 파고들었고, KGC가 마지막으로 계약 기간도 3년을 넘기는 등의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했으나 이미 오세근의 마음은 SK로 떠난 뒤였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