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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동혁의 이슈분석] 이상한 데이원 입장문. 농구대통령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23-06-16 12:03


[류동혁의 이슈분석] 이상한 데이원 입장문. 농구대통령 끝내 나타나지 않…
김희옥 KBL 총재. 연합뉴스

[스포츠조선 류동혁 기자] 그들은 끝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상한 '입장문'도 냈다.

KBL(한국농구연맹)은 16일 오전 7시 서울 논현동 KBL센터에서 이사회와 총회를 열어 데이원스포츠를 회원사에서 제명했다.

KBL은 '데이원이 정상적 구단 운영 의사와 능력이 없다고 최종 결론 내렸다. 선수 연봉 체불을 해소하기는 커녕 거짓과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해 리그의 신뢰와 안정성을 크게 훼손했다'고 밝혔다.

이날 데이원스포츠의 공동 책임자인 박노하 재무총괄대표와 허 재 운영총괄대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구단운영의 실권이 없는 정경호 단장이 참석했다. 이후, 입장문을 발표했다.

▶예견된 재앙

정해진 수순이었다.

데이원스포츠는 지난해 오리온 농구단을 인수했다. 농구대통령 허 재를 구단주 격인 운영총괄대표로 내세우면서 화려하게 등장했다. 단, 재정 상태에서는 의혹이 많았다.


허 대표는 당시 창단 미디어데이에서 "우리 재정 상황을 세세하게 설명해 줄 순 없다. 단, 우려와 달리 재정 상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호언장담했다. 또 "나머지 9개 구단의 텃세도 있는 것 같다. 곳간을 낱낱이 보여주는 곳이 어디에 있나"라고 말하며 섭섭한 감정을 표출하기도 했다.

결국 구체적 재정 상태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다. 불안감은 여전했다. 데이원스포츠는 이승현의 FA 보상급(12억원)과 이대성 트레이드 보상금(6억원)을 받았다.

한계를 드러냈다. 지난 시즌 직전 KBL 가입비 5억원을 제 때 내지 못했고, 모기업 대우조선해양건설이 경영난으로 데이원스포츠와 분리가 됐다. 선수단 급여가 밀렸다. 올해만 5개월 이상 밀려 있다. 사무국 직원은 물론, 협력업체 대금, 그리고 오리온 인수비용까지 체불됐다. 지금까지 약 30억~40억원으로 추정된다.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 직전까지 KBL 가입비 2차분 10억원을 제 때 마련하지 못했고, 우여곡절 끝에 완납을 했다.

지난달 31일 이사회가 열렸다. 데이원스포츠는 부산시 연고지 협약서 및 체불 임금 해소방안, 그리고 네이밍 스폰서 후보기업과 협상 상황 등에 관련된 서류를 제출했다. 2주 간의 유예기간을 벌었다.

당시 이사회를 참석한 다수 단장들은 "데이원스포츠가 제출한 투자유치서는 현금화되기 힘들다. 부산시와의 연고지 협약도 제 시간 내에 이뤄지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결국 15일 간의 시간만 허비했다. 데이원스포츠 몇몇 관계자들은 "며칠 전부터 포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 박노하 대표와 허 재 대표에게 모든 것을 맡겼는데, 결국 구단 인수 및 임금 체불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고 했다.


[류동혁의 이슈분석] 이상한 데이원 입장문. 농구대통령 끝내 나타나지 않…
허 재 대표. 사진제공=KBL
▶책임자들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초유의 사태다. 이번 사태를 두고 갑론을박이 많다.

명확한 것은 데이원스포츠가 이 사태 책임의 대부분 지분이 있다는 점이다.

그 중심은 김용빈 대우조선해양건설 회장, 박노하 재무총괄대표, 허 재 운영총괄대표가 있다.

일단, 데이원스포츠의 구단 인수부터 문제가 많았다. 고양 오리온을 인수한 데이원스포츠는 데이원자산운용이 스포츠단 운영을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이다. 데이원자산운용은 김용빈 대우조선해양건설 회장이 2021년 인수한 회사다.

데이원자산운용은 적자가 심각한 상태였다. 때문에 스포츠단 운용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일각에서 '데이원스포츠가 실체가 없는 페이퍼 컴퍼니'라고 말한 배경이다.

데이원자산운용의 모기업 대우조선해양건설 역시 자금 사정은 매우 좋지 않았다. 때문에 이승현과 이대성의 현금보상 18억원이 구단 운영비로 쓰인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 소문은 사실에 가깝다. 이미 지난 시즌 직전 KBL 1차 가입금 5억원 지불이 늦어졌고, 부랴부랴 대우조선해양건설의 지원으로 막았지만, 사실상 그들의 실체가 드러난 시작점이었다.

기본적으로 잘못된 부분은 그들의 태도와 접근방식이다.

데이원스포츠는 구체적 플랜 없이 "믿어달라", "꼭 해결하겠다"와 같은 실체없는 말을 했다. 박노하&허 재 대표는 당연히 팀의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두 대표는 구체적 플랜을 제시하지 않았다.

결국 가능성이 희박한 포항&부산의 연고지 이전 및 메인 스폰서 구하기로 시간을 질질 끌었고, 최악의 구단 제명이라는 징계를 받았다. 16일 이사회에서 두 대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수개월 임금을 받지 못한 데이원 선수들과 직원, 그리고 구단을 지지해 준 팬에 대한 최소한의 '사과'도 없었다.


[류동혁의 이슈분석] 이상한 데이원 입장문. 농구대통령 끝내 나타나지 않…
데이원스포츠 선수단. 연합뉴스
▶이상한 입장문

데이원스포츠는 16일 이사회에서 제명 발표가 나면서 곧바로 입장문을 발표했다.

거짓말의 연속이다. '순항할 것 같던 데이원스포츠는 1차 가입비 지연 납부를 시작으로 11월 경 모기업 대우조선해양건설이 부도가 나며 데이원스포츠의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김용빈 회장이 농구단 운영에 손을 떼며 자금난이 시작되었다'고 했다.

일단 '순항할 것 같던'이라는 표현은 부적절하다. '김용빈 회장이 농구단 운영에 손을 떼면 자금난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데이원스포츠 사태가 모기업 대우조선해양건설의 부도가 핵심원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데이원스포츠 자체가 운영자금이나 실체가 없었던 회사였다. 즉, 강력한 메인 스폰서(캐롯)와 보상금(16억원)을 받고도 채 6개월을 버티지 못했다.

지난 시즌 직전 KBL 1차 가입금 5억원 지불이 늦어졌고, 부랴부랴 대우조선해양건설의 지원으로 막았는데, 부도 직전부터 데이원스포츠 자금난의 핵심 원인이 있었다. 즉, 데이원스포츠 자체가 문제였다.

그들은 입장문에서 '3월말에 2차 가입비 10억원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무리한 자금 투입으로 이후 선수단 임금 체불은 계속 쌓여만 갔다'고 설명했다.

당시 데이원스포츠 선수단 내부에서는 "10억원으로 임금을 지불하고 구단 운영을 끝내자"는 의견이 상당히 많았지만, 결국 쉽지 않은 구단인수 방향으로 강행했다.

이 입장문에서는 '농구가 좋아서 저의 제안을 흔쾌히 수락하고 데이원 점퍼스 구단주을 맡아준 허재 대표에게 정말 죄송할 따름 입니다. 자금난으로 약속한 연봉도 거의 지급해 드리지 못했고 본인 급여 줄 돈 있으면 선수관련 비용에 쓰라고 하면서 한 시즌을 무급 봉사 하였습니다. 또한 농구단의 부정적 이슈가 발생할 때 마다 구단주라는 직책 때문에 재무담당 대표인 제가 받아야 할 비난을 허재 대표가 대신 받았습니다. 그로 인하여 입은 이미지 손상이 상당하였다고 생각합니다'라고 했다.

허 재 대표에 대한 방어와 동정론을 표현한 것이다. 데이원스포츠 자금 조달 및 외부운영은 박노하 대표가 했다. 당연히 가장 큰 책임이 있다. 그러나, 허 재 대표 역시 데이원스포츠의 구단 창단에 핵심적 인물이다. 데이원스포츠 선수단 및 직원들은 임금을 받을 방법이 봉쇄된 상황이다. 게다가 데이원스포츠로 인해 KBL 전체 이미지 손상은 심각한 수준이다. 한마디로 비상 상태다.

농구단 부정적 이슈에 당연히 두 대표가 모두 책임을 져야 하는 게 '상식'이다.

이 입장문은 끝까지 구체적이지 않았다. '저(박노하 대표)는 비록 대표직에서 사퇴하나 데이원스포츠의 지분 구조 및 법적인 시시비비를 떠나 그 동안의 임금 체불에 대해서 시일이 좀 걸리더라도 지급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을 약속 드립니다'라고 했다. 수차례 약속을 어기고, 결국 초유의 제명을 당한 데이원스포츠의 '약속'이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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